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 남들은 단풍놀이를 다녀왔는지 카톡 프로필이며 인스타 사진이며.. 죄다 단풍으로 도배가 되어있는데 저는 현생이 바쁜지라 아직 단풍구경을 다녀오지도 못한 채 매일같이 일에 치여 살고 있네요.
이렇게 시간을 보내기에는 뭔가 인생이 가엽고 불쌍한 것 같아서 출근할 때 챙겼던 카메라를 가지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회사 근처에 있는 '원미공원'을 다녀와봤습니다.
Fujifilm X-T4
XF 18-55mm F2.8-4
원미중학교와 부일초등학교 앞 구불구불 거리
초등학교에서 원미공원으로 진입하는 도로인데 타이밍 좋게 멀리서 달려오는 오토바이를 찍게 되었네요. 이 사진은 뭔가 일본 느낌으로 보정하면 좋을 것 같아서 전체적으로 블루톤으로 만든 후 자글자글한 그레인도 넣어봤어요.
얼마 전까지는 푸릇푸릇했는데 벌써 노랗게 변해버린...
골목을 지나면 원미공원이 바로 나옵니다. 원미공원은 진달래 축제로 유명한 원미산 바로 아래에 조성된 공원으로 어린이 교육장, 농구장, 축구장 등이 있으며 어린이 교통공원을 통해 부천시의 어린이들이 교통질서와 법규를 배울 수 있는 곳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석왕사와 도서관, 현충탑으로 길이 나누어지는데 저는 현충탑만 둘러보았습니다.
원미공원은 단풍놀이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아니기에 울긋불긋한 단풍나무를 많이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단풍나무를 발견할 때마다 회사 업무에 찌들어버린 뇌가 정화되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현충탑으로 가던 도중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6.25 참전 유공자 기념비 앞에 5명의 아주머니들이 고개를 숙인 채 기도를 하고 계시더라구요. 기도하는 소리가 약간 불교의 느낌이면서.. 오묘한게.. 넋을 놓고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습니다.
현충탑으로 오르는 길은 무척이나 웅장합니다.
전등이 이뻐서 찍고 있는데 어디서 구구구구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반대편에서 비둘기 두 마리가 저를 벌레 보듯 쳐다보고 있더라구요? 비둘기를 볼 때마다 이말년의 비둘기 지옥편이 떠오른다는...
계단이 높아보였지만.. 실제로도 은근히 높습니다.
정상에 오르고나니 부천에서 그나마 높다고 하는 건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저 멀리 쌍둥이 빌딩은 리첸시아, 그 옆에 보이는 건물들은 위브(여기에 도파가 살고 있다는 소문이..), 그리고 그 옆으로는 춘의 테크노 단지가 보입니다.
과거의 부천은 복숭아 꽃(복사)이 많아서 '복사골'이라 불렸고, 현재도 부천은 복사골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허나, 지금은 복숭아꽃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에.. 부천에 거주하는 초, 중, 고딩들이 복사골이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네요. 내가 너무 늙어버린 건가..ㅋ
계단을 오르고 나니 현충탑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늘빛 내 조국 위해 가슴 시린 노래 부르다 한줌 흙으로 묻히시니
해마다 진달래로 피어나 복사골 붉게 물들이고 못다 이룬 꿈 큰 강물 되어 겨레의 가슴을 적신다.
님이시여!
어둠의 장벽 무너졌듯 허리 동여맨 철조망 화해의 입김으로 녹이는 그날 오리니
성주산 흐르는 물되어 원미산 흐드러진 꽃 되어 벅차게 끌어안는 그날 새로운 불꽃으로 다시 피어나 찬란히 이 땅을 비추소서
시가 적혀 있는 현충탑 뒷편에는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 위패봉안실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원래의 현충탑은 처음부터 원미공원에 있던 것이 아닌, 부천이 발전하면서 이리저리 옮기다가 마지막으로 자리 잡은 곳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조금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일기예보대로 날씨는 점점 더 어두워지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원미공원과 현충탑의 모습을 조금 더 남기려고 했는데.. 마지막 사진을 보면 초점이 나간게 보이죠..? 구도 잡고 있는데 갑자기 엄청 굵은 빗방울이 우두두두두 떨어지는 바람에 급하게 카메라를 주머니에 넣으면서 찍힌 사진이랍니다.(일기예보를 보고 나갔어야 했는데..)
단풍놀이 대리만족겸 잠깐 산책을 나간 건데, 생각보다 멋지고, 역사적인 장소를 발견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카메라를 가지고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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