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칠에 진심인..
어른들의 입맛은 까다롭다. 맛난 음식을 대접하려고 SNS에서 소문난 맛집들을 모시고 가도 퇴짜 맞기가 일쑤... 그만큼 어른들의 입맛은 우리 세대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깊은 세계가 존재하는 모양이다. 나의 예비 장인어른께서도 입맛이 까다로운 걸로 치면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깐깐하신 편인데, 그런 분께서 강진에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 이곳은 TV에 나온 맛집이라면서, 폐교였던 곳을 식당으로 만든 곳이라며..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극찬을 하셨던 강진 황칠코리아 목삼정에 다녀와봤다.
황칠코리아 목삼정
- 전남 강진군 강진읍 덕남로 87
- 주차장 엄청 큼
- 폐교자리에 식당을 세워서 사진찍기 너무 좋음
차량 안에서 황칠코리아 목삼정 강진점 간판을 발견했을 땐.. 솔직히 너무 큰 실망을 했었다. 아무리 강진이 시골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이런 곳에 사람이 오긴 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식당이 너무 외진 곳에 위치해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웃기게도 이러한 내 생각은 주차장을 통과하는 순간 180도 달라졌다. 황칠코리아 목삼정 주차장은 갈비탕을 맛보기 위해 먼 곳에서 찾아온 관광객의 차량으로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식당으로 들어서기 전, 나는 황칠코리아 목삼정이 정말 폐교였던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주변을 쓰윽 둘러봤는데 정말 시골 학교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진으로 다시 보니 주차장 자리는 아마도 아이들이 공을 차고 놀았던 운동장이었나 보다.
황칠코리아 목삼정은 화장실이 학교 건물 쪽에 있는데, 이쪽은 폐교가 되기 전의 모습을 그나마 잘 간직하고 있었다. 보통 이런 시골의 학교를 분교라고 하던가? 모든 장소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싶었지만, 비까지 주룩주룩 내리는 바람에 화장실의 분위기는 영화에서나 볼법한 그런 느낌이 들어서 이쯤에서 퇴각하고 식당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식당 내부의 분위기도 예사롭지는 않았다. 화장실 쪽이 교실이었다면 식당 쪽은 교장실의 포스라고 해야 하나? 선생님들의 공간 말이다. 아버님께서는 본인이 어렸을 적엔 이곳이 학교였으며, 집에서부터 여기까지 걸어온 적도 있다고 하셨는데 이렇게 오게 되니 기분이 남다르다며 추억을 곱씹으셨다.
근데 진짜 여기까지 찾아온 분들은 도대체 이런 맛집을 어떻게 알고 오는 걸까? 정말 이런게 TV의 영향력인 걸까? 어른들은 아직까지도 SNS보다 TV나 언론을 더 신뢰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이겠다.
황칠코리아 목삼정의 메뉴판은 빌지뿐이다. 가장 저렴한 베이직 메뉴는 황칠 왕갈비탕이며 여기서 살짝 프리미엄을 추가하면 낙지나 전복을 함께 즐길 수 있지만 우리는 기본적인 황칠 왕갈비탕을 경험해보기로 했다.
메뉴를 기다리면서 보는 황칠나무의 효능. 항당뇨, 간기능 개선, 항산화작용, 면역력증진, 항고지혈증, 성기능강화, 치골재생, 암세포 억제 등등 정말 우리 몸에 이로운 작용을 하는 모양이다. 황칠만 먹고사는 사람들은 백년 천년 건강하게 살 수 있겠다. 참고로 황칠코리아 목삼정은 이런 효능을 가진 황칠나무밭을 30만평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나 황칠에 진심인걸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황칠 왕갈비탕이 등장! 황칠나무에서 추출한 황칠진액을 육수로 사용해서 그런가 일단 냄새 자체는 김밥천국같은 곳에서 먹는 갈비탕과는 차원이 다르더라. 국물도 보기에는 엄청 맹물같이 맑아 보이는데 맛 자체는 엄청 공격적이라는거; 정말 진하고 구수했다.
고기의 양은 평균적으로 왕갈비 2대씩 들어있는데 살도 발라먹기 귀찮을 정도로 많이 붙어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집게와 가위를 이용하여 살을 발라낸 후 뼈에 붙어있는 자잘한 살들만 발라먹는 방식을 채택했다. 어찌 되었던 손에 기름 한 방울을 묻히지 않고 살을 발라먹는 것은 불가능이라는 말씀이다.
정말 놀랍게도 황칠코리아 목삼정의 기본 찬은 이게 전부다. 빈약해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막상 먹어보면 이 두 가지 반찬과 황칠 왕갈비탕 하나면 종결. 개떡 같아 보이지만 찰떡같이 어울리는 그런 반찬이었다. 당연히 리필도 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당면도 한가득 들어있다. 잘라낸 갈빗살과 함께 호로록 먹으면 별다른 간을 하지 않아도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사진으로 다시 보니깐 또 입에 침이 고인다; 근데 이 맛을 느끼려면 차로 6시간 이상을 달려야 한다는게 아쉬울 뿐이다.
밥까지 말아먹으면 상황 종료. 여자친구는 보통 국밥을 주문하면 밥 따로 국 따로 먹는 스타일인데, 여긴 입에 맞았던 모양인지 오랜만에 밥알을 샤워시키고 계시더라. 황칠나무 덕분인지 국물에서 잡내 하나 없고 정말 깔끔하게 우려낸 그런 갈비탕의 맛.
바깥쪽이 시끄러워서 나가보니 언제 또 이렇게 손님들이 모인 건지.. 금세 만석이 되었더라. 젊은이들보다 어른들의 비율이 더 많은 걸로 보면 리얼 강진 네이티브 맛집인가 보다. 다른 자리를 보니 대가족이 황칠 닭백숙 다리를 뜯고 있던데 그것도 참 맛있어 보였음.
이런 촌구석에 사람이 있다고? 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큰 오해다. 내가 찾았던 날은 태풍으로 인해 비가 억수같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황칠코리아 목삼정을 찾아온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휴가철 때문인가 싶었는데, 다른 블로그의 글을 보니 평일에도 평균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고 한다. 너무 맛있게 먹었다는 기억뿐이라, 다음에 강진을 또 찾게 된다면 다시 한번 방문할 예정이다. 광고 아니고 내돈내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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