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산
오늘 다녀온 곳은 시흥의 명산이라 불리는 소래산이다. 소래산은 부천, 시흥, 인천을 잇는 산으로 이 근방에서는 제법 높이가 있는 산이기 때문에 동네 주민들을 비롯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소래산의 주소를 검색해보면 인천과 시흥이 경계라고만 설명하는데, 정확히는 주소지가 인천 남동구 장수동이지만 산림욕장의 일부가 시흥시 대야동에 걸쳐있다고 한다.
소래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많지만, 나는 인천대공원과 만의골 은행나무쪽에서 올라가는 코스를 선호하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이용하던 코스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천대공원과 만의골 쪽의 풍경을 카메라로 담아내는 것을 좋아하는터라 자연스럽게 이 길을 좋아하게 되더라.
인왕산 같은 경우엔 서울 땅덩어리가 커서 그런가, 정상으로 향하는 루트가 상당히 다양한 편이지만 소래산은 무척이나 심플하다. 코스는 4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애용하는 인천대공원에서 시작하는 코스, 김재로묘에서 시작하는 코스, 성주산에서 소래산으로 넘어오는 코스, 시흥 산림욕장에서 시작하는 코스가 있지만 모든 코스가 가파른 편이라서 어느 곳이 편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울창한 숲과 수려한 경관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산림욕을 즐기기 좋은 소래산은 해발 299m로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하지만 막상 오르다 보면 숨이 심하게 가빠진다. 그 이유는 급격한 오르막길 때문이다. 우선 출발은 사람이 오르기 쉽게 잘 꾸며진 등산로부터다. 경사도 높지 않고 길이도 긴 편이 아니라서 소래산정도는 껌이구나 싶을지도 모르지만, 진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경사로가 무척이나 높은 산. 중간 코스인 송전탑까지는 산책 느낌이었다면 진짜 땀을 흘리는 구간은 송전탑을 지나서부터임을 감안해야 한다.
평온했던 구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오르막길! 이게 바로 소래산의 묘미다. 여기서부터는 등산로가 잘 꾸며져 있지 않아서 무릎이 좋지 못한 사람들이나 어린아이들 같은 경우엔 난이도가 제법 높을 수 있다.
3분의 2점에 도달하면 잠깐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원 같은게 나오는데, 여기서 정상까지는 10분 거리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쭉 이어서 산을 오르는 것이 좋다. 애매하게 쉬면 기껏 따뜻하게 만든 몸이 차가워져서.. 너무 손해가 큼.
또다시 난이도가 급격하게 높아지는 코스. 일반적인 등산로도 경사가 매우 높아서 힘들어 죽겠는데 울퉁불퉁한 돌길까지..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이런 길을 어렸을 땐 어떻게 올라왔는지.. 어린 시절의 나 자신이 대견해지는 순간이다.
인천대공원 방향 소래산 입구에서부터 정상까지 쉬지 않고 약 30분. 생각보다 빠르게 소래산 정상에 도착했다. 날씨가 제법 추워서 정상이 조용하겠거니 싶었는데, 은근 사람들이 많아서 조금은 놀랬다.
소래산은 서울과 시흥, 부천, 인천을 모두 내려다볼 수 있는 포토 스팟으로도 유명하다. 사실 내가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소래산을 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동네는 야경 포인트라던지 조망 포인트가 많지 않아서 남들이 밥먹듯이 찍어내는 멋진 풍경 같은 걸 담아내기가 무척이나 어려운데, 소래산은 이런 내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시켜 주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예전에는 소래산 정상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가 있었다. 정상에서 하늘로 한 번 날기 위해 무거운 짐을 등에 이고 등산을 하던 사람들을 본 적이 있었는데, 요즘에도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관련 정보를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관련 동호회 사람들 때문에 자연이 심각하게 훼손되어서 지금은 금지시켜 놓은 모양이었다. 사진으로 담아낸다면 참 멋질 것 같았는데.. 참 아쉬운 부분이겠다.
그 대신! 바로 옆에서 날아가는 헬리콥터를 볼 수 있었다. 헬리콥터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바라본 건 머리 털나고 처음이었다. 근처 17사단의 헬기장에서 날아온 게 아니라면 산속의 환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날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무튼 GTA에서만 봐왔던 헬기를 바로 코앞에서 본건 행운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처럼 날이 좋으면 서울방향에서 김포공항으로 착륙하는 비행기도 볼 수 있다. 105mm로 당겨서 촬영한 후 크롭까지 해서 겨우 얻은 결과물.
여름의 소래산은 지옥과도 같지만, 오늘처럼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엔 더없이 좋은 경기도 오르기 좋은 산 중 하나이다. 급격하게 높은 경사로 때문에 소래산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숨 막힐 듯 아름다운 전망을 기대한다면 충분히 오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래산은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찾아올 수 있으니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멋진 전망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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