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원성당
갑자기 그런 날 있잖아요.
'이 동네를 이렇게나 많이 왔었는데, 여기는 안 가봤었구나.. 오늘은 여기나 가볼까?'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요.
이 날이 저한테는 그런 날이었어요.
풍수원성당. 꼭 한번 가보고 싶었거든요. 원래 성당의 그런 조용하면서도 엄숙한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안 그래도 조용한 횡성.. 거기다가 산속에 성당이 있다니! 사진을 찍으면 얼마나 예쁠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막 두근거렸어요.
근데 여길 이미 다녀오신 분들이 하나같이 하시는 말씀이.. 볼만한게 없다. 차라리 여길 갈바엔 다른 횡성 가볼 만한 곳을 찾아봐라 등등.. 추천해 주시지는 않으시더라구요.
그러든가 말든가. 네비로 횡성 풍수원성당을 찍고 바로 출발했어요. 어느 정도 도심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WOW.. 진짜 사람들이 아무도 안 올 것 같은 그런 장소에 성당이 자리잡았더라구요.
오래된 성당이라서 주차장 같은 건 없을 줄 알았는데, 풍수원성당 주차장도 아주 넓~답니다.
주차장 바로 맞은편에는 야외 테라스까지 준비되어 있는 풍수원베이커리 카페도 있었어요.
이 근처에서 간단하게 차를 마시거나 군것질을 할만한게 없어서 풍수원성당을 찾으시는 손님의 90%는 이 카페를 방문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역사가 깊은 풍수원성당.
사전에 의하면 고종3년, 1866년에 병인양요로 천주교에 대한 탄압이 심해졌다고 하는데요. 그때 신도들이 피난처로 지냈던 곳이 바로 이 풍수원성당이라고 해요.
고종27년인 1890년에는 프랑스인 르메르신부님이 1대 신부로 부임해 초가 본당을 창설하였고 1896년에는 정규하신부가 2대 신부가 되어 신도들과 함께 공사에 참여해 지금의 풍수원성당을 완성하였다고 해요.
기억하기기가 어려우시다면 한국에서 네 번째로 지어진, 한국인 신부가 지은 최초의 천주교 성당이라고만 기억하시면 될 것 같아요!
12월에 방문했는데요. 이날 바람도 많이 불었고 날씨도 쌀쌀했었어서 풍수원성당을 찾아오신 분들이 거의 안 계시더라고요. 주차장이 텅텅수준..
그래도 빛이 따스하게 쏟아졌고 하늘도 곰탕처럼 흐린 날이 아니어서 조용히 혼자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기는 좋았습니다.
서울에는 폭설 때 내린 눈이 다 녹았는데 여기는 기온이 낮아서 그런가 아직도 눈이 녹지 않았더라구요.
풍수원성당은 입구에서 바라봐도 아름답지만, 마을 쪽에서 올려다보는게 훨~씬 더 예쁘게 보인답니다.
양쪽에 큰 느티나무 두 그루 사이로 우뚝 솟은 풍수원성당. 뷰가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다른 장소들도 예쁘지만 인증사진을 남기고 싶으신 분들은 이 스팟을 추천드려요.
참고로 이 느티나무 두 그루는 성당 봉헌식때 심은 기념식수로 나이가 무려 150년 가량이라고;; 어쩐지 나무가 주변 나무들에 비해서 엄~청 커보이길래 무슨 사연이 있겠지 싶었거든요.
메인인 성당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게 해놨더라구요.
다른 블로그에서는 실내 사진도 찍었길래 내부도 관람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내부는 촬영도 불가하고 신도가 아니면 출입을 할 수 없게 막아두었다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주변 건물들을 하나하나 살펴봤는데요. 일정 지역은 신도들만 이용할 수 있고, 저 같은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은 공원이랑 박물관정도만 관람할 수 있게 해놨더라구요.
풍수원성당 정문을 기준으로 왼쪽 길이 십자가의길인데요. 산책로 옆에 신앙과 관련된 글귀들이 있어서 천천히 읽으면서 올라가는 맛이 있더라구요. 어렸을 때 교회를 잠깐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게 요번 여행에서 은근히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성당 출입이 불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인지 십자가의길의 인기가 상당하더라구요. 대부분 여길 한 바퀴 돌고 가신다는..
한국민속촌 스멜 솔솔 풍기는 거리.
풍수원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그런지 관람시간은 생각보다 짧았어요.
이대로 돌아가기는 아쉬워서 마을을 한 바퀴 돌아봤는데요. 10가구..?정도 있는 것 같았는데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없는 건지 모를 정도로 마을이 엄~청 조용하더라구요.
그래도 고즈넉한 맛도 있고 제가 좋아하는 고양이도 많이 있었어서 심심하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조용히 걸으면서 사진 찍기는 정말 좋았습니다. 무교이긴 하지만 관람하는 시간 동안은 천주교인의 마음과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려고 했던 시간들도 즐거웠구요.
사진 찍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 보셔도 좋은 장소. 횡성 볼거리 풍수원성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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