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나무의 잎이 다 떨어지기 전에 메모리카드에 한 장의 사진이라도 더 남기자는 생각으로 카메라를 챙겨서 후다닥 출사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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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JIFILM X-T4
XF18-55 F2.8-4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동두천에 있는 니지모리 스튜디오에 도착했어야 했는데, 누적된 피로 탓인지 늦잠을 자버렸고.. 집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편도로만 2시간 30분을 이동하는 것이 쉽지가 않아서 그냥 1호선으로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월미도를 선택했다.
인천역하면 인천 차이나타운을 떠올리기 십상인데, 여긴 너무나도 많이 가봤고.. 먹을 것도 정말 많이 먹어봐서 그런가 그렇게 끌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 근방엔 뭐 볼거리가 없을까 하고 지도를 둘러보는데, 월미도가 바로 옆에 있더라... 그것도 바로 옆에..!!
차이나타운 맞은편에는 월미바다열차가 있다. 이 열차를 이용하면 인천역에서 월미도까지 단숨에 도착할 수 있지만, 거리도 그렇게 멀지 않은 것 같고.. 요즘 같은 시기에 좁은 공간에서 부비부비 하는 게 조금 꺼름직해서 걸어가기로 했다.
인천역에서 월미도까지 걸어서는 20~30분 정도 걸린다. 조금 힘들고 귀찮긴 해도 이곳저곳을 보며 셔터를 누를 수 있어서 힘든줄도 모르겠더라.
웅장한 월미바다열차 레일.. 근데 요상하게도 내가 걷는 중에는 한대도 안지나가더라. 뭐지..? 운행을 하지 않는 건가?
제일 재미없는 직선코스를 쭉 걷다 보면 "관광특구 월미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볼 수 있다.
맥주캔처럼 생긴 요상한 탱크.. 이 안에는 화학물질이 들어있는 걸까? 디자인이 참 이쁘다.
월미바다열차의 정류장인 월미공원역이 보인다. 파랗게 보이는 창문과 레일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월미공원역을 지나니까 바로 월미공원 입구가 보였다. 처음에는 공원이 아니라 위병소인줄 알았다.. 사람도 너무 없었고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서 지도를 잘못 보고 왔나 했다..
공원인데 왜 신혼부부의 조형물이 보이는 걸까? 하고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니
이렇게 작은 문 사이로 어~~~엄청 길어 보이는 길이 보였다. 안내판을 보니 이곳은 한국전통정원(월미전통정원)이라고 하는 곳이며 약 20개 정도의 볼거리가 있다고 한다. 월미도에는 수없이 많이도 와봤지만, 디스코팡팡만 있을 줄 알았지.. 주변에 이런 볼거리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떤 장소부터 둘러봐야 할지 몰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저 멀리 안내소 앞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가족단위가 많았는데 다들 뭘 하나씩 집어가는 것 같아서 확인해보니 스탬프투어를 진행하고 있었다. 한국전통정원 곳곳에 스탬프가 있는데, 스탬프를 모두 모아가면 보상을 주는.. 요런 느낌이었다. 나는 진행을 하지 않았기에 보상이 뭔지는 모른다.
우선 아무 생각 없이 길 따라 쭉 걸었다. 전통정원이라 그런지, 기와들이 참 많았다.
걷다 보니 어디선가 동물의 응가 냄새 같은 게 솔솔 났다. 냄새 따라 이동을 해보니 세상에나.. 동물원이 있었다. 서울대공원에 있는 그런 동물원급은 아니고.. 20~30M? 정도 되는 길목에 동물 우리가 설치된 형태였다. 토끼들이 정말 많았는데, 사진을 찍으려고 몸을 숙이니까 다들 먹이를 주는 줄 알고 후다닥 뛰어오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반대편에는 사슴도 있었다. 암컷은 뭐에 정신이 팔렸는지.. 가만히 허공만 보고 있었고, 수컷은 암컷을 만날 수 없어서 화가 난건지.. 자꾸 암컷이 있는 벽을 향해서 뿔을 긁었다. 일본 나라사슴공원에서는 사슴들이 넓은 공간에서 정말 자유롭게 뛰놀던데.. 이렇게 좁은 공간에 하루 종일 있으면 정말 심심할 것 같다.
