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마산
- 경기 부천시 송내동 403-9 (출발점)
부천에 있는 산 중에서 그나마 산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마산! 주말에 봄기운을 만끽해 볼 겸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거마산 자체로만 본다면 높이가 낮은 편에 속해서 초보 등산가들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지만, 거마산을 넘어 인천대공원을 가거나 소래산코스까지 다이렉트로 진행할 경우에는 운동량이 제법 되기 때문에 고수들도 자주 이용하는 산이다.
오늘 우리의 목표는 거마산을 넘어서 만의골로 이동한 후 점심을 해결하고 인천대공원에서 간단한 피크닉을 즐기는 것. 그렇기에 초반부터 널널하게 이동할 수 있는 2구간 산림욕길을 선택했다.(사실 코스 이름은 몰랐는데, 표지판에 써있더라.)
거마산 자체의 높이도 낮은 편이고 코스 또한 짧기 때문에 산 입구에서 정상까지의 거리는 30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중간에 잠깐 쉬거나 간식타임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길어야 1시간 정도?
짧은 코스에 비해 등산로는 상당히 잘 가꿔져 있는 편이다. 거마산은 계양산처럼 계단이 많은 것도 아니고 소래산처럼 가파른 언덕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어린아이들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산을 좋아하지만 연륜으로 인해 고관절이 좋지 못한 우리 엄마도 편하게 오르는 게 바로 그 증거다.
코스를 오르다 보면 근처 교회에서 사유지로 관리하는 텃밭을 만날 수 있다. 평일에는 아무도 없지만 주말엔 밭을 가꾸시는 분들을 만나볼 수 있다. 들어가면 쌍욕을 먹을 것 같아서 멀리서 사진만 남기고 간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철쭉들. 요즘엔 나라에 돈이 남아돌아서 그런 건지 길거리에서 환경미화용으로 심어진 철쭉을 쉽게 만날 볼 수 있지만.. 역시 산에서 자연빵으로 피어나는 철쭉은 값어치가 다른 것 같다.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르다 보면 번개약수터가 나온다. 어렸을 땐 이곳에 말통이랑 생수통을 가득 챙겨서 집에서 먹을 약수물을 가득 받아가곤 했었는데, 요즘에는 환경문제나 대기오염 문제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이런 곳에서 나오는 물을 선뜻 마실수가 없겠더라.
거마산 입구에서 산을 오른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정상이더라;; 해발 210.3m.. 정말 낮긴 낮다. 원래 정상 비석은 다른 곳에 세워져 있었는데 최근에 이쪽으로 옮긴 것 같더라. 기존 정상은 헬기장 같은 느낌이라 뭔가 휑~ 했는데 새로 옮긴 정상은 쉼터도 마련되어 있었고 나무그늘도 많아져서 기존보다 더 좋아 보였다.
거마산도 식후경이다. 집에서 챙겨 온 사과랑 요구르트로 간단하게 갈증과 배고픔을 채워주었다.
배도 채웠으니 만의골로 움직여본다. 거마산 근처에는 군부대가 하나 있어서 군사시설로 넘어갈 수 없도록 막아둔 철조망이라던지, 훈련 때 사용하는 진지 같은 것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 이곳에서 훈련하는 병사들을 본 적은 없었다. 버려진 유격훈련장인건지도 모르겠다.
거마산 정상에서 만의골, 인천대공원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정상에서 경사면을 따라 지상으로 바로 내리 꼽는 코스이기 때문에 신체 건강한 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무릎에서 삐걱거리는 느낌이 날 수도 있다.
초록초록한 봄의 기운. 이 맛에 산에 카메라를 들고 온다.
정상에서 가파른 경사를 약 10분 정도 내려오니 만의골에 도착했다.
나보다, 우리 엄마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은행나무를 지나면 식당가가 나오는데..
우리 가족은 짬뽕순두부 집에서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했다. 맛은 이름 그대로 짬뽕맛이 나는 순두부찌개였는데 처음에는 불맛이 조금 나는가 싶더니만 먹다 보면 일반 순두부찌개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더라. 아무튼 운동하고 나서 먹으니깐 그냥 개꿀맛이었다.
밥을 다 먹고 나서 바로 옆에 있는 인천대공원으로 갔다. 만의골에서는 인천대공원 후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이쪽엔 튤립이 많이 피어있어서 꽃구경을 하러 오신 관광객들이 정~말 많이 보이더라.
마침 적당하게 기분 좋은 햇살이 하늘에서 내리쬐기 시작했다. 흐릿한 날씨에 해만 구름에서 잠깐 보였을 뿐인데도 튤립의 화사함과 초록빛 새싹들의 싱그러움이 배가 되는 것 같았다.
그 햇살을 온몸으로 체감 중이신 분들. 나는 주변에 소음이 심하면 신경 쓰여서 잠을 잘 못 자는 스타일인데, 이분들은 등을 바닥에 붙이기만 해도 드르렁드르렁 잘만 주무시더라. 피크닉을 간다길래 남들처럼 갬성 소품 챙겨서 티타임 즐기는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내가 생각한 피크닉과 이분들의 피크닉은 본질부터가 다른 모양이었다.
밥을 다 먹고 다시 만의골을 지나 거마산을 타고 송내근린공원 쪽으로 하산했다. 급격한 경사를 다시 역으로 오르려고 하니, 땀이 어찌나 줄줄 흐르던지;; 그나마 산이 낮아서 이 정도지.. 조금이라도 높았으면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오랜만에 가족과 다녀온 거마산. 날씨가 흐렸던 게 살짝 아쉬웠지만, 코스 자체가 산책로 느낌이라 기분 좋게 다녀왔던 것 같다. 다음에는 또 어떤 산을 오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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