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새끼고양이들은 생후 2주까지는 모유를 먹거나 분유(초유)를 먹는다고 하는데, 우리 집에 있는 두 마리의 아가씨들은 1개월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분유만 드신다. 3주차쯤에 이유식으로 전환해보려고 노력은 해보았으나 아~주 듣기 싫은, 짜증 나는 울음소리로 거절을 하기에 잠시 포기한 상태로 시간을 보냈는데 이대로는 성장에 악영향을 줄 것만 같다고 느껴서 이참에 새끼고양이 이유식 만들기를 도전해보기로 했다.
생후 2~4주차의 아깽이들은 젖니가 슬슬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두 아가씨들의 구강상태를 직접 확인을 해보니.. 이럴 수가! 드라큘라 같은 송곳니에 좁쌀 같은 이빨들이 자라나 있는 게 아니겠는가? 녀석들 이렇게 이빨이 자라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집사 힘들게 분유만 처먹었었다니.. 갑자기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무튼, 내가 하루라도 빠르게 새끼고양이 먹이를 이유식으로 전환하려는 첫 번째 이유는 설사 처리가 너무나도 번거롭기 때문이다. 앞에서 설명했듯 새끼고양이들은 분유로 식사를 해결하는데 분유 자체가 수분으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대변을 봐도 설사만 주르르륵 싼다. 다행히도 우리 집 아깽이들은 배변 모래에 응가를 처리하는 대견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었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자기가 싼 똥을 고스란히 밟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이번에 새로 구매한 울타리 내부의 배변패드와 발가락 사이사이엔 이 녀석들의 똥얼룩이 가득하다. 만약 이 녀석들이 단단한 응가만 배설해주기만 한다면 퇴근 후 조금이라도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고양이들에게 이유식을 먹이려는 두 번째 이유는 시간마다 분유를 먹일수가 없어서다. 일단 나는 회사 창고에서 이녀석들을이 녀석들을 발견했고, 얼떨결에 이 녀석들을 책임지게 되었다. 아직은 미숙한 집사이지만 어떻게든 녀석들이 건강하게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출근할 때 집에 방치하지 않고 회사에 데리고 가서 분유를 먹이며 케어를 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이게, 여간 눈치 보이는 게 아니다. 좀 조용하다 싶어서 사무실에 올려놓으면 시도 때도 없이 괭괭 울어대거나 놀아달라고 울어댈 때면, 정말이지.. 나도 울고 싶어 진다. 따라서 하루라도 빨리 스스로 먹이를 먹을 수 있는 습관을 길들이기 위해 어떻게든 이유식을 하루빨리 시작해야만 했다.
당연히 녀석들의 건강이 우선이기도 하고.
새끼고양이 이유식 만들기
그래서 나는 1세 이하의 어린 냥냥이들이 먹을 수 있는 사료부터 구매했다. 가격은 얼마였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포장지에 새끼고양이가 그려져 있어서 냅다 구매했던 것 같다. 성분표를 보니 프로틴과 지방이 적절하게 섞여있는 모양. 잘 먹이면 헬창이 될 가능성도..?
아무튼, 새끼고양이 이유식 만들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보편적으로 아래의 방법이 쓰인다고 한다.
- 사료를 불려서 분유와 섞은 후 접시에 투척
- 불린 사료와 분유 섞어서 젖병으로 수유하기
- 습식캔에 가료 사루 섞어주기
보통 3번은 능숙한 조교만 가능하다고 하며 1번 방법을 거부하는 냥냥이들에겐 2번 방법이 사용된다고 한다. 제발 우리 아깽이들은 1번 방법이 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새끼고양이용 사료를 구매.
새끼고양이 이유식 만들기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은 사료의 양과 사료를 따뜻한 물에 불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1개월 미만의 새끼고양이들에겐 1티스푼 정도의 사료면 충분하다고 하기에 사료 봉지에서 정확하게 한 티스푼 퍼올렸다.
사료를 따뜻한 물에 불려준 후 잘 으깨주라고 하는데, 우리집엔 인간들이 사용할 제품들 밖에 없어서 직접 손으로 으깨줬다. 냄새를 맡아보니 쥐포 같은 냄새가 나는게 뭔가 맛있어 보였음.
이대로 그냥 주면 안 먹을 수 있으니 먹던 분유를 뿌려주라고 한다. 그러면 아깽이들은 평소 자신들이 먹던 분유인 줄 알고 잘 처묵처묵 한다고ㅎㅎ..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울타리 입장하니 밥 달라고 난리 치는 녀석들ㅋㅋ 오늘 아침은 특식이란다.
완성된 새끼고양이 이유식은 작은 스푼이나 손가락에 올려놓으면 좋다고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새끼손가락으로 된장 찍듯 콕 찍어서 줘봤는데..
냄새 한번 맡더니 발로 차버렸다.. 그리고선 젖병으로 호다닥 달려가는데.. 하.. 진짜 보릿고개펀치 마렵더라.. 이게 어디서 먹을걸 가려? "너흰 나 아니었으면 창고 구석에서 모기나 잡아먹고살았을 운명인데 알기나 해?" 라는 생각을 내뱉을까 하다가 꾹꾹 눌러 참으며 접시와 숟가락으로 시도를 해봤는데..
