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정리정돈과 청결을 신경 쓰는 부모님 아래에서 자라왔다. 식탁에서 음식물을 흘리거나,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지 않거나, 집안이 조금만 어질러져 있어도 야단을 치던 그런 부모님 아래에서 말이다. 나는 내 성격이 깔끔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냥 "남들도 다 이정도는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살아왔고 최근까지도 그렇게 살아왔다.
여자친구와 상견례를 마치고 식을 올리기 전 우리는 전세집을 먼저 얻어서 같이 살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연애를 해왔기 때문에 큰 싸움 없이 잘 살아왔는데, 고양이를 입양하고 나서부터는 이런 걸로 싸워야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정말 많이 싸웠던 것 같다. 싸움의 원인은 나의 깔끔 떠는 성격 때문.
여자친구는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있다. 아주 어릴 때 친구에게 분양을 받은 후 녀석이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 까지 녀석의 곁을 지켰을 만큼 동물에게 주는 사랑과 정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에 비해 나는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다. 부모님이 동물냄새를 극도로 싫어하셨기 때문에 새끼강아지를 1개월 집에서 키우다가 다른 집으로 보낸 경험 말고는 집안에 동물을 들여본 기억이 없다.
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의견 차이는 사소한 것에서 부터 시작된다. 사람의 공간과 동물의 공간은 확실히 나눠져있어야 한다는 나의 주장과 동물은 사람과 함께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는 여자친구의 주장은 웃으면서 시작했다가 1박 2일 정도 지속되는 소심한 전쟁으로 번진다.
처음부터 공간을 나누려는 생각은 없었다. 조금 꺼름직하긴 했지만 모든 공간을 오픈하고 고양이가 우리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었다. 그런데 한 일주일정도 이렇게 풀어주니까 사람이 미쳐버릴 것 같더라. 대변이 묻어있는 똥꼬로 침대에 올라올 때마다, 식탁 위에 올라가서 물건들을 어지를 때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집에서 지린내와 똥냄새가 풍길 때마다, 내가 가장 아끼는 장비들을 찾아다니며 물어뜯는 고양이를 보니 혈압이 터질 것만 같더라.
깨끗하게 세탁을 해도 옷에서 떨어지지 않는 고양이의 털을 보고나니, 이대로 살아가는 것은 어렵겠다고 판단되어 여자친구에게 녀석을 방에 가둬두자고 말을 해봤다. 당연하게도 동물을 자유분방하게 키워왔던 그녀라 그건 너무 불쌍하다고 하더라. 강아지보다는 훨씬 손이 덜 간다나 뭐라나.. 아무튼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감정이 격해질수록 나는 고양이가 미워지기 시작했고 꼴도 보기 싫어졌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했던가. 결국 작은방을 여자친구와 고양이가 함께 지낼 공간으로 마음대로 꾸미라고 하고 내 컴퓨터라던지 카메라 장비라던지.. 내가 소중히 여기던 물건들을 모두 침실로 옮겨버렸다. 처음에는 고작 동물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녀석이 주는 스트레스에서 해소된다고 생각하니 그제야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여자친구는 반려동물에 의해 공간이 어지럽혀지는 것에 대해서는 나름 관대한 편이라 공간을 이렇게 활용하고 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사료, 화장실에서 굴러나온 똥뭍은 고양이 모래, 특유의 지린내와 꿉꿉한 냄새.. 한때는 정말 좋아했던 공간이었는데, 이제 이 공간엔 내가 싫어하는 게 한가득이라 특별하게 이 방에 볼일이 있는 게 아니고선 출입이 꺼려지더라.
휴지나 종이같은 것들만 발견하면 발기발기 찢어서 쓰레기를 만들어주는 친절함까지!
길거리에서 보이는 고양이를 귀여워했고, 고양이 카페도 자주 찾아갔을 만큼 나름 고양이 애호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키우게 되니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은근히 많은 것 같다. 내가 극도로 예민한 편인지 궁금해서 고양이 관련 카페와 유튜브 영상을 참고해 봤는데,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무뎌지는 사람이 있고 평생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나는 후자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개보다는 고양이가 훨~씬 깨끗한 편이라고 하는데, 반려동물을 처음 키워보는 사람 입장에선 그놈이 그놈이다. 그나마 여자친구가 열심히 케어를 해주고 있어서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이지, 혼자였다면 상상도 못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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