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긁으면서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야경이 찍고싶어짐.. 진짜 아무 이유 없이..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갑자기 막 남한산성 같은 곳에서 옷 두껍게 입고 든든~한 삼각대 짊어진 출사쟁이 아저씨처럼 멋진 사진을 하나 찍고 싶어진거임!! 야경 스팟이야 머.. 널리고 널렸는데 나는 왜 남한산성 야경을 떠올린걸까 생각해 봤는데, 사진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본 스팟이 남한산성이어서 그랬나봄ㅠㅜ
- 경기도 광주시 남한상성면 남한산성로 780번길 64
남한산성 주차장이 어디 있나 찾아보니 집에서 약 1시간 거리 떨어진 곳에 계곡산장에 주차를 하면 된다고 카더라;; 이름 한번 으스스한거보소.. 일단 알려준 주소를 찍고 가봤는데, 와 진짜 그 뭐지.. 아포칼립스라고 해야 하나? 인류 종말시대에 발견한 간판같은게 하나 보이더라? 스산하다는 표현이 딱 알맞을 듯;
근데 진짜 놀랍게도 이곳이 남한산성 야경 주차장이었던 것;;
참고로 도착 시간은 무려 오후 10시 30분!
늦은 시간이기도 하고.. 또 위치가 산속이라서.. 와이프가 야경 보는 사람 없으면 바로 도망 나오자고 해서 배려하는 마음으로 일단 OK라고 말하긴 했지만.. 사실 내 마음속은 거기까지 갔는데 그냥 돌아온다고? 그냥 나라도 보고 와야지 하는 심정이었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호신용 삼단봉과 스마트폰보다 더 밝은 손전등까지 챙겨갔을까..
근데 아무도 없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늦은 시간에도 계곡산장 주차장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커플 단위가 많아서 안전불감증 No.1 겁이 많은 와이프도 당당하게 걸어 올라갈 수 있었다.
주차를 끝냈다면, 계곡산장 기준 왼쪽길로 쭈우우욱 올라가면 된다. 내 기준에서 10분 정도 올라가니 남한산성 야경스팟이 나왔음.
얼마 전에 눈이 정말 많이 내렸지만, 도시는 금방 녹아 사라졌는데 여긴 아직도 눈이 한가득이다. 강원도에서도 못 봤던 눈을 서울에서 보다니! 올해도 겨울 감성 사진 든든하게 챙기고 간다.
올라가다 보면 차단기 하나가 나온다. 출입 금지라고 써있는데 사람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차량 출입 통제를 말하는 거니 저거 보고 절대 돌아가면 안 된다. 이 위로는 길이 어두울 줄 알았는데, 가로등도 켜져 있고 길도 잘 정돈되어 있어서 산책하는 느낌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에 화장실도 있으니 급하신 분들은 이곳에서 해결하시길.
소복소복 눈을 밟으면서 올라가다 보면 성문 하나 나온다.
요즘 퇴근하면서 진삼국무쌍 오리진 플레이에 푹 빠져있는데, 게임에서 나오는 성하고 비슷한 걸 발견하니깐 빨리 집에 돌아가서 컴퓨터 키고 게임이 하고 싶어 졌음..
야간+조명도 잔잔하게 잘 들어와서 인증사진 남기기에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남한산성 야경뷰를 볼 수 있는 스팟에 도착하니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께서 야경을 즐기고 계셨다.
그래서 나도 한번 내려다봤는데.. 오우 정말 감탄이 나오는 뷰였다.
바로 삼각대 펼치고 장노출로 한 장 팍! 찍어봤는데 어.. 음.. 내가 생각한 그런 선명하면서 멋진 야경은 안 찍히더라. 롯데월드 타워 조명도 다 꺼진 느낌이고..
슬펐다. 하늘도 미세먼지 때문에 곰탕색상이고 남들이 찍은 사진처럼 휘황찬란한 그런 느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까? 조용히 흐르는 눈물이 두 뺨을 적셨다.
그래도 열심히 찍어봤다. 집에 와서 보정을 하고 살려내면 그만이니깐! 그럴라고 몇백만원 투자해서 카메라를 지른거니깐!!
후훗..
이제야 좀 남한산성 야경 같은 사진이 나왔다. 잠실 롯데월드 타워와 뒤에 있는 남산타워를 기준으로 주변에 화려하게 빛나는 건물들! 그래 이거지 이거야.. 미세먼지로 좀 흐리면 어때.. 라이트룸 디헤이즈로 안개 밀어버리면 그만이지..
다른 건 다 그냥저냥 만족하는데, 렌즈가 좀.. 아니, 아주 많이 아쉬웠다. 이날 챙겨간 렌즈는 2470GM2 금계륵2였는데 야경은 확실히 광각이나 표준줌보다는 망원단이 더 맛있는 사진이 나오는 것 같더라.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다면 70200GM2 렌즈도 한번 맛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찾아간 시간은 블루아워도 아니고 골든아워도 아닌 완벽한 칠흑의 시간대라서 사진이 더 맛없게 찍힌걸지도 모르겠다. 고수들의 사진을 보면 보통 하늘이 주황빛으로 살아있거나 살짝 해가 저무는 블루아워 시간대에 촬영해서 맛있는 사진을 건지시던데 말이지. 다음에는 좀 더 이른 시간대에 찾아가서 멋진 사진을 남겨보고 싶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지만 내려갈 때는 아니란다를 증명하듯, 길이 상당히 미끄러워서 올라올 때보다 내려갈 때 시간이 더 걸렸던 것 같다.
내려오니깐 거의 밤 12시가 다됐더라;; 잠깐 있다가 내려온 것 같았는데 은근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었군... 돌아가는 길에 남한산성.. 맞나? 무튼 큰 정원 같은 게 보여서 한 바퀴 돌아보고 사진 몇 장 찍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한산성 야경이 서울 야경명소라고 하던데, 실제로 가보니깐 그 이유를 알겠더라. 날씨만 좀 괜찮으면 서울 랜드마크 여기서 원큐에 찍는 게 가능할 듯? 남한산성 주차장이 조금 헬이긴 하지만, 그냥 야경 찍먹만 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우리처럼 완전 늦은 시간에 찾아가 보는 걸 추천함. 황금시간대에 오면 주차문제도 그렇고 사진 찍을 때 자리 잡는 것도 보통이 아닐듯;;
광고없이 주관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마로에니에게 있으며
무단복제, 도용, 수정, 재배포 불가합니다.
Copyright © Maroeni All Rights Reserved
'@ Landscap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진찍기 좋은 보령 청소역 감성 낭낭하게 살아있는 간이역 (4) | 2025.03.21 |
---|---|
보령 당일치기 충청수영성 & 오천항 서해바다 냄새 그윽한 마을 (6) | 2025.03.16 |
강원도 양양에서 오르는 설악산 오색약수터 트레킹 즐기기 (18) | 2025.02.23 |
정명고 둘레길에서 시작하는 소래산 등산 코스 (5) | 2025.02.16 |
인천 드라이브 코스 대부도 시화방조제 휴게소 전망대 둘러보기 (1) | 2025.02.02 |
서울 가챠샵 국제전자센터에서 구한 포켓몬스터 클립2 굿즈 (2) | 2025.01.11 |
핫도그가 아닌 역광 맛집 양평 두물머리 드라이브 후기 (6) | 2024.12.22 |
K&F 블랙미스트 필터 1/4로 담아낸 상동 호수공원 식물원 수피아 (5) | 2024.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