처먹지는 않고 발로 밟고 올라가서 젖병 물려달라고 괭괭거리는 아깽이들.. 후.. 진짜 이런 말 하면 안되지만.. 유기 마려웠다. 진짜 듣기 싫은 초음파 소리로 귀때기 찢어져라 울어대는데, 나도 막 엄마 보고 싶어 지면서 그냥 하염없이 울고 싶더라.
결국 만든 이유식을 젖병에 넣어서 수유를 해봤는데, 이건 또 귀신같이 잘 먹더라^^.. 안 먹고 버리면 어떡하지 싶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건더기도 냠냠 씹어가면서 골골거리며 아주 잘 쳐드심..^^ 도대체, 왜 그릇과 손가락으로 주는 건 먹지 않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다 쳐드신 후엔 똥밭으로 들어가서 서로 물고 뜯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순간. 오늘만큼은 나는 이 녀석들을 회사에 챙겨갈 수가 없었다. 고로 하루 종일 여름이와 가을이를 집에 방치해야만 하는데, 문제는 녀석들이 와타시가 직접 제작한 특수 이유식을 챙겨 먹을 수 있냐 없냐였다.
출근
그럼... 오빠 회사 다녀올게.. 라는 말을 하자마자 발도장을 찍어버리는 여름이.. 하..;;ㅋㅋ 너무 즐겁다.
이유식 만들어주려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사료 불리고 힘들게 만들어줬더니 거들떠보지도 않더라. 비슷한 시기의 냥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의 아깽이는 이렇게 만들어주면 스스로 사료그릇에서 낼름거린다고 하는데 도대체 왜 얘들은 그런 재능이 없는 걸까? 아무튼 조금이라도 챙겨 먹길 바라는 마음으로 녀석들을 뒤로한 채 회사로 떠났다. 솔직히 이날은 신경 써야 할 녀석들이 없어서 그런가 오랜만에 스트레스를 덜 받는 느낌이었음ㅋㅋ
퇴근
난장판이었다. 지옥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녀석들이 집이 더러워져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들리는 괭괭거리는 울음소리를 뚫고 집으로 들어오니 녀석들이 미친 듯이 날뛰어가며 밥 달라고 난리를 피우더라.
혹시 몰라 넣어둔 젖병은 젖꼭지가 너덜거리다 못해서 뜯겨진 상황이었고..
화장실은 거의 뭐 전쟁터 수준;;
이유식 접시는 족욕기로 사용하셨나;; 온몸에 이유식을 바르고 다니셨던 두 분...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않고 말았다. "오늘 힘들었단 말야.. 제발 살려주라." 역시나 혼자서 하는 말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아침처럼 불린 사료와 분유를 섞어주되, 이번에는 분유보다 사료의 비중을 더 높인 후 새로운 젖병 꼭지 부분에 살짝 발라서 먹여봤는데, 혈압 오르게 이건 또 잘~ 먹는다.
결국 집안의 배변패드를 전부 싹~ 교체하고 바닥청소 한번 해주고 울타리에 칠해진 똥도 전부 닦고 화장실도 새로운 모래로 교체해줬더니 배도 부르고 환경도 마음에 들었는지 두 아가씨들 모두 골골거리며 장난치더라.
아직까지는 사람의 손가락이나 접시보다는 젖병이 더 익숙한 그녀들. 그래도 이렇게라도 잘 먹어주니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분유(초유)만 먹인다면 식사시간 쿨타임이 짧아서 2시간마다 챙겨줘야 하지만, 이유식을 먹일 경우엔 하루에 6시간마다 4번씩만 먹이면 된다고 하더라.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초보 집사에겐 이마저도 감사한 일이다. 새끼고양이 키우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육아는 얼마나 더 힘들지.. 벌써부터 토가 나오려고 한다. 그래도 나만 보면 좋은지, 골골거리며 엉성하게 달려오는 녀석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진다. 이것이 바로 고양이 키우기의 매력인 걸까?
추가글
결국 해내고야 말았다. 젖병으로만 이유식을 먹으려는 녀석들에게서 승리를 쟁취한 것이다. 분유만 고집하던 녀석들은 한번 이유식 맛 젖병으로 이유식 맛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젖병을 물려달라고 울부짖었는데, 만약 계속 이렇게 방치한다면 녀석들의 교육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 판단한 나는 하루라도 빨리 스스로 이유식을 먹을 수 있도록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다소 강제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이유식 자체를 회피하려는 두 마리의 아깽이들의 입을 손가락으로 벌린 후 습식사료와 초유, 그리고 불린사료를 섞은 이유식을 2~3회정도 먹여주었다. 그랬더니 그다음부터는 입을 벌리지 않아도 알아서 손에 발린 이유식을 핥아먹기 시작하더라.
이 방법을 몇 번 반복하니깐 둘이 알아서 이유식 냄새가 나는 밥그릇으로 총총 걸어가더니만 챱챱챱 소리를 내며 먹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완벽하게 녀석들이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있게 된 건 아니다. 이유식을 먹일 때에도 분유도 함께 먹여야 하기 때문이다. 밥을 두 번 준비해야 하는 셈이지만 뭔가 스스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 같아서 기분은 좋다.
혹시 몰라 고양이 울타리 안에 이유식을 넣어줘 봤는데, 배가 고파지면 알아서 잘 챙겨 먹는다. 다른 한 마리는 아직 서툴러서 입가에 이유식을 발라줘야 시동이 걸리지만 이제 곧 적응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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