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Y A7R5
이렇게 마음에 드는 고화소는 처음이야
지금까지 내 블로그 카메라 사용 후기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나는 고화소 카메라를 애정한다.(메인 A7R5, 서브 Q2) 사진을 잘 찍어서, 명확한 목적이 있어서 고화소 카메라를 선택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드럽게 못찍어서 장비빨에 의존해야만 한장이라도 건질 수 있는 나 같은 초보자에겐 고화소란 신이 내려준 축복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나라는 초보자가 A7R5의 어떤 매력에 빠졌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1. 손떨림방지
A7R3부터 시작해서 R4와 개선모델인 R4A까지. 소니 고화소 바디를 여럿 만져보긴 했지만, 이번에 바꾼 A7R5는 고화소 바디의 정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장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제일 큰 변화를 느꼈던 부분은 역시나 손떨림방지였다. 이전 바디들을 사용했을땐 핸드블러라는 골칫거리를 항상 끌어안고 살았었다. LCD로 봤을땐 칼핀으로 아주 잘 찍힌 것 같은데 집에 와서 PC를 키고 라이트룸으로 사진을 불러와서 하나씩 보면 OMG.. 왓더뻑이라는 말이 육성으로 터져나올 정도로 핸드블러난 사진이 정말 많았다. 남들이 고화소는 핸드블러가 잘 난다고 했을때에도 나는 LCD의 사진만 보고 "나는 안나는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는 역시.
유튜브를 보니 촬영할 때 화각에 두배만큼 셔터스피드를 확보하면 어느 정도 괜찮다고 하길래 그걸로 폐관수련을 해봤지만 아니나다를까 A7R4A로 그 방식을 사용하니 핸드블러난 사진이 한트럭이었다. 2400만 화소로 1/125정도면 그래도 셔터속도 낭낭한 편이라면 A7R4A때는 어림도 없었다. 물론 이건 내가 카메라를 파지하는 방법이라던지 호흡법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A7R5로 넘어오고나서는? 그냥 야간에도 무지성으로 삼각대 없이 셔터속도를 1~3초까지는 주고 숨을 헙! 참으면 휘뚜루빠뚜루 마치 삼각대를 박고 촬영한 사진처럼 흔들림 없는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기존에는 A모드를 사용하면서도 항상 기존보다 셔터속도가 더 확보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썼었고 이도저도 아니면 M모드로 셔속 고정.. 하지만 A7R5로 넘어오고나서부터는 핸드블러에서 해방!! 이런저런 장점들 다 떠나서 손떨방 하나만으로도 A7R5로 넘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2. 틸트스위블
맨처음에 틸트스위블이라는 기술을 보고 소니가 외계인 납치해서 기술을 개발시킨 줄 알았다. 스위블이면 스위블이고 틸트면 틸트지 이 두가지가 모두 가능한 틸트스위블이라니? 언더앵글로 찍을 때는 스위블보다는 틸트가, 삼각대를 박고 셀카찍을때는 스위블로 사용할 수 있어서 너무 편리했다. 가로사진을 찍을땐 스위블이 필요없겠지만 세로사진을 많이 찍을땐 스위블이 정말 짱짱맨이다. 이 두가지가 모두 가능한 것 역시 축복이 아닐까?
3. 용량관리
고화소맨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용량이다. 무압축 기준으로 한장에 100mb가 넘어가는 무지막지한 용량.. 무압축으로 10장만 찍으면 1기가. 600장만 찍어도 거의 GTA5급 게임 하나 설치한 것과 비슷하다. 근데 이번 A7R5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RAW 무손실압축방식을 지원하고 있다. 복잡한 설명 싹 거르고 결론부터 말하면 용량 관리는 이전보다 훨씬 편해져서 용량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될듯싶다.
나는 무손실압축L을 사용하고 있는데(이 이하로는 DR이 쓰레기라는 평이 많다.), 용량이 70mb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매우 만족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물론 2400만 유저에게 이 용량도 무지막지한 수준일 테지만 말이다.
4. 안티더스트
안티더스트. A7M4부터 들어간걸로 알고 있는 기능인데 센서를 미세하게 흔들면서 센서에 붙은 먼지를 제거해주는 기능이다.(정확하게 말하면 떨궈주는) A7R4A때는 이 기능이 없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이후 출시된 A7M4도 그렇고 A7R5에는 그 기능이 들어있어서 센서에 먼지가 붙는 문제에서 조금은 해방될 수 있다. 완벽하게 먼지를 막아주는건 아니고.. 지금 확인해 보니 확실히 커다란 먼지들은 막아주지만 자잘하게 붙는 먼지는 어쩔 수 없나 보다.
