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날씨가 좋아서 빛을 좀 쐬려고 용산역에 들렸다가 어찌어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라는 서울전시회까지 보고 왔다. 전시회를 찾아다니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기피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적당히 내 취향에 맞을 것 같으면 관람하자는 마인드를 가진 나는 티켓을 현장에서 예매할 때까지 이 전시회에서 뭘 전시하는지도 몰랐었다.
전시정보
- 전시기간 : 2023.06.02 ~ 2023.10.09
- 관람시간 : 월, 화, 목, 금, 일(10~18시), 수, 토(10~21시)
- 전시장소 :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구분 | 성인 | 청소년 | 어린이 | 유아 |
개인 | 18,000 | 15,000 | 10,000 | 7,000 |
20명 이상 단체 | 15,000 | 12,000 | 8,000 | 7,000 |
통합권 | 21,000 | 17,000 | 12,000 | - |
전시내용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은 한국과 영국 수교(1883년) 140주년을 기념하여 영국의 내셔널갤러리에서 소장중인 명화를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회로 티치아노, 라파엘로, 카라바조, 푸생, 벨라스케스, 반 다이크(?), 렘브란트, 고야, 터너, 컨스터블, 토머스 로렌스, 마네, 모네, 르누아르, 고갱, 반 고흐(네임드는 다 뒤에서 등장;) 등 서양 미술 거장들의 명화 52점을 관람할 수 있다.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힘들었었던 르네상스시대의 회화부터 관람객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인상주의 회화, 15~20세기 초 유럽 회화까지.. 미술 전공자라면 환장할만한 라인업으로 전시회가 구성되어 있다.
간단하게 데이트만 하고 집으로 가야지 싶어서 예약같은걸 안해놨었기에 우리는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했다. 다른 블로그를 보니 사전예매 때 티켓이 빠르게 사라졌다고 하는데, 현장에 모인 사람들의 수를 보니 대충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3,000원을 내면 오디오가이드를 대여할 수 있음.
순서대로 안토넬로 다 메시나의 서재에 있는 성 히에로니무스, 조반니 벨리니의 성모자, 산드로 보티첼리의 성 제노비오의 세 가지 기적을 볼 수 있었다. 이 세작품은 목판에 유화와 템페라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 것인데, 여기서 템페라라는 것이 제법 인상적이었다.
12세기 또는 13세기 초에 유럽에 처음 템페라는 색채가루를 달걀노른자와 섞어서 만든 안료인데, 유화에 비해 변질이 덜할 뿐만 아니라 색상이 투명하고 엷게 표현되어 생생하고 맑은 색의 표현이 가능했다고 한다. 단점도 존재했는데, 계란을 섞어서 그런가 붓이 빠르게 굳는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품들을 탄생시킨 그들은 괴물이 아닐런지.
전시는 로비에서부터 1~4부로 구성된 전시실을 둘러보는 것으로 바닥의 화살표와 오디오가이드를 따라 순서대로 등장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관람하면 된다. 1부는 르네상스, 인간의 곁으로 온 신, 2부는 같은 시대, 다양한 시선, 3부는 개인의 삶, 기념하고 추억하며, 4부는 인상주의, 평범한 순간을 빛나게라는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작품. 1556~60년경에 그려진 조반니 바티스타 모로니의 여인이라는 작품. 강렬한 색채와 풍부한 질감, 섬세한 효과까지 표현된 거대한 이 작품은 1관을 관람하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특이한 건 그림 속 여인이 부채 손잡이를 손으로 가리고 있는데, 그 이유가 참으로 웃겼다. 손잡이 재료가 귀한 재료로 만들어져서 사치금지법 규제를 받았다나 뭐라나..
2관으로 넘어가는 길.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2관에서는 제법 눈에 익숙한 작품들이 등장한다. 사소페라토의 기도하는 성모라는 작품과 귀도 레니의 성 마리아 막달레나라는 작품이다. 참고로 참회하는 마리아 막달레나는 17세기 그림에 자주 등장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가톨릭 개혁 시기 교회에서 참회를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당시 가톨릭교회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주제로 감동적인 종교화를 그려 프로테스탄트 교회로 향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다나 뭐라나..
요아힘 베케라르의 작품 4원소(불, 물, 공기, 흙) 중에서 물이라는 작품이다. 물에서 낚아낸 물고기. 뒷 배경을 잘 보면 넘실거리는 파도 위에서 흔들리는 배가 보인다. 이는 이 작품이 수속성의 그림이라는 뜻.
3관부터는 슬슬 몸이 지치기 시작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를 관람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작품을 제대로 관람하기가 힘들었을 정도였다. 거기다가 오디오가이드 때문에 전체적인 진행 속도가 느려서.. 이건 뭐 작품을 보기 위해 온 건지 사람들 뒤통수를 관람하기 위해 찾아온 건지 헷갈렸을 정도이니 말이다.
1967년 영국 우표에 실린 최초의 그림. 토머스 로렌스의 찰스 윌리엄 랜튼, 일명 레드 보이라는 작품. 이건 뭐 유명해서 할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액자 크기가 내 키를 훌쩍 넘어서는 것 같아 보일 정도의 웅장한 크기. 그 속에 그려진 빨간색 옷을 입고 시선을 살짝 위로 올린 아이. 왼쪽 배경에는 어두운 바다와 함께 나뭇잎 뒤로 가려진 희미하게 떠오른 달까지. 그냥 레전드라고 보면 된다. 옆에서 상영 중인 영상에서 이 작품이 어떤 방식으로 복원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이 나오니 꼭 관람하는 것을 추천.
4관에서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들을 엿볼 수 있었는데 순서대로 폴 고갱, 아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와 같은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름정도는 알 수 있는, 그야말로 네임드들만 모여있는 스팟이다. 사진 좀 낭낭하게 찍고 싶었는데, 와 진짜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 그나마 이 정도가 잘 건진 수준이겠다.
전시장을 빠져나오면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굿즈샵을 만나볼 수 있다. 메인 작품답게 판매 중인 상품들의 메인 표지 대부분이 토머스 로렌스의 레드보이. 역시 모두가 인정하는 명작이라는 것인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면 1시간 반정도 둘러볼 수 있었을 텐데,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다 보니 스킵한 작품들이 몇 개인지..
명실상부 국립중앙박물관의 메인 포토존.. 아무튼,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다음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레전드 서울전시회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후기였다. 꼴에 디자인과 출신이라고.. 온갖 아는 척은 다 하면서 작품을 관람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손그림은 컴퓨터로 께작께작 만지는 그래픽 덩어리와 비교할 수 없는 깊이감이 있는 것 같다. 6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되는 서울전시회이니 용산을 찾을 기회가 있다면 꼭 다녀와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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