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널시티
이번 여행의 키워드는 '휴식'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바라보며 카메라로 담는 것도 좋지만, 이번 여행에서만큼은 하루정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여행지의 분위기를 온전하게 느끼고 싶었습니다.
어떤 스팟에서 시간을 보낼지 한참을 생각했었습니다. 하카타강에 앉아있을까? 텐진 지하쇼핑거리나 걸어볼까?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지만 역시나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후쿠오카 캐널시티만한곳이 없더라구요.
흔하게 볼 수 있는 캐널시티의 모습.
동그란 돔 형태의 모습이 인상적이라 처음 캐널시티에 왔었을 때 그 감동을 쉽게 잊지는 못하겠더라구요.
메인 광장의 모습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저는 그 너머에 있는, 반대편의 캐널시티의 풍경을 조금 더 좋아합니다.
일본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깔끔한 도로와 이발시기를 3개월쯤 늦춘 것 같은 느낌의 무성한 풀들이 뒤덮인 건물. 현대적인 느낌과 아포칼립스의 분위기가 적절하게 섞인 것 같지 않아서 마음에 듭니다.
캐널시티를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쇼핑보다는 식당부터 찾으실 겁니다.
저도 자주 방문하는 후쿠오카이긴 하지만 늘 이곳을 방문할 땐 허기가 져있는 상태이고 배부터 채우기 위해서 식당먼저 찾거든요.
캐널시티에서 제대로 배를 채울만한 식당은 지하 1층과 4층에 많습니다. 아! 많다는 표현까지는 좀 그렇고 그냥저냥 일본식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제대로 된 식당이 몇 개 있다고 표현하는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하 1층에는 그나마 저렴한 음식점들이 많은 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4층이 막 비싼 건 아니구요. 지하와 비교했을 때 다소 금액대가 조금 높은 편입니다.
일본여행을 상징하는 SNS 대표 음식인 이치란라멘을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은 지하부터 둘러보시는게 좋습니다. 평일 오전에 오면 웨이팅 없이 빠르게 들어가실 수 있지만, 주말에는 백화점+인기 맛집이라는 타이틀이 더해지면서 웨이팅이 제법 긴 편이거든요.
막상 먹어보시면 '고작 이런 걸 먹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고?'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틀린 생각은 아닙니다. 이치란라멘이 유명한 건 맞지만, 맛으로만 따진다면 막 그렇게 맛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래도 갬성 한 스푼을 느끼기엔 충분하니 일본여행이 처음이시라면 경험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4층에는 우설전문점과 같은 레스토랑이 몇 곳 있습니다.
저희는 1인당 1800엔이었나..? 대충 그 정도 가격대에 판매되는 우설정식이 있더라구요. 모형으로 된 음식이 상당히 맛있어 보여서 들어갔는데 한국어가 매우 능숙한 직원분이 계시더라구요?
덕분에 음식에 대한 설명까지 듣고 음식을 주문했는데.. 솔직히 조금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어요.
정말 얇은 우설 5조각에 미소시루.. 두꺼운 단무지 몇 점과 우설을 찍어먹을 갈린 마... 양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우설의 맛을 몰랐던건 아닙니다. 예~전에 유튜브 유우키님의 영상을 보다가 일본인이 얼마나 우설을 사랑하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저도 우설이라는 식재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거든요.
한국에서 몇 번 먹어보긴 했었지만 일본에서 먹는 건 또 다르겠지 싶었는데, 맛은 거기서 거기였습니다. 캐널시티에서 먹었던 우설정식의 우설은 식감은 조금 질긴 대신 냄새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불향이 가미된 정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연탄불고기를 먹는 맛이었어요.
애니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점프굿즈샵.
요즘 주술회전의 고죠사토루라는 캐릭터에 푹 빠져있어서 여기서 관련 상품 몇 개를 구매했습니다. 가격은 뭐.. 당연히 비쌌지만 어쩔 수 있나요? 본토에서 판매하는 상품이 이찌방인걸요.
가지런하게 정돈된 느낌보다는 최대한 빈틈이 보이지 않게 진열하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인가봅니다. 참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어요. 마음이 안정화되는 느낌.