동물원을 지나서 조금 더 들어가면 누런빛의 억새꽃 언덕이 보이고, 언덕 위에 정자가 하나 있다.
계단으로 올라가도 좋지만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옆에 있는 샛길을 이용해보자. 올라가는 길에도 억새꽃들이 한가득 피어있어서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도 정말 좋을 것이다.
정상으로 올라가 보니 월휴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그 옆으로 작은 우체통 같은 스탬프 스팟이 보인다. 아까 입구에서 봤었던 스탬프투어 가이드북을 가지고 와서 발자취를 남기면 된다.
때마침 월미바다열차가 지나간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예전처럼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드문드문 앉아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물류 탱크..?
안쪽으로 들어가면 양진당이라는 종갓집을 볼 수 있다. 이곳은 류성룡의 친형인 류운룡의 집으로 안동 하회리에 있는 집을 그대로 재현하였으며 'ㅁ'자형의 안채를 중심으로 앞면 동쪽에는 문간채가, 뒷면으로는 사랑채가 연결되어 3개의 건물이 자연스럽게 결합되어 보인다고 한다.
안뜰에는 수많은 장독대들이 있다.
설명에서는 양진당의 대부분 건물과 담장, 삼문, 협문을 재현하였다고 하는데 완성도가 꽤나 높다.
폭포라고는 하지만 물 한 방울 찾아볼 수 없다.
이번에는 부용지라는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가이드북을 보니 원래 이곳에도 물이 가득 차있는 호수던데, 실제로 가보니 물 빠진 자갈밭뿐이었다.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는 스피커에서는 싸이월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음악들이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생각보다 반가운 곡들이 많았는데, 너무 아는 노래들만 흘러나오니까 관리자가 내 싸이월드를 해킹한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
한국전통정원을 어느 정도 둘러보았으니 이번에는 월미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월미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다양한데, 나는 한국전통정원에 있는 숲열림김을 이용했다.
계단을 올라가니 바다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화각이 넓지 않아서 내가 본모습을 그대로 담을 수가 없었다.
띠용? 계단을 올라가니 가이드북에서는 볼 수 없었던 탄약고 갤러리라는 곳이 있었다. 외관만 봤을 땐 말 그대로 군대에서 사용하는 탄약고를 개조한 듯한 모습이다.
사실.. 탄약고 갤러리가 있는 줄도 모르고 오기도 했지만.. 너무 볼 게 없어서 실망했다. 정확히 말하면 뭘 봐야 할지 모르겠더라. 요즘 유행하는 빈티지스러운 소품들 몇 개 가져다 두고 갬성을 뽑아내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야말로 빈티. 그래도 뭐, 안보는 것보다야 나으니 심심하면 한번 둘러보도록 하자.
탄약고 갤러리에서 나온 후 월미공원을 한 바퀴 돌아봤다.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월미도와는 다르게 이곳은 정말 한적한 느낌이 들었다. 바로 옆에 디스코팡팡이 있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거니.. 싶었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운동하는 사람들뿐이었다.
단풍도 다 떨어졌겠지 싶었는데, 아주 잘~익은 단풍나무를 발견했다.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저 멀리서 둔탁한 엔진음이 덜덜덜덜 하고 들렸다. 뭐가 슥~ 지나갔는데, 자세히 보니 셔틀버스였다. 아까 입구에서 물범셔틀카라고 공원 입구에서 월미산 정상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있다는 표지판을 봤는데, 그게 이거였나 보다. 가격은 성인을 기준으로 1,500원 밖에 하지 않으니 편하게 월미공원을 둘러보고 싶다면 추천!
