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내역
일평생을 도시에서만 살았던 나의 엄마. "너희가 힘들 때마다 찾아올 수 있는 공간, 시골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라는 말을 남긴 채 도시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강원도 횡성읍 둔내면으로 거처를 옮기셨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모두 일찍 돌아가버리셨기 때문에 나에게 시골이라는 개념은 없었다. 그래서 추석이나 설날에 남들 시골에 간답시고 부랴부랴 준비할 때 우리 가족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을 가서 시간을 보내곤 했었는데, 이제 나에게도 시골이 생긴 셈이다. 그리하여..! 지난 추석에 다녀왔던 둔내 마을. 집으로 돌아와 사진을 보정하고, 블로그에 포스팅해도 제법 괜찮을 것 같아서 글을 작성해본다.
비만 추적추적 내렸던 둔내.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둔내역에 내렸을 땐, 조금은 당황스러웠었다. 오기 전에 로드뷰로 마을을 간단하게 둘러보았었을때 아파트도 보이고 식당들도 많은 것 같았는데, 눈으로 직접 보니 이전에 다녀왔었던 용문보다 더 조용한 마을 같았기 때문이었다.
물안개가 자욱하게 드러 앉은 KTX 둔내역 앞으로 흐르는 주천강 물줄기. 청계천처럼 강물 양 옆으로는 조깅이나 도보를 할 수 있는 도로가 깔려있다. 한 가지 의문인건, 이곳에 거주하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높을 것 같은데.. 여기까지 오셔서 운동하시는 분이 얼마나 계실지..
교육시설도 깔끔한 편이었다. 내가 생각한 이런 시골마을의 학교는 분교라고 해야 하나? 흰색 벽돌에 민트색 페인트칠이 되어있는 허름한 건물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화려하고 깔끔한 외관을 하고 있어서 살짝 놀랬던 것 같다.
둔내종합체육공원과 둔내초등학교 사이로 흐르는 주천강. 엄마가 여름엔 이곳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하던데 내려가는 길도 없고, 주변을 공사하는 걸로 봐서는 합법적으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관광지는 아닌 것 같아 보였다. 어떤 공사가 진행 중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찾아왔을 땐 더욱더 멋있는 모습으로 바뀌길.
마을 어르신들과 근처에 살고 있는 학생들이 오고 가는 길. 할머니가 금방이라도 손주들을 맞이하려고 맨발로 뛰어나오실 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는 길이었다.
이곳이 둔내의 메인 스트릿. 식당이라던지 카페, 편의점이 모두 몰려있는 읍내다. 마을이 작아서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파리바게트, 이디야커피, 편의점 등등 도시에서도 알아주는 다양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이곳에 입점해 있다. 조금 웃긴 점도 있는데 치킨집에서 족발을 판다던가, 미용실에서 식물을 판매하는 등 대부분 투잡의 성향을 띠고 있다는 것. 시골도 무한경쟁의 시대인가?
카페와 식당, 그리고 이발관. 도시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인테리어다. 요즘엔 일부러 건물을 박살내거나 인테리어를 하다마는 둥, 이런 갬성을 따라 하려고 노력하는데 이곳에서는 이런 인테리어가 일상이다. 어떻게 보면 둔내는 나처럼 사진을 찍는 사람에겐 천국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둔내 농협 하나로마트. 마을 사람들이 직접 키우고 재배하는 농산물을 판매하는 로컬푸드 매장인데, 각 매대마다 누가 그 상품을 재배했는지 알릴 수 있도록 생산자의 증명사진이 걸려있다. 주민들이 가장 편리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과 주변에 위치한 웰리힐리파크라는 리조트 때문에 이곳은 늘 사람들이 붐빈다고 한다.
조용한 마을일 것이라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둔내는 자연의 상쾌한 냄새, 사람들의 활기로 가득해 심심할 틈이 없었다. 마을에서 느끼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잠깐 스쳐 지나가는 온화한 순간들. 간단하게 나눴을 인사뿐이었지만 마치 예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 같은 정겨운 느낌. 바쁜 현실에서 벗어난 잠깐동안의 휴식은 삶의 에너지를 채워지고 다음 여행을 꿈꾸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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