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오르기 좋은 새별오름
제주도 새별오름에 다녀왔다. 사실, 이번 제주도 여행은 걷는 코스들이 많기에 오름 같은 코스들은 최대한 피하려고 했는데,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길목에 떡하니 있어서 무작정 올라가 봤다.
새별오름에 오르기 전까지, 나는 '오름'이라는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냥 산을 제주도 방언으로 그렇게 부르는 것이겠거니.. 싶었는데, 깊게 파고들어 보니깐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을 제외한 제주도에 분포하는 소화산체로 화산분출물에 의해 형성된 독립화산체 또는 기생화산체의 순우리말이라고 하더라.
아무튼.. 억새가 유명하여 여름의 끝자락부터 가을까지 오르기 좋은 새별오름에 가봤는데, 타이밍이 별로 좋지 않아서 갈색으로 물든 억새들만 구경하고 왔다.
새별오름
-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4554-12
- 주차요금 무료
- 30~40분 코스
나는 조금 이른 시간에 새별오름에 도착했다. 오름이라서 오전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으면 어떻게하지? 라는 내 걱정과는 다르게 주차장이 텅~ 비어있어서 아주 쉽게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새별오름 왼쪽 입구에는 들불축제유래비가 있다. 1997년부터 시작된 제주들불축제는 신철주 북제주군수가 수복강녕과 풍요, 액운 타파 등을 기원하는 의미로 애월읍 어음, 구좌읍 덕천을 거쳐 새별오름까지 들불을 놓았다고 한다. 글을 작성하면서 들불축제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니 정말 멋지더라. 시기만 맞는다면 꼭 보고 싶은 축제 중 하나.
본격적으로 새별오름 등반로를 탔다. 눈에 보이는 길을 따라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만 하면 끝인 등반로는 주차장을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뉘는데..
내가 이용한 왼쪽 등반로는 이렇게 미친 듯이 경사가 높다. 진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평지 하나 없이 오르막길로 쭉 이어진 등반로를 따라 걷다 보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황소 숨소리가 날 것이다.
그에 비해 오른쪽 등산로는 왼쪽보다는 훨씬 난이도가 수월한 편이다. 새별오름을 찾은 대부분의 관광객들 90% 이상이 표지판이 있는 왼쪽 등반로를 이용할 텐데.. 본인이 풀메이크업을 한 상태 거나 무릎이 썩 좋지 못한 상태라면.. 오른쪽 등반로를 이용하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나랑 처음부터 같이 올라가던 아저씨 한 분이 계셨는데, 처음에는 여유롭게 나를 재끼고 올라가시더니.. 이윽고 중간에 멈추시더라. 평소 등산을 즐겨하던 나도, 중간지점에 도착하니 체험 삶의 현장급 구슬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사진으로만 봐도 그 당시 찝찝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중간에 이렇게 한번 쉬어가는 구간도 나온다. 근데 쉬어가는 구간의 경사.. 무엇..? 그만큼 가파르다는 뜻이다.
뒤를 돌아보니 잠깐 사이에 정말 많이도 올라온 것 같았다. 아무래도 경사가 있다 보니 조금만 걸어 올라와도 높이 체감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약 10분간의 고통의 시간을 버티면 새별오름의 정상을 만날 수 있다. 해발 519.3m이지만 실제적인 높이는 119m 정도 된다고 한다. 올라오는 길에 억새라도 있었다면 사이사이 사진이라도 찍었을 텐데.. 4월의 새별오름은 진짜 볼 게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대머리 동산 그 자체였다.
텅텅 비어있는 주차장.. 진짜 내가 시기를 잘못 찾아 온건가..?
정상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골프장도 보인다. 지도로 찾아보니 저곳이 제주 에버리스 골프리조트라고 한다. 리조트라 그런지 건물들도 이쁘고 벚꽃이 심어져 있는 위치도 환상적이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이 가을에 핑크뮬리로 유명한 새빌카페다. 봄에 뭐라도 피어있겠거니 싶었는데 카페 주변에 아무것도 없더라.. 새별오름은 가을에 오는 게 답이었나 보다...
새별오름 정상 구경도 끝났으니 오른쪽 등산로 방향으로 하산한다. 확실히 내려가는 길은 쉽다.
내려와서 새별오름을 돌아보니 정말 민둥산이다. 30분 동안 아무것도 못 보고 개고생만 한 기분이 든다.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억울해서 조금 초록초록한 느낌이 있는 새빌카페에서 사진 몇 장 찍어봤다. 확실히 사진은 푸릇푸릇한 느낌이 있어야 생기가 넘쳐 보인다.
새빌카페 진입로에 많지는 않지만 8~10 그루의 벚꽃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다른 곳은 전부 다 비어있는데, 이곳만 푸릇한 잔디가 올라오고 벚꽃도 피어있으니 조금 이질감이 들기도 한다.
새별오름을 왔다면 나홀로나무도 봐야 한다고 하던데.. 이름 그대로 나무 한그루가 평지에 심어져 있는 게 전부인 것 같아서 나는 스킵했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서 찾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다.
10시쯤 되니,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관광버스가 유독 많았는데, 하차하는 승객들의 연령대를 보니 우리 엄마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다. 보통 그 나이대엔 무릎이 좋지 않을 텐데.. 새별오름을 코스에 넣다니!? 아니나 다를까 하차한 승객 중에서 차에 남아계신다고 하시는 분들이 절반이 넘더라ㅋㅋ
새별오름 먹거리는 주차장 앞에 있는 푸드트럭+귤로 해결이 가능하다. 이때 너무 배가 고파서 배를 채울만한 탄수화물을 찾고 있었는데, 이 시간에 오픈한 푸드트럭이라곤 전부 귤 관련 제품이라 차로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주 새별오름은 봄~여름보다는 가을이 짱인 것 같다. 핑크뮬리도 그쯤 피어나고 억새도 가을이 한창이니 시기만 잘 맞춰서 찾아온다면 내가 봤던 민둥산이 아닌.. 이쁘게 단장된 새별오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메인 관광지로는 추천하기는 좀 그렇고, 그냥 지나는 길 있으면 한 번쯤 방문하기 좋은 곳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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