월미공원을 둘러보다 보면 전망대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데, 전망대에 서서 바라보면 눈앞으로 그림 같은 인천바다의 풍경이 쏟아진다.
월미공원에서 내려왔으니 월미도도 잠깐 둘러보기로 했다. 가는 길목에 해양경찰 기념비석과 함께 해양경찰의 멋진 함선이 보인다. 이때는 체력적으로도 바닥이 난 상태였는데 그 옆으로 조용히 지나가는 월미바다열차를 보니.. 다음부터는 이렇게 개고생을 하지 말고, 편리하게 살아가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월미도로 들어가니 벌써부터 쿵짝쿵짝 신나는 소리가 들린다.
이리와 안아줄께도 아니고, "여기 와서 먹어~ 잘해줄게~~" 아직도 월미도는 조개구이로 쇼부를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여기나 저기나 조개구이 무한리필.. 어차피 다 같은 바다에서 잡은 조개일 텐데..
조개구이는 먹기 싫고.. 배는 안고픈데.. 뭐는 먹어야겠고.. 싶어서 번데기와 닭꼬치를 하나씩 주문했다. 놀랍게도 번데기가 금을 처먹고 자란 건지, 아니면 금이 쳐발린건지 모르겠는데 종이컵으로 한 컵이 3천원이라고 한다. 마트에서 800원하는 번데기 캔이랑 비슷한 양인데, 이걸 4배가량 주고 먹는다니.. 내가 샀지만 돈을 지불하고 나니 왜 샀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닭꼬치 역시 3천원이었는데 나름 맛은 있었다..
이날, 날씨가 정~말 추워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따뜻한 커피가 그렇게 땡기더라. 마침 주변에 보이는 빽다방과 메가커피! 아무래도 프랜차이즈 카페는 개인카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서 그런지, 가족단위가 정말 많았다. 우리는 어디 느긋하게 앉아서 차를 마시기 보다는 서둘러서 움직여야 했기에 가격이 저렴한 메가커피에서 주문을 했다. 커피는 정말 따뜻했다.
올여름엔 영종도에서 월미도를 바라봤는데, 계절이 바뀌니 월미도에서 영종도를 바라본다. 그래도 바다는 한결같다.
바람이 많이 차서 그런지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들보다는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디스코팡팡은 말하지 않아도 대기줄이 가득했고, 유튜브 영상까지 촬영하고 있어서 그런지 정말 시끌벅적했다.
나는 놀이기구를 잘 타지 못한다. 잘 타봐야 바이킹, 신밧드의 모험 정도? 그래서 항상 남이 타는 걸 보고 대리만족을 하는 편인데, 이 슬링샷이라는 놀이기구는 도저히 두 다리로 서서 볼 수가 없겠더라.. 여자 혼자서 이걸 타고 즐기는데, 어우.. 바로 오줌마려웠다.
겨울이라 해가 금방 떨어졌고 슬슬 패딩 안을 파고드는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오한이 들렸다는 뜻.
돌아가는 길에 뜬금없는 보케샷을 찍어본다. 집에 와서 보니 내가 언제 이런 걸 찍었지? 싶을 정도로 기억에 남지 않는 사진이었지만 막상 포스팅을 하면서 보니 이것도 나름 느낌 있게 잘 찍었다는 생각이 든다.
먹거리라고는 하나라도 찾아볼 수 없는 대신, 볼거리가 많았던 월미공원과 한국전통정원. 1호선 인천역에서 내린 후 도보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기에 나같은 뚜벅이들에게는 정말 좋은 출사지가 아닐까 싶다.
인천, 월미도 데이트코스로도 훌륭하고 사진스팟들도 많아서 인스타 감성 사진을 남기기에도 정말 좋은 장소인 것 같다.내년 여름에도 방문할 계획이 있는데, 그때는 또 어떤 모습일지.. 정말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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