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에 어미에게 버려진 핏덩이 같은 새끼고양이를 주워서 보호중이라는 글을 남겼었다. 말은 보호중이라고 했지만.. 이미 마음은 키우자는 쪽으로 기울었기에 녀석에게 '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열심히 케어를 했었다. 그.런.데! 봄이를 발견했던 창고 구석탱이에서 어미로 보이는 고양이를 발견했다는 직원의 제보! 안그래도 어미에게서 새끼를 훔쳐간 것 같아서 계속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직원이 찾은 녀석이 정말 어미가 맞다면, 운이 좋다면 봄이를 다시 어미에게 합사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사람손을 탔던 새끼고양이는 어미가 케어를 하지 않거나 심할 경우엔 물어서 죽인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떻게든 봄이를 어미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만약 어미가 봄이를 케어하지 않을 경우에는 책임을 질 각오로 말이다.
직원이 말한대로 어미가 발견된 위치로 가보니.. 사라졌던 4마리의 새끼들과 함께 어미고양이 한마리가 있더라. 심장이 마구마구 뛰더라. 나는 서둘러 사무실로 돌아가 봄이를 어미에게 합사시킨 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공기계 휴대폰을 임시 CCTV로 활용하여 봄이와 녀석의 가족들을 지켜봤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어미로 보이는 녀석도 봄이를 발견한 후 킁킁 냄새를 맡더니 자연스럽게 박스로 들어가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는게 아니겠는가?! 무려 일주일이나 사람 손을 탔던 새끼고양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새끼를 품었다.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어미는 계속해서 봄이를 비롯한 4명의 새끼들에게 젖을 물렸고 나는 그런 어미를 위해 열심히 간식과 먹이를 제공해줬다. 녀석도 그런 나를 조금씩 알아줬는지, 처음에는 근처만 가도 하악질을 하더니 조금씩 접근 거리를 허용하는 것 같더라. 봄이도 첫날에만 조금 울었지.. 다음날부터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새끼들에게 공격을 당하는건 아닐까? 싶어서 몰래몰래 살펴봤는데 특별한 문제없이 형제들과도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매우 뿌듯했다. 그러면서도 내심,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열심히 케어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알아봐 주지 못하는 봄이에게 조금 서운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근데 뭐.. 아직은 애기니깐.
그리고 다음날.. 믿기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어미가 새끼들과 함께 이사를 가버린 것이다. 도대체 왜..? 먹이도 잘 먹고 사람들도 접근할 수 없게끔 모두 차단까지 해줬는데.. 뭐가 불만이었던 것이었을까?
문제는 모든 새끼를 데려간게 아니라는 것.. 이번에는 사진 속 두마리를 버려두고 갔다. 목요일부터 보이지 않던 어미는 결국 금, 토, 일요일 모두 새끼들이 버려진 곳에 나타나지 않은 것 같았다. 월요일에 출근을 하니 녀석들은 박스를 벗어나 창고를 돌아다녔는지 몸이 새까맣게 변해있었고 서로의 체온에 의지한 채 구석에 머리를 박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버릴꺼면 우리가 케어했던 봄이나 버리고 갈 것이지.. 왜 아무런 죄가 없는 애들을 이렇게 버리고 간건지.. 정말 고양이라는 녀석들의 머릿속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일단은 급한대로 집으로 데려왔는데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그런가, 다 쉬어가는 목소리로 사람을 경계하던 녀석들. 하지만 봄이를 보호했을 때처럼 따땃한 분유와 함께 봄이가 일주일동안 지냈었던 뜨끈한 핫팩자리를 선사하니 언제 그랬냐는듯 조용히 잠을 자더라.
봄이는 수컷이었는데, 이녀석들은 전부 암컷이다. 생각해보니 어미가 수컷 3마리에 암컷 2마리를 낳은 것 같았는데, 물고간건 전부 수컷인 모양이었다. 아무튼 나와 여자친구는 갈색무늬에게 '여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검정무늬에겐 '가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집사로써 능력은 부족하지만 녀석들을 있는 힘껏 돌봐주기로 했다.
여름
가을
여름이가 하는 행동을 가을이가 따라 한다. 먹이를 먹는 순서도 여름이가 먼저 젖병을 차지하고 가을이는 두번째다. 여름이는 활발하지만 가을이는 조금 차분한 분위기다. 고로 여름이가 언니다.
식탐도 많고 힘도 강한 여름이.
하지만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이댈 때마다 가장 협조적이고 포즈도 잘 취해주는 녀석이다. 엄청 많이 먹기도 하고 또 많이 싼다. 활동량도 엄청 많은 편. 동생인 가을이 그루밍 담당이기도 하다.
가을이는 생긴것부터가 우울하다.(보고만 있으면 힘이 빠짐ㅋㅋ) 힘도 약하고 밥싸움에서도 밀린다. 처음 우리집에 왔을때에도 여름이 광광울때 단 한번도 울지 않았던 녀석이다. 겁도 많아서 뭔 일이 생길 때마다 도와달라고 울어댄다.
가끔 화장실을 수면실로 착각해서 주무시기도 한다.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어려서 그런가.. 자매라 그런가.. 늘 붙어있고 잠도 함께 잔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되고 자동으로 입꼬리가 막 올라간다ㅋㅋ
우리가 봄이를 최초 발견했던 시기를 생각해보면 여름이와 가을이는 아직 한 달도 안 된 새끼고양이들이다. 그래서 똥오줌도 잘 못가리는데.. 자고 일어나 보면 엉덩이에 발에 똥범벅이 되어있다. 아주 미쳐버릴 노릇이다. 현재 여름이는 280g이고 가을이는 270g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냥줍. 더군다나 두마리라니.. 내가 고양이를 키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요즘은 녀석들 덕분에 하루하루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행복하다. 계속 이렇게 건강하게만 자라준다면 좋겠다.
혹시 어미고양이가 근처에 있을지 몰라서 이런 고양이 찾기 CCTV까지 구매해봤는데, 자세한 내용은 해당 글을 참고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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