이런 옷장이 방 한켠에 있다면 좋겠어요. 열심히 관리할 자신이 있거든요.
오며 가며 느끼는 것이지만, 반쪽 원형의 모습을 하고 있는 캐널시티 복합상가는 디자인이 정말 환상적입니다. 검색을 해보니 1990~1996년에 후쿠오카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만들어진 건물이라는데, 얼추 30년이 된 건물인데도 어쩜 이리 세련되었는지.
캐널시티 내부의 풍경도 좋지만, 잠깐잠깐 보이는 캐널시티 밖의 모습도 좋았습니다. 건물들이 작고 빼곡해서 어느 방향으로 카메라를 들어 올려도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질 수 있다는건 일본만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후쿠오카 캐널시티 가챠샵은 꼭 가보세요. 뭐 일본의 가챠샵이미 인기가 많고 혜자스럽기로 유명한데 제가 가봤던 곳 중에서 이렇게 잘 뽑히는 곳이 또 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잘 뽑혔어요.
고죠사토루 피규어도 있답니다! 한국에서 구매하면 3만원대정도로 저렴하게 구할 수 있지만.. 저는 단돈 200엔으로 뽑았다는 사실! 후쿠오카 캐널시티 가챠샵 이렇게 혜자스러워도 되는건가요?
연필을 꽃을 수 있는 니카 피규어랑
지인들이 저를 닮았다고 말한 토비오..(지극히 그들만의 생각입니다만..) 덕분에 관심도 없던 애니를 정주행 했습니다.
고죠 사토루뿐만 아니라 옷코츠유타 피규어까지! 저는 캐널시티 가챠샵에서 대충 한 개당 천엔정도씩 써서 뽑았던 것 같아요. 잘 안 되는 것 같으면 직원분들이 쉽게 뽑을 수 있게 만져주시니.. 너무 걱정하시지는 않으셔도 될 것 같네요.
금방 또 출출해져서 초코크림이 가득 들어있는 파르페도 냠냠해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중앙 무대 쪽이 시끌벅적하더라구요.
가보니 사람들이 잔뜩 몰려있었고 중앙에 성량 좋은 가수가 시원하게 고음을 쏟아내면서 열창중이었습니다. 공연중일때는 감상하기 바빠서 어떤 이름을 가진 가수인지 몰랐거든요. 한국으로 돌아와서 보니 저도 모르게 그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더라구요? 이름이 뭐였는지 막 검색을 해봤는데 KIMIKA라는 가수였네요.
노래가 참 좋아서 엄청 유명하신 분인줄 알았는데.. 검색결과가 잘 안나오는걸 보니 그렇게 잘 알려지지는 않은 가수인 것 같습니다.(아닐수도 있어요.) 근데 노래는 정말 좋아요.
나카스강에도 조용히 밤이 찾아옵니다.
조명빨을 살짝 받은 야간의 캐널시티는 낮보다 더 환상적입니다.
매시간마다 분수쇼를 진행하는데, 특정시간이 되면 더 강렬하게 캐널시티 분수쇼가 진행되나보더라구요. 이걸 보기 위해 여길 와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이번처럼 하루종일 캐널시티에서 시간을 보내본 것도 처음이어서 이런게 있는 줄도 몰랐네요.
캐널시티 분수쇼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쇼이긴 하지만, 막 그렇게 대단할 정도의 쇼는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음악분수'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스팟들이 있고, 한국인들은 이미 그러한 문화에 적응이 되어있기에 캐널시티의 분수쇼를 보기 위해 이곳에 왔다..? 감동보다는 실망감을 느끼실 수도 있겠어요.
쇼핑을 좋아한다..? 후쿠오카 캐널시티 쇼핑은 선택이 아닌 필수코스라고 봅니다. 후쿠오카라는 지역이 쇼핑쪽으로 유명한데요. 그 유명세가 어찌보면 캐널시티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될 것 같더라구요. 웅장하면서 화려한, 거기에서 오는 감동까지.
남자끼리라면 불가능하겠지만 어머니와 동행하는 딸, 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시라면 저희처럼 하루 종일 캐널시티에서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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