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예전에는 어떤 사진을 찍었을까? 작년 가을에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살았지?' 라는 의문이 들어서 메모리카드를 뒤져봤습니다. 먼지 쌓인 책장에 꽂혀있는, 읽어보지도 못한 새 책들처럼 제 메모리카드에는 단 한 번도 PC로 불려오지 못한 가을 사진들이 많이 있더라구요. 잘 찍지는 못했지만 가을냄새가 가득한 사진들이 많아서, 메모리 카드에 썩혀두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살포시 꺼내봅니다.
2년쯤 놀러갔던 인천의 한 카페였을겁니다. 처음 보는 사진인 것 같으면서도..? 블로그에 한번 써먹은 것 같은 사진입니다.. 따사로운 가을의 햇살과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던 이때의 여유가 지금은 마냥 부럽기만 하네요.
'가을이고 이번 단풍이 정말 예쁘다고 하네? 한번 나가서 간단히 사진이라도 찍고 올까?' 이불속에 숨어있던 여자친구를 깨워서 근처 공원에 나가서 찍었던 사진인 것 같네요. 이 시절에는 사진에 대한 열정도 많았고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유튜브로 사진 강의를 정말 많이 접했을 때라 늘 카메라를 손에 쥐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열정을 가지고(장비에 의존해) 사진을 찍고 있고 보정공부도 틈틈히 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고민인 건, 분명 언젠가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카메라를 대체하는 시대가 올 텐데 그때의 저는 계속해서 카메라를 가지고 있을지, 남들처럼 스마트폰으로 편하게 툭툭 찍어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인데요. 이런 고민은 아직 좀 이른가요?
퇴근 후 여자친구가 차려준 샐러드와 감바스. 저는 지금도 이 맛을 기억해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라 바람이 정말 많이 불었어요. 그때 저는 차도 없었거든요. 토요일 출근이라 열심히 일하고 퇴근했는데, 전날에 제가 감바스가 먹고 싶다고 살짝 흘려 말한 걸 기억해 뒀다가 제 퇴근시간에 맞춰서 준비해 줬더라고요. 레스토랑처럼 깔끔한 맛(?)은 아니었지만 저에게는 이 감바스가 세상 최고의 감바스였고 그 해 가을 최고의 음식이었어요.
단톡방에서 가을느낌 사진을 공유하던 때가 있었어요. 아뿔사.. 아무것도 안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때 저는 어떻게 하면 가을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조급한 마음에 일단 카메라를 어깨에 둘러메고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가서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셔터를 눌렀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안 주고 넘어갔어도 별 상관없었을 건데 그때당시에는 안 주면 강퇴당하는 줄 알고 어찌나 걱정했었는지ㅋㅋ;
부천에는 반지의 제왕 두개의탑.. 은 아니고 서울 남산에서도 보이는 커~다란 건물 두 개가 있어요. 리첸시아라는 이름을 가진 건물인데요. 예전부터 이 두 개의 건물을 높은 곳에서 찍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었어요.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던 마을 주민의 염원이랄까요..
어떻게 하면, 어디로 가면 이 건물을 시원하게 다 담을 수 있을까? 구글링을 해봐도 부천 사람들이 별로 없는 건지, 그게 아니면 사진에 별로 관심이 없는 건지.. 부천 야경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를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유튜브를 보니 부천 야경 전문가가 등장. 위치는 공유해주시지 않으셨지만 부천 시민으로서 대충 어딘지 알 것 같아서 호다닥 올라가서 찍어봤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서 그랬던건지, 가을바람이 원래 이렇게 차가웠던 건지.. 얼어죽을뻔했네요..
요건 이사 간 엄마네 집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이사를 가셨지만 이곳으로 찾아갈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몇 개월을 집들이도 못 갔었는지. KTX는 한 달 전부터 매진이지.. 대중교통으로는 너무 오래 걸리지.. 지금은 차가 생겨서 심심할 때마다 놀러 가는 곳이지만 그때는 그게 왜 그렇게 힘들었었는지.
타이밍 좋게 가을에 연차를 쓸 수 있게 되었어요. 마침 KTX 티켓도 예약할 수 있었구요. 바로 달려갔습니다. 확실히 도시보다 온도가 낮아서 그런가 도시는 이제 막 단풍놀이를 시작할 타이밍이었는데, 여긴 폭설을 대비하고 있더라구요.. 이게 바로 강원도 클라스인건가요?
황색의 가을빛도 좋아하지만 저는 초가을의 녹색도 참 좋아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철없던 20대에서 그래도 생각이라는걸 할 줄 알게 된 30대가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모든 30대가 다 철이 들지는 않습니다만)
이제는 제 손을 떠나버린 EOS R5 메모리카드에는 정말 많은 가을 사진이 담겨있었습니다. 꼭 여행지를 소개하는 글이 아니더라도 가끔은 이렇게 제가 찍은 사진을 가지고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보고 싶었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오블완 챌린지는 티스토리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이벤트가 아닐까 싶네요. 일주일에 한 번 글을 쓸까 말까 하는 사람을 매일매일 컴퓨터 앞에 앉게 하다니요?.. 얼마 만에 열정을 가지고 글을 작성하는지, 또 얼마나 내가 그간 얼마나 블로그에 소홀했는지 조금을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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