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갈 수 없는 코시국에 작성하는 추억팔이 글.. 나도 한번쯤은 작성해보고 싶었다. 다녀와본 곳은 정말 많은데.. 포스팅을 하려고 찍어놓은 사진들이 많은데.. 이놈의 게으름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한, 하드에 쌓여있는 사진들을 보고 나 자신을 뒤돌아본다.
아무튼, 때는 바야흐로 코로나가 터지기 바로 직전의 여름! 아마도 2019년이었을 것이다. 이때는 회사를 퇴사하고 떠나는 여행이었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여유로운 상태였다. 이미 일본은 여러번 다녀와본 상태였지만 이상하게 또 일본이 땡겨서.. 가장 빠르게 예약할 수 있는 항공사를 찾아서 예약한 후 바로 오사카로 인천공항에서 날아갔다.
📷
Canon EOS M100
EF-M 22mm f2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내려서 하루카 열차를 탑승하게 되면, 아! 이제서야 아 일본에 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미칠듯한 설레임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것도 잠깐.. 창밖의 구경을 하다 보면 방금 전의 설레임은 어디 갔는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린다.
교토역에 도착했을 땐 정말 폐가 쪼그라드는 줄 알았다. 이때가 여름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여름이었는데 그냥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일본 특유의 습함과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 때문에 100m 걷다가 그늘 속에 숨고.. 다시 100m 걷다가 숨고를 반복했던 것 같다.
우리의 숙소는 교토역에서 그렇게 멀지 않았다. 어차피 교토에서는 오래 머물지 않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아고다에서 가장 저렴하고 평가가 좋은 숙소로 골랐는데.. 놀랍게도 주인아주머니가 한국분이셨다!! 나는 일본어를 듣는 건 어느 정도 하지만 말하는 게 서툴러서 항상 숙소에 들어갔을 때 곤욕을 겪곤 했는데, 다행히도 숙소 주인이 한국인이라니!?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숙소에 짐부터 풀고 가장 먼저 이동한 곳이 니시키 시장이었다. 개인적으로 백화점같은 쇼핑몰보다는 재래시장을 선호하는 편이라 그런지 니시키 시장은 정말 올 때마다 좋았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주전부리들이 정말 많은 편. 여러 가지 먹거리 중에서 내가 처음 먹어본 음식은 바로 관자구이였다.
냄새가 마치 한겨울 길거리에서 파는 버터오징어급의 냄새였는데.. 먹어보니 맛은 그렇지 않더라ㅋㅋ 조개같은걸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가.. 아무튼 기대 이하였음.
관자구이를 다 먹고나서 주식으로 텐동을 먹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그건 사진으로 찍어두질 않은 모양이었다. 텐동 한 그릇을 다 비웠음에도 뭔가 부족한 듯한 포만감을 채우기 위해 메론빵을 하나 사먹었다. 보통 메론빵이라고 한다면 연두색이나 민트색부터 떠올리기 십상인데.. 흰색이었다.
배도 다 채웠겠다.. 이제 메인 관광지인 후시미이나리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이동을 했다. 교토 여행은 여러 번 와봤는데 후시미이나리는 처음이라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확실히 교토의 메인 관광지라 그런지.. 후시미이나리역에도 사람들이 엄청 많았는데 운이 좋게 아무도 없는 타이밍이 나타나서 셔터를 여러 번 눌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역에서 빠져나오니깐 이제 진짜 관광지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들도 엄청 많았고 교토 시내보다 조금 더 찐~득한 일본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나 높은 온도 때문에 이마에서는 땀이 줄줄 흘렀고 등골에도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후시미이나리 신사로 이동하는 길.. 계속 말하지만 이때 날씨가 35도 이상이었나? 그 이상이었을 텐데.. 기모노를 입고 신사로 올라가는 일본 여성들이 많이 보였다. 기모노를 입은 여자들을 보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 저 옷은 시원한 재질일까?
후시미이나리 신사 입구에 사람들이 줄을 엄청 길게 서있었다. 도대체 뭘까? 싶어서 살펴보니 게살꼬치..? 였다. 와.. 이렇게 더운 날씨에 저 뜨거운 걸 먹겠다고 줄을 서있다니..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겠더라.. 이렇게 비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게살꼬치가 손에 쥐어져 있었음ㅋㅋ 맛은 게맛살을 따땃하게 먹는, 뭐 그저 그런 느낌이었다.
후시미이나리는 여우신사로도 유명하다. 사전에 따르면 이나리신이 부리는 사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여우라는데, 그렇기에 이나리 신사 곳곳에 하얀 여우 상징들이 있다고 한다. 여우들 중에서 종종 벼를 물고 있는 여우가 있다고 하는데 내가 가장 처음 본 여우가 바로 벼를 물고 있는 여우였다. 벼를 물고 있는 여우는 추수와 관련이 있다는 모양..
입구에 놓여져 있는 토리이와 계단을 보니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몇 계단을 올라가니 아차차.. 내가 날씨에 맞지 않는 관광지를 선택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 둘러보는 코스가 대충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그건 전부 다 둘러보는 코스고, 우리는 빠르게 정상만 찍고 내려오는 것을 목표로 했다. 1
후시미이나리의 상징이라고 한다면 바로 토리이가 아닐까 한다. 다른 신사에 비해 토리이 개수가 많다고 알려진 후시미이나리에는 약 1만개의 토리이가 설치되어 있다고 하는데,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많더라.
여기서 인생샷을 남기는 관광객들이 정말 많은데 길은 좁지.. 사진 이쁘게 나오도록 비켜줘야 하지.. 날은 덥지.. 정말 여러모로 힘들었던 것 같다. 사진을 찍은 날에 포스팅을 했다면 온갖 나쁜 말만 골라했겠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그때를 다시 떠올려보니 그것 또한 추억이더라.
신사를 올라가면서 정말 이것저것 많이 봤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사진은 없다. 매점도 있었는데 길거리에 놓여져 있는 자판기가 그리워질 정도로 음료의 가격이 더럽게 비쌌다.
후시미이나리 정상에서 바라보는 교토 시내는 그야말로 절경이었는데, 교토가 정말 크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장소였던 것 같다. 근데 생각 외로 정상에서 볼만한 것들이 없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정상에서는 땀만 식히고 바로 내려와서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서 샤워도 하고.. 옷도 조금 시원한 걸로 갈아입은 후 교토의 밤거리를 즐기기로 했다. 지금 보니.. 캐논의 색감이 정말 좋긴 하구나.. 싶네. 따로 뭘 만지지 않아도 이렇게 깔끔하구나.
도로 쪽이 엄청 시끄럽고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어서 뭔가 싶어 검색을 해보니 일본의 3대 마츠리중 하나인 기온마츠리가 진행된다고 했다. 단순한 퍼레이드겠거니 생가했던 기온마츠리는 헤이안 시대에 일본 전국에서 역병이 창궐하자 그 원인을 원혼의 저주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원혼을 달래기 위해 마츠리를 연 것이 시초라고 한다. 115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마츠리라고 하는데.. 이걸 직접 보게 될 줄이야! 나는 참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기온마츠리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진행되었고 방송사에서 나왔는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도 진행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때의 마츠리 분위기를 간직하기 위해 영상으로 짧게 찍어봤는데, 분위기가 잘 담겼는지는 의문이다. 교토의 날씨는 정말 더웠지만, 더위를 잊게 해 줄 만큼 멋진 축제였던 기온마츠리! 기회가 된다면 한번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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