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중앙시장
- 강원도 속초시 중앙동 471-4
제주도에서 동문시장을 찾아가는 것과 같이, 속초를 찾았다면 꼭 한 번쯤 들러보아야 한다는 장소가 있다. 바로 속초중앙시장이다. SNS에서 핫스팟이라고 말하는 장소들은 보통 사람만 많을 뿐, 그다지 특별할만한 것들이 없다는 것을 이제는 매우 잘 알기에!! 속초중앙시장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다.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신호만 20분 넘게 기다린 것 같고.. 주차하기 위해 차를 빙빙 돌린 것만 해도 20분 정도는 가볍게 넘겼을 정도로 속초중앙시장을 찾아온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주차만 조금 힘들겠지.. 안으로 들어가면 그나마 사람들이 덜할꺼야!"라는 내 생각은 완벽한 착각이었다.
우리는 감나무집 감자옹심이라는 매장을 가장 먼저 발견했었는데, 여기서부터 대기줄을 발견..;; 시장 안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을지 눈앞이 깜깜해지기 시작했다.
OMG;; 이건 많아도 너무 많았다. SNS에서 조금이라도 인기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은 무조건 100% 대기줄이 존재하는 것 같았는데; 이게 특정 골목만 그런게 아니라 모든 골목마다 인기 맛집들이 숨어있어서 진짜 움직이기가 너무 불편했다.
시장이라 그런지 먹거리 하나만큼은 끝내줬다. 속초가 아바이마을이 유명해서 그런지, 이곳저곳에서 오징어순대를 판매하고 있었고 이제는 인기가 조금 시들해져버린 탕후루와 철판아이스크림까지!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간식들이 정말 많아보였다. 아이는 없지만.. 괜스레 다른 아이들의 부모님 지갑은 안녕하신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속초중앙시장을 찾은사람들 대부분, 피자박스같은 흰색 박스를 들고다니더라. 알고보니 만석닭강정이라고 하는 이지역에서는 제법 유명한 닭강정 맛집인 것 같았다. 과거 인천 신포국제시장에서 신포닭강정을 맛본 이후로 닭강정이라는 음식 자체에 대한 환상은 없지만, 그래도 이 지역의 명물은 어떤 맛인지 넘므나도 궁금했기에 우리도 하나 구매해 보기로 했다.
만석닭강정
사람들을 피해 시장을 3바퀴 정도 돌았을까? 드디어 만석닭강정 매장을 발견했다. 역시나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어디가 카운터인지 모를정도로 만석닭강정을 구매하기 위해 속초중앙시장을 찾아오신 많은 사람들.. 우리도 구매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줄을 서봤는데, 닭강정을 무려 컨베이어벨트 방식으로 생산하기에 회전율이 매우 빨랐다.
이미 포장까지 완료된 닭강정을 구매하기만 하면 되는데, 닭강정 기본 한 박스가 2만원.. 이게 10초당 한 개씩 팔리는 수준이니 만석닭강정 사장님께서는 돈을 쓸어 담는 경지에 이르신게 아닌가 싶었다.
2만원에 구매한 순살 기본맛 만석닭강정.. 우리가 갔던 날은 이미 뼈가 다 팔린 탓에 순살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순살이라도 구매했는데 뼈를 좋아하시는 여자친구님께서 어찌나 아쉬워하시던지ㅋ;
맛있는건 그 자리에서 바로 먹고 보자는 마인드라서 시장 한켠에서 바로 만석닭강정 상자를 오픈해봤다. 음;; 뭐.. 네.. 마늘후레이크를 제외하고는 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닭강정 비쥬얼이네요..
한개를 집어먹어봤는데, 사실 맛은 그냥 쏘쏘했다. 눅눅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바삭한 것도 아니고.. 막 자극적으로 달콤한것도 아니었지만 소스에서 조금 특이한 맛이 느껴졌다. 바로 신맛이다. 깐풍기에서 느껴졌던 신맛보다 조금 더 강력한 신맛이 났는데 이게 처음에는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나중에는 신맛 때문에 느끼함이 덜했던 것 같았다.
아무튼 줄 서서 사먹을 정도는 아니었음.
감자옹심이
배를 채우고 싶은데 먹거리가 너무 많아서 선택장애가 왔음. 근데 다른 메뉴들은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옹심이라는건 평소에 잘 접하지 않았던 음식이라 감자옹심이를 먹어보기로 했다.
우리는 신토불이 감자옹심이라는 외관이 멀끔한 매장을 선택했는데.. 여기 사람들이 많아서 웨이팅까지 해야 하더라. 처음에는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려봤으나 사람들이 도저히 빠지질 않아서 다른 곳에서 먹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매장~! 바로 옆에 있는 속초 감자옹심이라는 식당을 선택했다.
신토불이처럼 깔끔한 매장이 갬성적으로는 좋긴 하지만.. 가끔은 이런 날것, 리얼 네이티브 식당이 배고픔에 굶주린 자들의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기도 한다.
메뉴도 공격적이다. 홍합장칼국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감자옹심이다. 가격도 옆집 깔끔매장보다는 살짝 저렴한 수준이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수라상을 기대한건 아니지만.. 기본찬이 김치 하나는 조금 너무하긴 했다... 라고 생각했지만 이 김치 진짜 시원하고 맛있었다. 성기사식당에서도 김치는 절대 먹지 않는 나지만, 여기 김치는 맨입으로 몇번을 집어먹었는지 모르겠다.
크.. 이런 꾸며지지 않은 날것의 감성.. 음식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속초 주민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각각 만원짜리 감자전, 감자옹심이, 홍합장칼국수 되시겠다.
감자옹심이는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건데 진짜 이거 리얼 존맛탱이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맛이었다. 고소한 국물 속에 숨어있는 앙증맞은 감자덩어리.. 한입 베어 물면 포슬포슬한 느낌일 것 같지만 앞니가 박히는 순간 쫀득거리는 맛이 일품인 옹심이.. 아아 이게 속초인건가.
홍합장칼국수도 이것도 상당히 맛 좋았음. 고추장과 각종 재료들로 우려낸 육수에서는 키야~! 라는 말이 절로 쏟아져 나올 정도로 깊은 맛이 느껴졌으며 버섯과 홍합토핑이 매우 푸짐하게 들어있어서 먹는 내내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음.
옹심이는 그날 만든 재료가 소진되면 영업을 끝내시는데, 매우 다행하게도 우리가 거의 마지막이라 다다음 손님은 옹심이 구경도 못하고 돌아가셨다는.. 아무튼 속초중앙시장을 다시 찾게 된다면 또다시 오고 싶은 그런 맛집이다.
사람냄새가 느껴져도 너무 많이 느껴졌던 속초중앙시장. 평일이라면 모를까 주말에는 너무 힘들 것 같아요.. 그래도 속초의 명물은 이곳에서 다 만나볼 수 있으니 기나긴 주차대기줄을 감당하실 수 있으신 분들은 꼭 한번쯤 가보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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