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데이트코스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나 감성 카페도 유행이지만 정말 활동적인 인싸 커플들이나 뭘 좀 아는 친구들은 경치 좋은 산에서 데이트를 한다. 라는 내용으로 여자친구를 꼬셔서 인왕산에 갔다왔다.
보통 경치 좋은 곳들은 너무 멀리 있거나 대중교통으로 이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우리 같은 뚜벅이들은 움직이기가 정말 불편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인왕산 코스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기 때문에 잘만 구슬린다면 운동을 싫어하는 여자친구 or 남자친구와 함께 기모찌한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겠다.
부천역 → 시청역 2번 출구 → 대한문 → 덕수궁 돌담길 → 홍난파 가옥 → 돈의문 박물관마을 → 인왕산 → 윤동주 문학관
네이버에서 보고 정말 괜찮은 것 같아서 따로 메모해두었던 코스인데 정말 기가맥힌 데이트코스였다. 안 그래도 등산에 흥미가 없는 여자친구가 가는길에 볼거리나 재미난게 없으면 금방이라도 흥미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는데 이 코스는 그럴 걱정 NONO☝️ 산까지 들어가는 길에 볼거리와 포토존이 정말 많아서 여자친구가 지칠 틈이 없어 보이는,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인 루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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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JIFILM X-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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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부천역에서 시청역으로 출발했다. 부천에서 용산 급행을 탔고 용산에서 3정거장을 더 들어갔는데 30분도 안 걸린 것 같았다. 시청역에 도착했다면 바로 2번 출구로 나가주면 된다.
대한문
- 대한문 광장 옆 공간
- 매일 2회 11시 & 14시
띠용? 입구에서 나가자마자 대한문이 보였는데 갑자기 그 앞에서 왕궁수문장교대의식 행사를 시작하더라... 코로나때문에 진행을 안 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대한문 광장 옆 공간에서 행사가 진행된다고 한다! 마침 우리가 운이 좋게도 11시에 딱 도착하는 바람에 왕궁수문장교대의식을 직관할 수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진행해야 했지만 대한문 입구에서 공사를 하고 있는지.. 사이드에서 진행하더라. 확실히 배경이 없어서 그런지 왕궁수문장교대의식 특유의 웅장함을 느낄 수는 없었다.
덕수궁 돌담길
대한문 사이드로 들어가면 분위기부터 꽁냥꽁냥 해지는 덕수궁 돌담길이 나온다. 이 길을 와보기 전에는 막 노래 가사에 나오는 덕수궁 돌담길처럼 뭔가가 엄청 대단할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고 그냥 길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노래 가사 바이럴이 만들어낸 관광지가 아닌가 싶다.
길을 따라가 보면 서울시립미술관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막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방금 전 왕궁수문장교대의식을 진행했던 분들이 우르르 몰려오셨다.🤣
반대편으로 정동교회가 보였다. 너무 서양식 느낌의 건물이라 맨 처음에는 교회가 아닌 서양식 묘지..?의 느낌이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교회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더라.
많은 대사관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 확실히 여긴 분위기가 남다르구나! 건물들도 전부 이뻤고 뭐 하나 나사 빠진 공간 없이 아기자기하고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난 그런 느낌이 참 좋다.
돈의문 박물관마을
대사관들을 빠져나와서 앞으로 걷다 보면 도로가 나오는데, 신호를 건넌 후 사진 속에 보이는 언덕 위로 올라가다 보면..!
돈의문 박물관마을을 만날 수 있다. 서대문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돈의문은 6080세대의 추억이 살아 있는 아날로그 감성공간 등 100년이라는 시간이 중첩된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마을로 재탄생되었다고 한다. 컨셉대로 정말 돈의문 박물관마을은 옛 추억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예술 문화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있는데, 국립민속중앙박물관에 있던 추억의 거리처럼 옛 감성이 느껴지는 그런 공간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2월인데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장식들로 가득했는데, 나름 포토존으로 이용할만한 장소들이 많아서 12월 25일에 느낄 수 없었던 크리스마스의 기분을 잔뜩 느낄 수 있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지오와 한식식당이었던 한정건물을 합쳐서 아지오 전시실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유적박물관 같은 느낌이었는데 1층에는 조선시대 이후의 돈의문 역사와 사진갤러리, 2층에는 동네의 기록과 동네 사람들이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용요금은 유적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홍난파 가옥
돈의문 박물관마을을 빠져나와서 다시 도로를 따라 쭉 걷다 보면 두 갈래길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 길로 가면 한국의 슈베르트라 불리는! 고향의 봄, 무지개, 개구리, 나뭇잎 등 111개의 동요를 작곡하였던 홍난파가 6년간 머물면서 유명해진 홍난파 가옥을 볼 수 있다.
