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자유여행 마지막날
- 가보지 못했던 마을 구석구석이랑 신세카이 거리 돌아다니기
3박 4일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일본에 도착하고 나서는 회사에 출근하는 시간보다 더 빨리 일어났고 더 늦게 잠을 자면서 하루를 길게 보냈는데.. 이렇게 빨리 여행이 끝나다니.. 그저 아쉬울 따름이었다.
사실 해외여행의 마지막날은 뭐, 별거 없다. 일찍 복귀하는 사람들은 그냥 눈 뜨자마자 짐 챙겨서 공항으로 돌아오면 되고 늦게 복귀하는 사람들은 캐리어 질질 끌고 다니면서 디저트집이라던지 못 가봤던 맛집을 탐방하면서 시간을 보내는게 전부일거다. 참고로 우리는 후자다. 간사이공항에서 출발하는게 오후 6시 비행기였어서.. 대충 오후 3시까지는 오사카에서 조금 더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날은 닛폰바시나 난바쪽이 아닌, 그 반대쪽을 걸어보기로 했다. 아참! 아침 먹을 시간도 아까워서 공복 상태로 지도도 확인하지 않은채 계속 걷기만 했다. 걸으면서 만날 수 있었던 일본의 풍경들. 나는 이런 일본의 풍경을 참 좋아한다. 사람들이 북적북적거리는 관광지가 아닌 조용하면서도 고즈넉한 마을의 느낌.
이 날은 일본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아무래도 관광객들이 오지 않을 법한 장소에 성인 남녀 둘이 캐리어를 질질 끌고 다니는 모습이 길을 잃은 줄 아셨다보다. 덕분에 오사카 사투리 많이 들었었음ㅋㅋ
평범한 마을일 뿐인데, 마치 애니에서 봤을법한 장소들이 가득했다.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이 기분. 말로 설명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골목길에서 고양이 두마리를 발견했다. 한마리는 샴같은데 눈이 아픈 아이였고 다른 하나는 그냥 한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코숏같았다. 일본 자판기와 고양이라니! 정말 이것만큼 완벽한 피사체가 또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셔터를 몇번이나 눌렀는지 모른다.
다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던 도중.. 동네 공원을 발견했다. 우리나라였다면 아무도 없을만한 공원이거나 어르신들이 족구를 차고 있을법한 그런 공원인데 야구를 하는 소년들과 벚꽃 아래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들.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나저나 일본사람들은 야구를 참 좋아하는구나.
이름 모를 신사도 발견했다. 제법 규모가 컸던 신사였는데 벚꽃도 무지막지하게 많았어가지고 포토스팟으로 아주 딱인 스팟이었다. 집에 도착하면 이 스팟을 꼭 기억했다가 다음 벚꽃시즌에 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오사카에서 가장 오래된 이쿠타마 신사라고 한다. 신사와 이어지는 마을 골목길 풍경이 참 예쁘니 오사카여행에서 시간이 조금 남는다면 이곳을 돌아보는 것도 추천함!
신사 구경을 끝내고 이제는 슬슬 점심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츠텐카쿠가 있는 신세카이 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이때부터 발바닥이 퉁퉁 부어오르는 느낌이었다. 캐리어랑 카메라가방을 지하철역 같은 곳에 맡기고 움직였여야 했는데, 이렇게까지 오래 걸어 다닐 줄도 모르고 계속 가지고 다녔던 것이 원인이었다.
츠텐카쿠는 내가 맨 처음 일본여행을 왔던 장소로 나에게 있어서는 나름 상징적인 장소다. 그때는 왜 이렇게 이런 상점거리가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다. 화려한 조명 아래에 읽지도 못하는 일본어가 그땐 왜 그렇게 좋았었는지.. 지금 와서 보니깐 부평역 돌아보는 그런 느낌이었음.
여기서 첫끼로 사먹은 아이스크림;; 하나에 250엔인가? 300엔인가 했던 것 같음. 캡슐커피처럼 뭔 캡슐을 넣으니깐 아이스크림이 쭈우우욱 나왔는데 맛은 그냥 무난무난했다. 콘이 진짜 바삭했는데 이렇게 바삭한 콘은 처음이었음.
츠텐카쿠쪽 구경을 끝내고 덴노지동물원 길을 따라 시텐노지도 봤다. 사실 여긴 뭐 별거 없었음.
이 동네에서 기억에 남았던건 시텐노지 앞에 있는 도로쪽 골목에서 진행 중인 마을 축제였는데.. 여기 리얼 한국인 하나 없는 순도 100% 현지인 축제였다. 먹을 것도 팔고 선물세트같은 기념품도 팔았음. 약 100m 정도 길이의 골목에서 진행하는 소규모 축제라서 간단하게 둘러보기 좋았다.
그러고 나서는 복귀를 위해 난카이난바역까지 걸어갔다. 가는 길에 지도에서도 구경해보지 못했던 신사들을 참 많이 발견한 것 같은데.. 이거야 원; 이름을 모르니깐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기가 참 애매모호하다.
정말 이제는 걸을 힘도 없어서.. 덴덴타운에 있는 아무 라멘가게에 들어가서 돈코츠라멘을 주문했다. 나는 비위가 약해서 꼬리꼬리하게 올라오는 돼지냄새와 입술에 진하게 묻어나는 기름이 조금 거북했는데, 토핑이랑 같이 먹다 보니 나름 먹을만했음. 근데 일본에는 왜이렇게 얼큰한 음식을 찾기가 어려운걸까? 온통 느끼한 음식들 뿐이라 칸코쿠노 토종노 어르신들은 고생좀 하실듯?
난카이난바에서 3시 30분쯤 출발해서 비행기 놓칠까봐 엄청 쫄았는데 하필 우리가 난바에서 탑승한 기차가 간사이공항 특급행^^ 1시간만에 간사이에 도착했다. 갈때 피치를 탔으니 올때도 의리있게 피치를 이용했다.
코로나가 끝나고나서 처음으로 가본 일본여행. 주유패스를 이용해서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것도 오사카여행의 매력이지만 나는 이번 여행처럼 배낭과 카메라 하나만 가지고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게 더 낭만 있던 것 같았다. 다음에는 또 어디로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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