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우도 한 바퀴
소가 누워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 제주의 우도. 이곳에서 자라나는 땅콩은 맛이 좋아 땅콩막걸리나 땅콩아이스크림의 명소로 유명하다. 자주는 아니고 1년 주기로 한 번씩 다녀오는 우도는 렌트카를 이용하거나 우도에서 운영하는 버스투어를 통해 섬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일정 중 하루를 전부 우도에서 보낼 생각으로 두 발로 직접 우도를 돌아보기로 했다.
우도 가는 방법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등용로 112-7
- 주차장 30분 무료, 하루 최대 8,000원 / 경차 50% 혜택
제주도를 찾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도 가는 방법을 어려워해서 다음 일정으로 미루기도 하는데, 제주도 항공원을 예매하는 것만큼이나 우도 가는 방법도 정말 간단하다. 먼저 네비로 성산포항여객터미널을 찍고 이동하면 성산항 공영주차장이 나오는데, 이곳에 주차를 한 후 티켓을 구매하고 여객선에 탑승만 하면 끝이다.
주차요금은 유료인데, 시간별로 계산할 생각보다는 하루 종일 주차한다는 생각하는 게 편할 것이다. 경차는 50% 혜택을 받아서 4,000원이면 되고 그 외의 차량들은 종일 주차가 8,000원이니 참고하시길.
주차장 맞은편에 있는 성산포항종합여객터미널로 들어가면 우도로 들어갈 수 있는 표를 구매할 수 있는데, 표를 구매하기 전 승선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름과 생년월일, 연락처를 기입한 승선신고서를 가지고 매표소로 가면 승선요금을 지불한 후 티켓을 발권받을 수 있다. 차를 가져가지 않을 경우 성인 요금이 10,500원이라고 되어있지만 실제 청구 요금은 10,000원이더라.
성산의 천진항과 우도의 하우목동항의 배 시간표는 다음과 같다. 정해진 시간마다 배가 움직이기 때문에 다음 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면 꼭 시간표를 참고해서 움직이도록 하자.
티켓을 내고 선착장으로 이동하면 우도로 이동하는 배를 찾을 수 있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그 이후부터는 드넓은 제주 바다와 우도를 감상하며 15~20분 정도만 이동하면 된다. 매번 우도를 찾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소가 누워있는 모습을 닮은 건지 모르겠다... 친절하게 그림으로 설명해주는 사진을 봐도 고개만 갸우뚱거릴 뿐이다.
우도
우도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도에서 내 두 발이 되어줄 이동수단을 선택하는 것이다. 시간제로 운행하는 오토바이로 우도를 돌아볼 것인지, 버스투어 자유이용권을 구매하여 자유롭게 우도를 돌아볼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비용적인 측면만 생각한다면 당연히 우도 버스투어가 1순위겠지만 시간마다 버스가 움직인다는 것과 좌석이 없을 경우에는 서서 가야 한다는 게 살짝 불편하긴 하지만..
우도 걸어서 한 바퀴
09:00 ~ 17:30
하우목동항 → 산호해수욕장 → 우도봉 → 우도등대 → 검멀레 해변 → 비양도 → 하우목동항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우도를 천천히 돌아보자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버스와 오토바이를 포기하고 튼튼한 두 다리를 선택했다. 조금이라도 늦게 우도에 도착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 오전 9시에 도착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01. 산호해수욕장
우도 서쪽에 있는 하얀 모래 해변이라 하여 서빈백사라고도 불리는 산호해수욕장은 제주의 에메랄드빛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장소다. 산호해수욕장의 모래는 일반적인 모래가 아닌, 약간의 흰색 빛을 띠는 모래로 해양 조류 중 하나인 홍조가 해안가로 쓸려와 퇴적된 것이라고 한다.
산호해수욕장 근처에는 우도땅콩아이스크림과 버거, 그리고 편의점이 있기 때문에 먹거리를 먹으며 아름답게 빛나는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장소다. 딱히 뭘 하지 않고 걷기만 해도 지중해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산호해수욕장은 선착장에서도 가까우며 봄~가을에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알려져 있어 인기가 많다.
02. 우도봉(쇠머리오름), 우도등대
우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우도봉이다. 우도봉은 소가 누워있는 모습에서 머리에 해당되는 장소로, 높이가 무려 132m에 이른다고 한다. 우도 8경 중 하나인 우도봉에서 우도등대는 거리가 무척이나 가깝고, 우도등대에서 우도 올레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검멀레 해변이 나오기 때문에 걷기 좋은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우도봉 주차장에는 아이스크림연구소가 있다. 나는 몰랐는데, 여자친구가 폰으로 후다닥 찾아보니 이곳이 우도에서 유명한 아이스크림 맛집이라고 하더라. 당일 생산에 수제 젤라또라나 뭐라나..
