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공원
- 다녀온 날짜 : 2023년 4월 9일
벚꽃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서.. 공허한 이 마음을 조금이라도 채워보고자 일요일에 눈을 뜨자마자 여자친구, 그리고 고양이와 함께 인천대공원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벚꽃이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도당산과는 다르게, 인천대공원은 벚꽃축제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어서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최근에 내린 비 때문에 인천대공원의 벚꽃은 나에게 있어서 2023년의 마지막 벚꽃일지도 모른 생각에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운이 좋게도 이날은 미세먼지까지 없는 날이라, 푸르른 하늘과 산뜻한 공기를 마음껏 즐겼던 것 같다.
평일에도 사람이 많은 인천대공원이지만 벚꽃 + 튤립 + 주말이 합쳐지니 카메라를 편하게 들어올릴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인천대공원의 벚꽃나무는 적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 되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고 한다. 800여 그루가 심어져있는 왕벚나무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꿈만 같은데, 시원한 봄바람이 슝~하고 한번 불 때마다 눈송이처럼 떨어지는 벚꽃 잎을 보고 있자면,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감성이 스멀스멀 터져 나온다.
그냥 대충 찍어도 아름답게 나오는 이 분위기, 이 감성.. 정말 너무너무 좋다. 인천대공원의 벚꽃축제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나는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도당산 벚꽃축제는 거의 망한 수준인데 왜 인천대공원의 벚꽃은 이렇게 잘 살아있는지 말이다. 지역마다 내구성의 차이가 있는 걸까? 알다가도 모르겠다.
광장쪽으로 향하던 중, 봄의 따스한 햇살을 즐기며 독서를 하고 계시는 어르신을 발견했다. "사진 한 장 찍어도 괜찮을까요?" 라는 말에 호탕하게 웃으시며 뭘 찍을 게 있냐며 고개를 끄덕이시던 아저씨. 덕분에 아주 멋진 사진 한 장을 남길 수 있었다.
광장 쪽에서는 벚꽃나무 아래에서 여유롭게 텐트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도대체 왜 집에서 쉬면 되는 걸 귀찮게 밖으로 나와서 고생들을 하시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었지만, 성인이 된 지금.. 일상에 치일 대로 치여보니 이런 소소한 휴식이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었다. 경제적인 여유만 된다면 나도 장비를 하나둘씩 마련해야겠다는 욕심은 덤이다.
현재 인천대공원에는 벚꽃축제 말고도 다른 즐길거리가 있는데, 바로 알록달록 피어있는 튤립 되시겠다. 매년마다 보는 광경이지만 볼 때마다 새롭다. 아직 개화하지 못한 꽃들이 많았는데, 빛이 잘 드는 양지에서 자란 꽃들은 벌써 개화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호수 주변에 가득 피어난 인천대공원의 튤립. 대지를 빼곡하게 채운 보롬왓의 튤립처럼 진한 감동을 느끼기는 어려웠지만, 살짝 비슷한 감성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꽃구경은 실컷 했으니 집에 돌아가기 전 인천대공원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공짜를 좋아하는 한국인들 특성상,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온실엔 역시나 사람들이 들끓었다. 규모도 좁은 온실에 볼거리라고는 선인장과 같은 열대식물들 뿐이지만, 그래도 시간을 때우기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요즘 우리 집 고양이를 산책고양이로 진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생후 1개월 때부터 가방 속에 넣고 다니며 출퇴근을 했던 탓인지, 밖을 딱히 싫어하지는 않는 것처럼 보였다. 유튜브 영상을 보니,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서 산책이 쥐약이라고 하길래.. 가급적이면 사람들이 잘 지나다니지 않으며 비교적 조용한 곳에서 풀어두면서 자연을 느끼게끔 만드는 중인데, 녀석.. 인천대공원의 벚꽃이 제법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돌아다니다 보니 겹벚꽃과 이름을 알 수 없는 흰색 잔잔바리 꽃들이 길가에 가득 피어있었다. 혼자 여행을 다닐 땐 스마트폰으로 꽃의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스타일이지만, 누군가와 동행을 할 때.. 특히 사진 찍을 때 무빙을 멈추는 것을 싫어하는 여자친구와 출사를 즐길 땐 그냥 바로바로 찍고 이동하는 편이라 꽃명을 확인할 틈이 없다.
봄의 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인천대공원은 호수가 있어서 산들바람을 즐기기 좋으며 드넓은 광장에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여유'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는 힐링스팟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다른 스팟들처럼 계절별로 다른 매력이 있지만, 형형색색의 꽃들이 싹을 틔우는 봄이야말로 인천대공원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이제 곳 수레국화가 가득 피어나는 계절이 올 텐데, 그때는 또 어떤 매력을 뽐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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