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역에 올 일이 있다면 나들이 겸 한 번쯤 둘러보기 좋은 곳, 10번 출구 방향에 위치한 한양도성길 흥인지문공원을 다녀왔다. 지도상의 표기는 흥인지문공원이 맞지만 네이티브 명칭은 동대문성곽공원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신호를 건너자마자 바로 흥인지문공원 입구와 함께 오르막길이 나온다. 두 갈래길로 나눠지는 부분이 있는데, 왼쪽으로 가면 한양도성박물관이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한양도성길코스를 체험할 수 있다.
이 구간은 다른 구간에 비해 높이가 있는 편이 아니라서 연인과 함께 산책하기에 딱 알맞은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혜화까지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름에 왔었을 땐 애기똥풀인가 뭔가 하는 것들이 잔뜩 피어있었는데, 아직 3월이라 그런지 시들시들한 풀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2~3개월만 지나면 이 풀들도 푸릇푸릇하게 바뀔 것이다.
'한양도성'이란 한양을 빙빙 둘러싸고 있는 백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 4개의 산 능선을 따라 만든 성곽이다. 과거에는 18.6km의 길이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13.7km만 남아있다고 한다.
현재의 한양도성길은 창의문에서 혜화까지 이르는 백악구간, 혜화문에서 흥인지문까지 이르는 낙산구간, 돈의문에서 창의문까지 이르는 인왕구간외의 남산구간, 숭례문구간, 흥인지문구간이 둥근 형태로 연결되어 있다.
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갔을 뿐인데도, 주변 경치가 확 달라진다. 어디에서 바라보아도 남산타워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삼각대를 챙겨왔다면 야경을 간드러지게 담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성벽 틈으로 보이는 저 동네가 창신동이라고 한다. 어쩌면 동네가 이리도 아름다울까?
다시 천천히 성벽을 따라 오르다 보면 멋들어지게 꾸며진 주택가가 나온다. 제일 먼저 보였던게 빈티지샵이었던 것 같은데 외관에서부터 느껴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들어가는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사람 졸졸 따라서 들어갔을 것 같은데, 보통 이런 분위기의 가게 앞에서는 늘 쫄보가 되버리기에...
파랗게 올라오는 새싹들, 스멀스멀 피어오르려고 하는 꽃나무들.. 이제 무늬만 봄이 아닌, 진짜 봄이 시작되나 보다.
심심치 않게 피어있는 산수유나무도 발견할 수 있었다. 층층과나무에 속하는 산수유나무는 3~4월에,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산책할 겸 올라왔던 건데 뜻밖의 수확을 얻고 간다.
지붕 위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눈이 좋지 못한 나는 도대체 어디서 고양이가 울고 있는지를 찾을 수가 없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지붕 위를 바라보며 손짓하는 것을 보고서야 이 녀석을 찾을 수 있었다.
미야옹 미야옹 울다가도 카메라를 들이대니 얌전하게 모델포즈를 취해주는 고양이. 정말 요물이다.
시간 날 때마다 뒤를 돌아봐주자. 올라오면서 계속 봐왔던 풍경이더라도 높이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서울의 모습에 입이 떡! 벌어질 것이다.
흥인지문공원의 성곽길을 따라 걷다보니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뭐지? 행사라도 하는 걸까? 싶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놀랍게도 주택가에 여러 카페들과 식당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배라도 고팠으면 뭐라도 사먹었을텐데, 아쉽게도 소화하려고 올라갔던 거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대로 길을 따라 올라갔다.
이 날, 오전에 비가 주룩주룩 내렸는데.. 4시쯤 되니 하늘이 열리고 해가 쨍쨍 떴다. 언제 다시 구름에 가려질지 몰랐기에 곧바로 셔터를 눌렀다.
이런 걸 바로 시그널이라고 하는 걸까? 우리는 서로의 모습을 찍은게 아닌가 싶다.
그림같이 반쪽으로 열리는 하늘. 이때 한양도성길을 따라 오르던 사람들이 일제히 멈춰서 감탄사를 연발했던 것 같다.
흥인지문공원의 정상(?)에 오르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가 펼쳐졌다. 저 반대편에는 저번에 다녀왔던 인왕산도 보였고 부암동도 살짝 보이는 것 같았다. 경치 하나만큼은 정말 예술이었다. 여기서 더 진행하면 낙산공원쪽으로 갈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돌아가는 시간도 있어서 여기까지만 구경하고 내려가는 방향을 선택했다.
쨍쨍했던 태양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언제나 운동부족인 우리 S양은 올라올 땐 화장실이 어디 있냐며 칭얼댔지만 올라오면서 봤었던 수많은 볼거리들과 이쁘게 피어있는 봄꽃들이 마음에 들었는지 따라 나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려갈 땐 조금 다른 길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흥인지문공원 입구에서부터 올라온 길을 따라 다시 내려가다 보면 두 갈래 길로 나뉘는데, 한쪽은 왼쪽은 성벽을 따라 걷는 길, 오른쪽은 주택가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갔다.
올라오면서 봤었던 감성 카페들의 입구가 이쪽이었던 모양이다.
오오.. 개뿔.. 새롭게 변화하는 모양이군..
감성 길목답게 젊은이들의 감성을 살살 긁어대는 건물들이 많더라.
비즈를 사러 나왔던 김에 가장 가까웠던 동대문 한양도성길 흥인지문공원을 가봤던 것인데, 생각보다 너무 이쁘게 꾸며져 있어서 보는 재미와 걷는 재미가 더해져서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 같았다.
동대문역에서 천천히 올라갔다가 사진 찍고 내려오면 얼추 2시간 정도 걸릴 테고, 카페나 음식점을 방문하게 된다면 넉넉잡아 4시간 코스는 될 것 같은데.. 여자친구와 함께할 서울 데이트코스를 걱정하고 있는 남정네들이 있다면 이 글을 참고해서 흥인지문공원도 가보고, 성곽길도 걸으며 행복한 시간 보내길 바란다.(여친이 걷는걸 좋아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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