1930년대 서양인 주택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홍난파 가옥은 지상 1층과 지하 1층의 붉은 벽돌조 건물로 되어있었으며 주변에는 독일인 주거지가 많았다고 하는데 다 없어지고 이 집만 남아있다고 한다. 원래는 출입이 가능해서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고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현재는 문을 닫은 상태라 너무 아쉬웠다.
인왕산
인왕산에 들어가는 길은 조금 복잡했다. 진입루트가 주택가여서 여기서 한 20분은 헤맸다. 다행히도 주택에서 나오시는 분이 계셨기에.. 그분에게 길을 여쭤보니 여기 두 갈래 길에서 오른쪽으로 한 번, 왼쪽으로 한 번 돌면 바로 인왕산 등산 코스가 나온다고 했다.
아저씨의 말대로 슉슉 길을 꺾으면서 들어가니 금방 인왕산 진입로가 나타났다! 우리가 이용할 코스는 사진에 표시된 루트로 종로구문학체육센터에서 창의문쪽으로 빠져나오는 코스다. 창의문쪽으로 나오면 바로 윤동주 문학관이 있으니 참고하시길~!
멋진 경치를 둘러보며 걷다 보면 본격적인 인왕산 진입로가 나타난다. 올라오던 길은 산책로였고.. 여기서부터가 본격적인 등산 코스인가봄.
그냥 동네에 있는 산 정도겠거니 생각했던 여자친구도 점점 속도가 느려지면서 숨을 거칠게 내쉬고 구슬땀을 흘리시더라.😂 자꾸만 쉬었다 가자고 하는데ㅋㅋ 어림도 없지! 쉬었다 가면 더 힘들고 지치기 때문에 계속해서 빨리 올라가자고 재촉했다.
워밍업 코스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본격 등산 코스로 들어가니 확실히 힘들더라..🤢 등산로라 그런지 경사도 높아지고 아직 눈이 녹질 않아서 길도 미끄러웠다. 그래도 경치 하나만큼은 너무나도 나이스 했기 때문에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올라가는 재미가 있다.
여기가 지도에 표시된 야경포인트라고 하는데.. 더 좋은 카메라와 삼각대가 있다면 나도 이곳에서 야경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돈 모으면 캐논 R6 지를 예정임 흐흐..)
헥헥거리며 오르다 보니 어느새 인왕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사진을 찍을 장소들이 정말 많은데.. 이날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고 하나같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서 대기를 하고 있더라..😂 나도 평소에 이런 줄은 그냥 스킵하는 성격인데.. 여기서만큼은 꼭 레전드 샷을 찍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근데 진짜.. 사람들 한 번 올라가면 내려올 줄을 모르더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나도 레전드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열심히 점프를 뛰었다. 그렇게 탄생한 사진이 바로 이 사진 되시겠다.(지금 카톡 프사임) 광각+로우앵글로 찍으니 농구선수급 점프마냥 엄~청 높이 뛴것처럼 나왔다.🤗 솔직히 좀 쪽팔리긴 했지만 나는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빨리 자리를 비켜준 편이라 당당하게 내려왔다.
윤동주 문학관
- 입장료 무료
- 사진 촬영 X (제1 전시실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에서는 가능)
정상 구경이 끝났으니 이제 윤동주 문학관을 둘러보기 위하여 창의문쪽으로 움직인다. 조금 더 정상에 머물고 싶었지만 이때 날씨 겁나 추웠다..🥶
표지판을 따라서 쭉쭉 내려가다 보면 진짜 조용한 도로가 나오는데.. 여기서 오른쪽 샛길 아래로 쭉 내려가면 된다.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윤동주 문학관에 도착했다. 인터넷 사진으로 봤을 땐 규모가 조금 커보였는데 실제로 보니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그냥 살짝 큰 편의점의 느낌이랄까? 아무튼, 실내에서는 촬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그냥 눈으로 구경만 했다.
정확히 말하면 전부 촬영이 불가능하지 않고 제1 전시실에서는 영상과 사진이 불가능하고 제2, 3 전시실에서 가능하다고 하는데.. 제3 전시실은 또 영상이 있어서 저작권에 걸린다고 하더라.. 불편해서 그냥 안 찍었다.
남자친구로서, 또 여행가이드로서 내 모든 할 일을 마쳤으니 서둘러 하산했다. 시청에 11시쯤 도착해서 4시쯤 되돌아갔으니 대충 5시간 정도 걸은 셈이다. 여자친구는 오늘 정말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아서 즐거웠다고 극찬을 하던데, 이 말 한마디가 나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더라. 근데 집으로 돌아와서 다리가 후들거린다는걸 보니 아마도 다음주에는 절대 등산은 불가능할듯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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