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묘 카페 집사의 하루
집사의 하루라는 고양이 카페 홍대점에 다녀왔다. 강아지를 좋아해서 애견카페는 많이 다녀와봤지만 고양이 카페는 경험이 적다. 이런 내가 집사의 하루 고양이 카페를 찾은 이유는 동물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여자친구 때문이다.
나와 다르게 여자친구는 개나 고양이 할 것 없이 모든 동물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제주도 여행에서 눈에 보이는 온갖 동물들을 쓰다듬는 모습을 보니, 동물들을 잔뜩 만질 수 있는 카페 같은 곳을 가면 정말 좋아하겠지 싶어서였다.
마침 우린 홍대에 있었고, 지도앱을 열어서 가장 가까운 동물 카페를 검색해보니 집사의 하루가 있더라.
집사의 하루 홍대점
-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 21길 19-8 2층 태경빌딩
- 입장료 1인당 10,000원 음료 1잔 서비스
홍대역에서 지도를 보며 간신히 찾아온 집사의 하루는 한국유기묘보호협회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고양이 카페다.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비롯한 대부분의 유기동물들은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가 남아있기 때문에 쉽사리 다가갈 수가 없다. 과연 여자친구가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예전에 유튜브를 통해 유기묘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악덕 업주들을 봤었다. 고양이 위생상태나 건강 관리 자체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고양이를 모아 두고 입장료만 받아가는 그런 사기꾼들을 말이다.
하지만 여긴 조금 달랐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 사장님인지, 직원분인지는 모르겠으나 냥이들을 병원에서 치료하고 오셨더라.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요즘 세상을 삐뚤게 보고 있는 내 시선에는 상당히 좋게 보였다.
방문 자체가 기부가 되는 따뜻한 공간 집사의 하루. 이곳은 별도의 모금활동 없이 고양이 카페 수익만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고양이들까지 돌보는 곳이라고 한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었는데, 메뉴판에는 보이지 않아서 페퍼민트차를 주문했는데.. 여자친구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인가 싶어서 물어보니, 하단에 "커피는 아메리카노 만" 이라고 적혀있다고 하더라. 쒯;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고양이들은 귀여우면서도 참 얄밉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달려들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이는 마치 연애와 같다.
예전에 다녀왔던 고양이 카페에서 한번 경험을 해봤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런 경험을 하게 되니 가슴이 시리다.
하지만 몇몇 고양이들은 어딜 만져주면 좋아할지 몰라, 머리밖에 쓰다듬지 못하는 투박한 내 손길을 받아주기도 했다.
아주 본격적으로 만져달라며 배까지 뒤집는 녀석들까지 있었는데, 애교가 보통이 아니다.
중지를 들어 올리는 냥이를 본 적이 있는가?
이름은 모르지만 조혜련이랑 상당히 비슷하게 생긴 고양이도 있었다. 코주방이 한번 눌린듯한 얼굴인데, 보고 있으면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하여 태보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할뻔한 조혜련이 계속해서 생각났다.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는 고양이 장난감과 관련 서적들 사이로 집사의 하루에서 관리 중인 고양이들의 성격들이 적혀있는 메모가 보였다.
이미 한번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라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서 마냥 기다리기만 했는데, 이 메모들을 천천히 읽어보니 내가 접근하는 방법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던데, 대화가 통하지 않는 고양이들의 마음까지 하나하나 파악하고 있는 집사의 하루 사장님은 정말 고양이를 사랑하나 보다.
고양이들이 사람에게 주는 관심의 지속 시간은 지극히 짧다. 이제 만난지 20분도 안되었는데, 한번 쓱 둘러보고는 그냥 자러 가버린다. 내가 생각했던 모습은 냥냥이들에게 둘러싸여서 누굴 만져줘야 하는지 고민을 하는 것이었는데,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욕심이었나 보다.
모든 고양이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표현했지만, 단 한 번도 선택을 받지 못한 여자친구는 결국 스스로 고양이가 되어 다른 냥이들에게 관심받을 생각이었나 보다. 저렇게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만...🤣
결국 우리들에게 먼저 다가와준건 못난이 조혜련이었다. 메리라는 이름이 있지만 이상하게 나는 조혜련이라고 부르는게 더 편하더라. 놀라울 정도로 똑같이 생김;
다른 애들에 비해 애교도 없고 생긴 것도 내 취향이 아니라서 메리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지만 소리 없이 쓰윽 다가오는 녀석을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메챠쿠챠하게 쓰다듬고 있더라. 처음엔 손길을 거부하는가 싶더니 이내 숨겨두었던 배를 뒤집어 까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메리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선택을 받지 못한 여자친구가 딱하게 보였던 것일까? 사장님은 뜬금없이 냥냥이용 닭가슴살이라는 전술핵을 슬그머니 건네주셨다.
우리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밀봉된 닭가슴살 포장지의 절취선을 살짝, 아주 살짝 열었을 뿐인데 여기저기서 많은 고양이들이 삼삼오오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때의 여자친구는 잠시 무릉도원에 있었던 걸까? 입고 갔던 검정색 바지에 고양이 털이 덕지덕지 달라붙는 상황에서 표정 하나만큼은 정말 행복해 보이더라.
집사의 하루에서는 고양이 분양도 진행 중인가 보더라. 유기묘라고 하여 아무에게나 막 분양하지는 않으시고 여러차례 방문하여 분양 상담을 진행한 후 결정한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각자 다 사연을 가지고 있는 냥이들이기 때문에 책임감 있는 집사님에게 분양하기 위함일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다녀온 고양이 카페였는데, 생각보다 즐거웠다. 집에 도착해서도 자꾸 고양이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여자친구도 집사의 하루에서 꽤나 만족을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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