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답산 무릉원
-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어답산로 508-311
산 중턱에 갬성이랑 뷰가 아주 맛도리인 카페가 하나 있다며.. 그 장소가 내가 아주 좋아할 만한 장소인 것 같다면서 다짜고짜 동생이 시동을 걸더니 어답산이라고 하는 산으로 출발했다. 우리는 둔내에서 출발해서 30분 정도 이동하니 도착!
차에서 내리자마자 계곡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이 계곡을 병지방계곡이라 부른다고 하더라.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제법 유명한 편이고 여름에는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 전국 팔도에서 여길 찾아온다라나 뭐라나.
표지판에는 병지방 MTB길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걸 보니 차를 가지고 산을 오를 수 있는 모양이다.
차가 오고갈 수 있는 오솔길을 따라 무작정 올라가 본다.
이런 외딴 산속에서 무슨 차가 다닌다고 길까지 만들어놨나 싶었는데, 우리가 올라가면서 만난 차들만 5대 정도? 본 것 같았다. 걸어 올라가도 되는 길을 도대체 왜 차를 끌고 갈까 라는 질문에 엄마는 오솔길 사이사이 쉼터에 차를 세우고 차박 같은 걸 즐기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장소라고 했다. 정말 대단들 하시다.
오솔길 양 옆에서 흐르는 계곡물. 정말 맑다. 하류지역인 병지방계곡에서만 물놀이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모든 스팟이 물놀이장이라고 보면 될 정도로 좋은 스팟들이 많은 것 같았다.
올라가는 이도 없고, 내려가도 이도 없는 인적 드문 어두컴컴한 오솔길을 무작정 따라 오른다.
얼마나 로컬 갬성이면 이렇게 사람이 없을 수 있는 건지 궁금해서 검색 좀 해보려고 했는데.. WOW.... 통신 전파가 끊긴 상태다.
한 30~40분을 오르다 보니 양갈래길이 보였고, 왼쪽으로 가는 길엔 "마음이 다한 곳, 나"라는 알 수 없는 내용이 적혀있는 표지판을 만나볼 수 있었다. 여기서 왼쪽길로 올라가면 된다.
거기서 약 5분 정도 더 올라가니 맙소사;; 진짜 이런 곳에 갬성 터지는 산장이 보이는게 아니겠는가? 갑자기 나는 도대체 왜 이런 곳에서 누가 왜 무슨 이유로 살고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왕왕 짖는 개소리와 함께 강아지 두 마리가 막 달려 나왔다. 사람들을 경계한다기보다는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반가웠는지 꼬리를 대나무 헬리콥터급으로 흔들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강아지 두 마리의 안내를 받으며 산장에 도착. 그곳에는 동물극장 단짝에 출연하셨다고 하시는 산장 주인. 왕규오 선생님께서 우리를 반겨주셨다. 사진만 보면 친척집에 놀러 간 모습처럼 보이지만, 이날 우리는 처음 만난 상황이다.
어답산 무릉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산장은 왕규오 선생님께서 직접 만드신 산장이라고 하셨다. 보통 직접 만든 산장이라고 하면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나오는 약간 허술한 나무집 같은 게 떠오르기 마련인데, 여긴 워낙 이쁘게 꾸며져 있어서 펜션이라고 해도 믿겠더라;
강아지만 있는 건 아니다. 고양이도 있다.
처음 보는 우리에게 차와 커피를 내려주시겠다며 안으로 어답산 무릉원 내부로 초대해 주시는 왕규오 선생님. 아아.. 이래서 동생이 카페라고 말을 했던 것인가?!
무릉원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실내 감성은 더더욱 미쳤다;; 전기도 들지 않고 휴대폰도 사용할 수 없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온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 덕분인지 무릉원 내부에 생기가 넘치는 것 같았다.
단층으로만 만들어놓기는 아쉬우셨는지 갬성 한 스푼 더해 복층으로 꾸며놓으셨다. 실내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휴식을 찾기 위해 무릉원을 찾아온 이방인들이 머물 수 있도록 침구류와 도서가 준비되어 있었다. 숙박비는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입구에 마음함..? 이었나? 아무튼, 헌금처럼 알아서 요금을 지불하는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다.
이곳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불리는 절구드립 커피;; 직접 손으로 절구에서 원두를 갈고 곱게 갈린 원두로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주시는데 향이 아주 일품이다. 요즘 도시에 일파만파로 퍼져나가는 카페들은 누가 누가 예쁜 시설을, 멋진 뷰를, 맛있는 디저트를 갖추었는가로 무한경쟁 중인데, 여긴 그딴 거 없다. 절구만 보여주면 끝난다.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려도 되겠냐는 질문에 괜찮다며, 멋진 포즈까지 취해주시는 왕규오 선생님. 여러 매스컴에 출연하셔서 그런가. 자세를 잡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커피랑 꽃차를 내려주셨는데 커피는 향긋하면서 고소했고 꽃차는 생강꽃이었나 뭐였나.. 약간 레몬향이 나면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맛이었다.
자연이 좋아서, 산이 좋아서 무작정 산골생활을 시작한 그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어답산 무릉원.
카페라고 말하길래 진짜 카페인줄 알았는데, 글을 작성하고 보니 누가 살고 있는 집에 다짜고짜 찾아가서 커피랑 차를 얻어먹은 셈..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서 오고 가는 이들이 많지 않지만 왕규오 선생님께서는 어답산 무릉원을 활성화시키고자 음악회라던지 자연 체험 프로그램 같은 것도 운영 중이라고 하셨다. 진짜 아는 사람만 아는 장소라서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병지방계곡을 찾을 일이 있다면 한 번쯤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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