아이스크림이 맛있어봤자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주의라, 혼자 여행을 왔다면 무조건 걸렀을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감귤 맛과 땅콩 맛을 구매해봤다. 가격은 개당 6,0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배스킨라빈스 파인트와 맘먹는 가격인데.. 양은 그리 많지 않다. 맛은 상콤달달.
우도봉은 제법 많이 걸어 올라가야 한다. 사진을 찍지 않고 빠르게 오르면 15~20분 정도 소요되고, 우리처럼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오를 경우에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우도봉 정상에 오르면 볼만한 게 하나도 없어서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도에서 가장 중요한 스팟인 소의 머리 부분을 찍고 왔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둔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소중한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도봉 바로 옆에 있는 우도등대를 구경했다면 우도 올레길을 따라 검멀레 해변으로 이동할 수 있다. 우도봉에서 검멀레 해변으로 가는 길은 국민 코스로 알려져 있어서 인기가 정말 많은데, 나도 말로만 들어봤지 실제로 걸어서 가보는 건 처음이었다. 날씨가 제법 더워서 구슬땀을 흘리긴 했지만 힘들어서 못 갈 정도는 아니었다.
03. 검멀레 해변
검멀레 해변은 우도의 핫플레이스라고 보면 된다. 맛집이나 카페가 이곳에 모두 밀집해있으며 동굴 보트를 이용할 수 있는 매표소가 검멀레 해변에 있어서 사진에서 보이듯, 사람들이 진~짜 많았다.
검멀레 해변을 돌아보기 전 배도 채울 겸, 웨이팅이 가장 많았던 우도짜장맨을 찾았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우도 커플 세트로 짜장, 짬뽕, 흑돼지탕수육 세트였다. 가격은 32,000원으로 가격에 비해 양은 조금 창렬스러웠지만 맛은 정말 좋았다. 짜장은 조금 노멀한 맛이었지만 짬뽕이 정말 일품이더라. 어지간하면 국물요리에서 국물은 잘 먹지 않는 편인데, 여기서는 계속 국물을 흡입했던 것 같다.
역시나 우도의 핫플..! 땅콩관련 디저트를 판매하는 카페들이 진짜 많더라. 어딜 가야 할지 몰라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카페로 들어가 봤는데, 생각보다 가격도 착했고 커피의 맛도 상당히 좋았다. 계속해서 땅콩 관련 디저트를 먹어서 그런가... 와플에 올라가 있는 땅콩아이스크림이 물리긴 했지만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식사를 끝낸 후 계단을 타고 내려가 검멀레 해변의 명소인 동안경굴도 다녀와봤다. 파도에 떠밀려온 쓰레기들이 동굴에 뭉쳐있는 모습이 보이에는 썩 좋지 못했지만 동굴에서 보는 검멀레 해변의 풍경은 정말 멋지더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굴을 빼놓고 해안가만 둘러보고 가는 것 같은데,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한번 둘러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04. 비양도
제주에는 비양도가 2개 있다.. 하나는 협재해수욕장 바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비양도고, 다른 하나는 우도 북동쪽에 위치한 비양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는 뷰가 끝내주는 비양도는 협재해수욕장 건너편 섬을 말하는데, 이걸 모르는 사람들은 우도의 비양도가 그곳인 줄 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도의 비양도가 볼만한게 없는 것은 아니다. 우도 비양도는 야영지와 캠핑장이 마련되어 있어서 백패킹러들에게 성지라고 알려져 많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내가 방문한게 화요일이었는데, 이때도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고 비양도를 빠져나가는 중에도 계속해서 캠핑러들이 섬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조선시대 군사 통신시설이었던 봉수대에 올라 바다를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남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우리도 3팀 정도 기다린 후에 봉수대에 올라 사진을 찍었는데,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으니 못생긴 얼굴도 멋지게 나오더라. 우도 비양도에도 섬 테두리에 제주올레길이 조성되어 있어서 20분 정도면 섬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다.
오전 9시에 우도에 도착해서 하루 종일 걷다가 5시 30분 배를 타고 천진항에 도착했다. 나름 열심히 걸었던 것 같은데, 중간에 쉬어가는 포인트가 많아서 그랬나... 예상했던 것보다 제법 시간이 더 걸렸다. 이 날 햇빛이 제법 강해서 피부가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을 텐데 오로지 나를 위해 우도를 걸어서 함께해준 여자친구에게 고마울 뿐이다.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마로에니에게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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