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돼지 근고기 맛집 칠돈가
남들은 제주도에 놀러 오면 흑돼지고기를 먹고 가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나는 흑돼지 맛을 잘 모르기 때문인지.. 여행 내내 생각조차 나질 않더라. 그런데 표선해수욕장을 찾았던 날은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질 않은 상태로 돌아다녔기 때문인지 골목길에서 풍겨오는 고기 냄새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표선면의 칠돈가다.
칠돈가 표선직영점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당포로 13-1
- 가게 앞 주차 가능(근데 엄청 비좁음)
표선면 칠돈가는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맛집으로 통한다고 한다. 근데 뭐.. 요즘 유튜브 영상들 보면 현지인 맛집이라고 소개되는 곳들 대부분이 SNS나 블로그를 통해 잘못 알려진 곳들이 많다고 하기에 나는 그런 내용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적당히 깔끔해 보이면서 대기줄 없으면 픽하는 편이다. "그럼 도대체 왜 SNS에서 맛집이라고 하는 칠돈가를 간거임??" 라고 물어볼 수 있는데, 놀랍게도 우리가 들어갔을 땐 조용했다. 진짜 그래서 간거임;
참고로 칠돈가는 표선면에만 있는게 아니고 제주도에 널렸기 때문에 어딜 가던 상관은 없다.
와.. 가격 진짜 비싸다. 고기라고는 맨날 무한리필이나 삼겹살 전문점에서 먹는게 전부였기 때문에 어딜 가던 둘이서 4~5만원선에서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는데.. 여긴 일단 기본이 66,000원부터다. 물가가 아무리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가격이시겠다. 백도야지를 먹어볼까 싶었지만 그래도 제주도에 왔으니 흑돼지 맛은 봐야 하지 않겠는가?
밖에서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 보였는데, 실내에는 사람들이 은근 많이 있더라. 그리고 우리가 앉았던 자리에는 유명인사들의 친필 사인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나름 고기에 진심이라고 하는 스윙스가 이곳에 다녀간걸 보니,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맛이 보장되는 것 같았다.
기본찬은 심플하다. 오히려 우리 동네 삼겹살집보다 살짝 부족한 느낌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고기의 맛.
칠돈가는 연탄구이 전문점이다. 그래서 불판에 연탄을 넣어주신다. 근데 조금 신기한 건, 고기를 찍어먹을 멜젓을 불판 위가 아닌 연탄 바로 위에 올려주신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게 멜젓이 아니라 특별한 성능을 가진 기름받이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비릿한 냄새를 보니 멜젓이 확실했다.
흑돼지 근고기
이게 66,000원짜리 흑돼지 근고기다. 근고기라고 해서 특별부위인 줄 알았는데, 흑돼지의 목살, 갈비, 다리살, 등심부위라고 하더라. 고기는 10분은 족히 기다려야 겉면이 익을까 말까 할 정도로 정말 두꺼웠다. 배고파 죽겠는데, 이걸 또 언제 굽고 있냐고 서로 궁시렁거리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칠돈가 직원분들께서 구워주시더라ㅎㅎ 근데 고기 자체가 너무 두껍고, 안 익은 상태에서 자르셔서 그런지.. 직원분들도 잘 못 자르시는 것 같았다.
땅콩막걸리
그냥 기다리기 뭐해서, 예전에 한번 경험은 해봤지만.. 맛이 잘 기억나질 않던 우도땅콩막걸리를 다시 먹어보기로 했다. 역시 내 기억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땅콩막걸리는 딱 첫 입만 맛있고 그다음부터는 느끼한 맛이라고 해야 하나;; 진짜 잘 안 넘어간다. 무튼 이 술과 어울리는 음식은 극히 한정적임; 그래서 먹다가 남겼다.
사실 땅콩보다는 감귤막걸리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직원분께 가장 맛있는 막걸리가 뭐냐고 여쭤보니 이게 가장 맛이 좋다고, 인기가 많다며 추천해주시더라. 아마도 짬처리를 하신게 아닐까?
김치찌개
아 맞다! 다른 블로그 리뷰를 보니 여기서 고기는 안 구워 먹더라도 7,000원짜리 김치찌개는 꼭 먹어보라는 글을 봤었다. 아니 김치찌개가 맛있어봐야 얼마나 맛있다고 이걸 먹으라고 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주문을 해봤는데; OMG;; 진짜 개존맛이었다.
너무 짜지도, 너무 달지도 않은 딱 중간 맛을 아주 잘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묵은지가 정말 푹~~ 익어서 흐물흐물하니 딱 밥에 비벼 먹기 아주 좋은 그런 S급 김치찌개였다. 우리 회사 근처에 이 찌개를 판매한다면 매일같이 점심으로 먹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정말 맛이 아주 좋았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도 고기보다 이게 더 생각난다.
한 가지 아쉬운건 고기도 시키고, 찌개도 시켰는데.. 공기밥도 별도라는 건 조금 야박하지 않나 싶다.
김치찌개에 정신이 팔려서 미친 듯이 밥을 흡입하던 도중 표선면 칠돈가의 메인메뉴! 흑돼지 근고기가 아주 먹기 좋게 익었다. 이런 고기에 쌈장을 찍어먹는건 조금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직원분께서 추천해주시는 소금으로 스타트를 했는데; 와..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너무 맛있더라. 육즙이 가득하다는 표현.. 솔직히 개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씹는 순간 뭔가 줄줄 흘러나오더라. 여친이 말할 때마다 자꾸 뭐가 튀기던데, 그 정도로 육즙이 많았다.
연탄불 위에서 지글지글 끓던 멜젓도 이제 먹을 때가 된 것인지, 직원분께서 꺼내 주셨다. 고기를 한점 집어서 멜젓을 듬뿍 찍어먹어 봤는데,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내가 자주 가는 고기집의 멜젓은 후가공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를 더 첨부해서 달달하면서 짭쪼롬하니 맛이 참 좋았는데, 여긴 네이티브 멜젓이라 그런지 짜면서 비린맛만 났다.
셀프바는 고기 가격에 비해 조금 초라한 편이다. 정말 딱 고기만을 위한 최소한의 찬들로만 준비가 되어있는데, 아마도 고기 맛으로만 쇼부를 보려고 하는 칠돈가의 경영이념이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상추는 아래의 냉장고에 있으니 찾지 마시길..
오후 5~6시쯤 되니깐 표선해수욕장에서 놀던 사람들 + 근처 리조트에서 숙박하는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 조용했던 식당이 갑자기 웨이팅은 기본에 주차장까지 만석ㄷㄷ; 참 이상한게 이 주변에 흑돼지고기를 판매하는 식당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유독 칠돈가만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는 분위기다.
근데 진짜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맛은 있었다. 살면서 여러 종류의 고기들을 접하긴 했지만, 이렇게 여운이 남는 고기는 처음이랄까? 돼지고기치고는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지만, 다시 한번 찾아가 보고 싶을 정도로 정말 맛있는 흑돼지였다. 라고 먹을때까지는 분명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계산 후 표선해수욕장에서 이를 쑤시며 10만원이 넘게 찍혀있는 계산서를 보니 흑돼지와 백돼지는 도대체 뭐가 다른지, 다른 식당과 칠돈가는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 등등.. 경제적 고난에 의한 현자타임이 급작스럽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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