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만큼은 아니지만, 취미로 사고팔면서 여러 카메라를 경험해 봤다. 그 과정에서 예상외로(?) 성능이 만족스러웠던 파나소닉 똑딱이 카메라 LX100M2를 리뷰했던 적이 있다. 불편한 부분도 있었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용서됐었기에 그럭저럭 만족하면서 사용했었지만 타사로 넘어가기 위해 자금이 필요했고 취미로 바디를 3개씩이나 사용하는 건 조금 오버스펙 같아서 결국 당근마켓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방출했다.
그런데 요상하게도 방출했던 여러 풀프레임, 크롭, 1인치, 마이크로포서드 바디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파나소닉 루믹스 LX100M2 였다.(오죽하면 포스팅을 두번이나 작성할까.) 솔직한 표현으로.. 동영상 기능은 비록 10창이지만 사진 하나만큼은 맛있었던 녀석. AF는 개 똥이었지만 마포 특성상 초점 아무곳이나 맞으면 대충 팬포커싱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던 바로 그 녀석.
줌속도가 복장 터질 정도로 느려터졌었지만 이상하리만큼 찍고자 했던 건 다 찍을 수 있었던 바로 그 녀석.. 그리고 그 바디.
다시 보니 선녀
가지고 있었을땐 몰랐다. 내가 LX100M2로 사진을 이렇게 재미있게 찍었었구나 하고 말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풀프레임 바디들은 기본적으로 무겁다. 바디들을 가지고 사진을 찍으러 나가려면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처럼 이런저런 장비들을 챙겨야 했고, 여자친구도 무슨 동네 나가는데 그 무거운걸 들고나가냐고 꾸짖기도 했다.
혼자라면 모를까 여러 사람들과 동행할 땐 사진을 즐기기는커녕, 피로감부터 느꼈는데, LX100M2를 보유하고 있었을 땐 그냥 주머니 속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찍고 싶은 장면들을 툭툭 찍어냈다. 그때 그 시절을 생각만 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올 정도로 사진생활이 즐거웠던 것 같다.
LX100M2를 다시 구매해보려고 했지만.. 이게 무슨 일? 후.. 아이돌들 덕분에 레트로 카메라 바람이 불었고 50~60만원이면 구할 수 있었던 LX100M2가 지금은 100을 줘도 못 구하는 바디가 되어버렸다.. 60만도 비싸다고 생각하면서 당근에 올렸던 바디가 100만이라니? 이러니 내가 주식이 망하지.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정말 되팔렘짓만 전문적으로 해도 수입은 확실하겠구나 하고 말이다.
아무튼, 오늘은 구하고 싶어도 구하기 어려운 파나소닉 루믹스 LX100M2를 추억하며.. 그때 찍었던 사진들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집 앞을 지나가던 중 신상 카페를 발견했다. 신기하게도이 자리는 항상 카페가 생겨나는 자리인데 한 카페가 망하면 또 다른 카페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보통 이렇게 손님들이 있는 상황에서 카메라를 들어 올리면 도촬범으로 관심을 받을 수 있지만 LX100M2로 줌을 쭈우우욱 땡겨서 찍으면 원하는 구도의 사진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마포센서라도 줌으로 당겨서 촬영하면 적당히 보기 좋은 아웃포커싱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1호선 지하철. 예전에는 지하철 옆 가림막이라고 해야하나? 이런게 없었다. 그래서 철로위에서 뛰어놀다가 전철오는 소리에 맞춰서 막 도망가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 그 짓거리를 하면 바로 경찰서 가겠지만 그때당시엔 그게 노멀이었다.
나는 똑딱이카메라로 A모드나 M모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P모드. 조작성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작은 카메라로 요리조리 만지는걸 딱히 선호하지 않기에 그냥 P모드로 ISO만 고정해서 툭툭 찍어낸다. 위의 사진도 P모드로 바로 전원 켜고 카메라 들어 올려서 찍은 사진이다. 원본 결과물 자체만 봤을 땐 노이즈가 심하다고 느껴지긴 하지만 요즘 AI디노이즈로 깔끔한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에 마포는 감도 6400까지, 풀프는 12800까지 높여서 쓴다. 세상 참 좋다.
4년간 살던 집에서 이사할 때, 이대로 떠나는 건 아쉬워서 동네 한 바퀴를 돌면서 찍었던 사진들. 지금 사는 동네는 빌라랑 아파트가 많아서 고양이들을 보기 쉽지 않은데, 그전동네는 주택단지여서 그런가.. 애교 많은 고양이들을 쉽지 않게 볼 수 있어서 좋았었다. 성능 좋은 무료 피사체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지금 생각해보니 파나소닉 루믹스 LX100M2의 화이트밸런스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것 같다. 내가 보는 색감 그대로가 표현된다고 해야 하나. 라이트룸으로 불러와서 명암만 만져줬는데도 딱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 주력으로 사용중인 라이카Q2 화이트밸런스만 보면.. 한숨이 안나올 수가 없다. 특정 조명에서 화이트밸런스 틀어진거 잡으려면 답도 없다.
이때 여름이 우리집 맹수 여름이를 정말 많이 찍었었구나. 온통 여름이 사진뿐이다. 이렇게 좋아하는 사진이 메모리에 가득한 이유는 그만큼 파나소닉 똑딱이 카메라 LX100M2를 스마트폰처럼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꼭 각잡고 찍어야만 하는 사진이 아닌 일상을 쉽게 기록처럼 남길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정말 좋은 카메라란 항상 가지고 다닐 수 있으면서 편하게 툭툭 찍어낼 수 있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초겨울의 경복궁. 서울에 가면 다른 작가님들처럼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똥손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이때 내 기준으로 정말 좋은 사진들을 많이 남겼었고 여자친구가 만족해하는 사진들을 찍었다.
겨울에는 패딩주머니에 LX100M2를 쏙 넣어서 다닐 수 있었지만, 봄과 여름이 되니 주머니에 넣는다는 메리트는 사실상 없어진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무게자체가 워낙 가볍기에 목에 걸고 다니면서 툭툭 찍어댈 수 있어서 좋았다. 팔았을 때는 단점만 찾기 바빴는데, 팔고 나서 보니깐 얘 왜 이렇게 단점이 없어보이는건데;
최신 미러리스 바디처럼 연사로 잔뜩 찍어내고 셀렉하는게 아니라 한장한장 찍어내서 보정하는 스타일이라면 똑딱이 카메라 파나소닉 루믹스 LX100M2는 결코 부족함이 없는 카메라다. 영상용으로는 부족하긴 하지만 단순 기록이 목적이라면 이 역시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
되팔렘들이 판을 치는 이 시기에 파나소닉 루믹스 LX100M2를 정가로 구하는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구하려면 웃돈을 주고 구매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텐데, 과연 이 카메라가 그만한 돈을 주고 구매할만한 가치가 있는 카메라인지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본다. 이걸 100주고 구매할바엔 저가형 풀프레임 카메라를 구매하는 방법도 있고 나름 쓸만한 크롭바디+팬케이크 단렌즈를 물려서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되팔렘들이 일제히 척결되어, 가격만 다시 정상화된다면 충분히 구매할만한 가치가 있는 카메라. 파나소닉 루믹스 LX100M2 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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