고화소의 매력
고화소바디의 꽃. 그것은 바로 크롭이다. 핸드블러에 내가 미친듯이 집착했던 이유도 바로 이 크롭 때문이다. 사진을 처음부터 잘 찍었다면, 그 사진을 100% 원본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핸드블러가 나건 말건 그냥 전체 비율로 사용해도 그렇게 크게 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분을 크롭해서 사용할 경우에는 말이 달라진다. 블러가 도드라지게 보이기 때문이다. A7R4A를 사용했을땐 크롭도 정말 신중하게 했었는데, A7R5로 넘어오고나서부터는 그냥 막 잘라내고 있다. 손떨방이 핸드블러에서 어느정도 해방시켜주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은 중앙 부분만 크롭해서 사용한 사진이다. 고화소 바디가 아무리 단점이 많다고 하더라도 라이트룸으로 사진 불러와서 크롭으로 여기 하나 썰고, 저기 하나 썰면서 사진을 잘라내다 보면 "아아.. 이것이 고화소.." 처음부터 몰랐으면 좋았을 고르가즘 때문에 한번 맛본 사람은 쉽게 2400만 화소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크롭과 맥락이 같은지만 알고 보면 다른, 구도의 재활용이 있다. 위의 두 사진 얼핏보면 다른 장소에서 각각 2장을 찍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장의 사진을 크롭해서 2장으로 만든 것이다.
구도고 나발이고 무시하고 찍기만 하면 돼~ 어차피 크롭하면 그만이야~ 관광지에서 사진 찍기가 눈치보일땐 나는 일단 대~충 찍고 라이트룸으로 여러장으로 재활용하는 방법을 자주 애용하고 있다. 이렇게 하다보니 내가 촬영하면서도 보지 못했던 부분들, 새로운 구도들을 잡을 수 있어서 편집하는 재미+1
요즘은 찍는 재미보다는 보정하는 재미로 살고 있다.
덮밥집에서 촬영했던 사진. 주방의 모습을 담고 싶었지만 오고 가는 사람들이랑 좌석마다 사람들이 꽉꽉 차있어서 카메라 들어 올리기가 엄청 난처했었지만 후보정으로 크롭할것을 미리 생각해서 촬영했다. 원본은 가로사진으로 좌우로 길지만 중앙부만 크롭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던 사진들. 흐린날에다가 조명도 제한적인 상황이라서 당연히 핸드블러가 났겠거니 싶었는데 내 걱정과는 반대로 크롭을 해도 사진의 선명함이 잘 살아있었다.
이게 아마 셔터속도 1/30초로 찍힌 사진일텐데 손으로 들고 숨만 흐업!! 참아도 렌즈와 바디떨방으로 적당히 쓸만한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일본 길거리에서 촬영한 사진들은 렌즈는 2470gm2로 초광각도, 초망원도 아닌 표준줌이었기에 크롭할것을 미리 머리속으로 생각하고 셔터를 눌렀다. 찍고 나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내가 촬영한 대부분의 사진은 24~50mm 사이였는데 이정도 화각으로 촬영 후 크롭하는 작업 프로세스라면 2470gm2보다는 35gm 1.4나 50gm 1.4 단렌즈로 깔끔하게 찍어서 크롭하는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ai af가 달려있다고 하더라도 역시나 빠르게 움직이는 동물 사진을 찍는건 쉽지 않다. A7R5에는 다양한 피사체를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지만 설정을 통해 상황에 맞는 피사체를 지정해줘야 한다. 프로들은 그때그때 설정해서 잘 쓰는 모양인데, 나는 그게 너무나도 귀찮아서 그냥 사람으로 설정해서 대충 초점 맞으면 촬영하고 있다.
A7R4A를 사용했을때와 비교한다면
- R4에서 아쉽다고 느꼈던 부분들이 모두 개선되었음
- 손떨방 업글 = 핸드블러 완화. 이 자체만으로도 구매할 이유 충분
- 가로세로 촬영을 모두 만족시키는 틸트스위블
- 기대 이상인 AI 기반 눈깔 추척
- 모기장 LCD는 아직도 그대로지만 944만 뷰파인더는 만족스러움
- 생각보다 정확한 화이트밸런스
센서는 A7R4의 센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지 품질 하나만 놓고 본다면 큰 차이를 느끼긴 어렵겠지만, 다른 편의성 부분이 많이 개선되었기 때문에 A컷을 더 많이 건질 수 있게 되었다는게 핵심! 혹시라도 하위 모델을 사용하다가 A7R5로 기변을 망설이고 있다면 기변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지갑 사정만 충분하다면 말이다. 이번만큼은 옆그레이드가 아닌 확실한 업그레이드라고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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