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하나 장만했다. 평소 사용하던 캐논이나 소니, 니콘 같은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가 아니고 이번에는 조금 독특한 카메라를 구매해봤다. 이름하야 적외선 열감지 무인감시 카메라인 부엉이눈 C5. 네이밍이 살짝 촌스럽긴 하지만 평가가 제법 괜찮은 편이다. 가격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기준으로 \75,000원
도대체 왜! 이런 카메라를 왜 구매했냐고 물어볼 수 있는데, 그 질문에 답을 하자면 고양이를 한마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무슨고양이냐고? 바로 우리가 얼마 전 집으로 데려온 길냥이인 여름이와 가을이의 어미다. 나는 녀석들이 버려진 걸 확신하고 집으로 데려오긴 했지만, 혹시라도 녀석의 어미가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워놓았는데 닝겐인 나는 그걸 버렸다고 생각하여 잘 키우고 있는 아깽이들을 유괴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만약 어미가 근처에 있는 것이라면 다시 돌려놓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어미를 추적하기 위해 부엉이눈 C5라는 카메라를 구입한 것. 지금 생각해도 참 바보 같은 행동이다.
부엉이눈 C5 개봉기
쿠팡에서 구매한 부엉이눈 C5. 계속해서 언급하지만 이름이 너무 촌스럽다. 박스에서 제품을 꺼낼 때까지도 이 생각은 변하지가 않더라. 아무튼, 내가 이 카메라를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구매 버튼을 누르게 된 이유는 다양했는데,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32M 반경 내의 사람이나 동물을 감지했을 때만 촬영(항시 촬영이 아님)
- 3개의 열감지 센서가 있어서 주간을 비롯한 야간촬영도 가능
- 간단한 조작
- 녹음도 가능
보통 감시카메라는 영상을 메모리카드에 계속해서 녹화하고 용량이 가득 차면 이전 파일을 지우고 최신 파일로 덮어가는데, 부엉이눈 C5는 다르다. 녹화모드에 진입을 하여도 카메라 렌즈 앞에 열감지 대상이 없다면 대기상태로 유지가 되고, 대기상태로만 유지될 시 최대 12개월까지 버틴다고 한다. 때문에 농작물을 훼손하는 야생동물이나 도둑을 잡아낼 때 유용하게 사용된다고.. 물론 일반 사용자인 나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내용이겠다.
제품의 구성품은 다음과 같다.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USB케이블과 기둥이나 나무에 카메라를 고정시킬 수 있는 벨트, 벽에 고정할 수 있는 파츠들과 부엉이눈 C5의 본체가 끝이다. 카메라의 생김새는 약간 뭐랄까.. 화생방 마스크와 상당히 흡사하게 생겼는데 썩 정이 가는 모양새는 아니다.
상단의 디스플레이처럼 보이는 곳은 적외선 판넬, 그 아래에는 20메가렌즈라고 불리는 렌즈가 달려있는데, 20메가 픽셀을 말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 아래 정화통을 연결하는 부위로 보여지는 3개의 원형이 바로 열감지센서다.
뒷면은 구성품에 들어있던 기둥에 고정할 수 있는 벨트와 벽걸이 파츠들을 결합할 수 있는 형태로 되어있다.
옆면을 보면 걸쇠 2개가 보이는데, 이걸 풀면 부엉이눈 C5의 부끄러운 속살이 드러난다. 옛날 변신형 필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왼쪽 부분에는 LCD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 있다. LCD 화면과 조작 버튼을 이용해서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으며 녹화된 영상도 재생할 수 있다. 참고로 모든 메뉴는 한글화를 지원하고 있으며, 처음엔 기기 자체가 어색해서 뭘 만져야 할지 모르지만 조금만 적응하면 아이들도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UI가 편리하게 되어있다.
전원 버튼을 켜면 다소 충격스러운 로고 화면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블루스크린 에러가 발생한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잠시 후 LCD에 화면이 나타나더라. 로고에 휴대폰 번호가 당당하게 나오는 건 부엉이눈 C5가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문화충격.
LCD 스크린 반대편으로는 끈이 하나보일텐데, 그 끈을 잡아당기면 건전지를 삽입할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난다. 놀랍게도 부엉이눈 C5는 충전형 배터리가 아닌 AA 건전지를 사용한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건전지. 리모컨이나 벽걸이 시계를 제외하고는 근 몇 년간 건전지를 사용해본 기억은 없다. 아무튼, 총 8개의 AA 건전지가 삽입된다.
LCD 스크린의 하단부에는 영상과 사진이 저장될 메모리카드를 삽입하는 공간이 나오고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USB를 연결하는 포트와 전원잭을 연결할 수 있는 구멍, 그리고 전원부가 보인다. 전원잭은 유선 모드로 사용할 때나 쓰이는 모양임.
특이하게도 전원부는 OFF-TEST-ON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TEST는 설정환경으로 전원을 TEST로 설정한 후 ON으로 돌려야 설정한 세팅을 기반으로 영상이 녹화된다. 쉽게 말해 TEST에서 모든 셋팅을 끝낸 후 전원을 ON으로 전환하면 된다는 뜻이다.
동봉된 설명서를 참고하여 녹화 세팅이 끝났다면 원하는 구역에 부엉이눈 C5를 배치하기만 하면 된다. 작동을 확인하려면 카메라 앞을 지나가 보거나 움직임을 취해보자. 그러면 적외선 판넬 우측 하단 부분의 LED가 번쩍번쩍 할 텐데 이렇게 되면 준비 완료다. 이제 카메라에 담길 피사체가 등장하기만 하면 끝!
부엉이눈 C5로 녹화한 영상
거금 들여 구매한 적외선 열감지 카메라 부엉이눈 C5. 앞에서도 언급했듯, 나는 내가 보호중인 어미고양이를 찾기 위해 이 카메라를 구입한 것이기에 녀석들을 발견했던 장소에 카메라를 셋팅한 후 몇일간 방치를 해봤다.
놀랍게도 카메라를 설치한지 6일 만에 어미고양이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새끼들이 있는 위치에 먹이를 두어도 먹이만 먹고 사라질 뿐, 사람들 앞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녀석이었는데 이렇게 카메라에 녹화된 영상을 보니 참으로 반가웠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상을 마지막으로 어미고양이는 두 번 다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 이후에 녹화된 수십개의 영상들은 전부 직원들의 신발뿐.. 모두 어미고양이가 먹이를 제대로 먹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찾아오신 분들이었다.(날짜는 제대로 변경을 하지 못해서 뒤죽박죽..) 비록 새끼들을 어미에게 돌려줄 수 없었지만 다행히도 고양이가 죽지 않고 잘 살아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마음은 편안해지더라.
아무튼, 부엉이눈 C5 감시카메라를 직접 사용을 해보니 상세페이지에서 홍보하고 있는 내용 그대로, 전원을 계속해서 켜두어도 열감지가 되었을 때만 녹화가 진행되어서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영상들이 저장되었다. 어떤 직원들이 창고에서 농땡이를 치고 있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고^^ 화질도 나름 좋아서 빛이 없는 야간에도 효과적이며 별도의 알림음이 존재하지 않아서 들킬 걱정도 없다.
- 야생동물을 관찰하려는 자
- 농작물 파괴범을 찾으려는 자
- 잃어버린 반려동물의 흔적을 찾으려는 자
등등 살아있는 생물을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찾고 싶은 사람들에겐 상당히 유용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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