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러 나가면, 자연스럽게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들이 있다. 가을 맛. 나의 10월을 이렇게 표현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여름과 겨울 사이에서 잠깐 얼굴만 비추고 바로 사라져 버리는 봄과 가을. 일이 바빠서 나가지 못할 땐 값비싼 카메라를 구매한 이유를 머릿속에 상기시킬 때나, 사진을 찍으러 나가고는 싶은데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을 때 나에게 있어서 인천대공원은 계절의 맛을 코스요리로 즐길 수 있는 맛집 중에 하나이다.
일요일 아침, 뭔가에 홀린듯이 가방에 카메라를 넣고 왼손에는 애플워치를, 다른 한 손에는 아이폰을 쥐고 거마산으로 향했다. 원래는 거마산을 넘어서 만의골 은행나무까지만 찍고 돌아오기로 했는데 인천대공원에서 두두두둥 들리는 음악소리. 주차장에 빼곡하게 주차된 차량들을 보니깐 오늘도 사람들이 많이 왔겠구나! 사람 구경도 할 겸 나도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인천대공원으로 몸을 틀었다.
오랜만에 찾은 인천대공원은 벌써 가을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안쪽 화단에는 코스모스가 잔뜩 피어있어서 사진찍기 좋은 스팟이었지만, 요즘 코스모스는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고 여기보다 더 이쁘게 가꿔져 있는 곳들도 많은 것 같아서 화단은 패스. 이 계절의 색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색상의 잎사귀들을 관찰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췄던 것 같았다.
빛이 좋아서, 바람이 좋은 날이었어서 그런가. 인천대공원에는 캠핑을 즐기러 나온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많았다. 예전에는 돗자리만 깔고 잠깐의 여유만 즐기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일반인들까지도 전문적인 캠핑장비까지 갖춰서 하루 온종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았다. 덕분에 자리싸움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그놈의 캠핑이 뭔지.. 내가 트렌드에 뒤처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색이 너무 고와서, 주변 친구들에게도 더 늦기전에 인천대공원에서 데이트를 즐겨보라고 홍보까지 했다. 이쯤대면 내가 인천홍보대사가 아닌지; 아무튼, 이번주까지는 빨강, 초록, 노란색의 잎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다음주쯤 되면 전부 빨갛고 노랗게 변하지 않을까 싶다.
일이 바빠서 여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흘러갔다는 사실이 참 슬프다. 그래서인지 가을이 왔다는 소식은 어떻게 보면 나에게 있어서 "너 이만큼 늙었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면 젊었을 때보다 조금이라도 더 여유로워지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 줄 알았는데, 막상 나이를 먹고 나니 어른들이 왜 그렇게 현실에 쫓기면서 사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생각이 깊어지는 밤.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본다. 아 참! 오늘 포스팅에 사용된 사진들은 전부 아이폰에서 촬영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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