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찾아온 것 같은 용문역.
10년 전쯤에 여자친구랑 어딜 놀러 가면 좋을지를 고민하다가, 부모님과 용문에 다녀왔던 게 너무 좋았어서.. 결국 여자친구랑도 용문을 다녀왔었다. 아마도 여름휴가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점은 시간이 흐르면서 용문역에도 MZ스러운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생겼다는 것과 그때의 여자친구가 현재의 와이프가 되었다는 점..?
용문에 오게된다면 꼭 다시 이걸 먹어봐야겠다 싶었던 음식이 있었다.
바로 능이버섯국밥. 그땐 그냥저냥 동네에서 알아주는 식당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SNS에서도 유명해져서 그런가 블로그 후기들도 많았고 인스타 게시물도 많아졌다.
여기가 용문 능이버섯국밥 신관이고
여기가 용문 능이버섯국밥 본관이다.
10년 전쯤에 나는 양평 2박 3일 여행을 마치고 용문역으로 돌아가면서 능이버섯국밥 본관을 발견했다. 여행 내내 치킨이나 피자, 곱창같이 기름기 좌르르르 흐르는 음식들만 섭취해서 장 상태가 매우 좋지 못했었기에 국물로 속을 시원하게 쓸어내리고 싶었었는데 정말 잘 된 일이다 하는 마음으로 이 식당의 문을 두드렸다.
아무리 본관이라지만 외관 상태가.. 너무 로컬 감성이라.. 맛이 괜찮을지 걱정을 했었지만 능이버섯국밥이라는게 생각보다 맛있었고 국물맛도 시원했다.
근데 어디까지나 이건 나의 생각이었다. 그때의 여자친구는 이 맛을 완전 싫어했고, 내가 나중에 다시 와서 먹고 싶은 맛이라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10년 후에는 과연 어떻까?
날씨가 매우 추워서 본관은 오픈을 하지 않는다기에, 능이버섯국밥 신관으로 들어갔다.
비닐하우스 외관의 본관과는 다르게 신관은 건물이라 그런지 내 기억과는 다르게 상당히 깔끔(?)한 분위기였다. 본관은 거의 국립문화박물관 느낌인지라;;
내가 먹었던 능이버섯국밥을 주문하려고 했는데, 그때랑은 조금 달라진 것 같았다.
들어가니 자동으로 1인당 15,000원인 버섯전골로 자동 주문되더라.
나는 버섯국밥이 먹고 싶은데, 자동으로 버섯전골로 주문되는 게 조금 짜치긴 했지만 다른 테이블을 보니 다 이걸 드시고 계신 것 같아서 이것도 좋은 경험이다 하는 마음으로 먹어보기로 함.
반찬은 셀프다. 3개정도 있던 것 같은데, 김치 빼고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에피타이저로 나오는 능이버섯스프. 직원분께서 이렇게 먹으라 저렇게 먹으라 설명을 해주셨는데, 마치 다이닝을 경험하는 기분이었다.
맛은 좀 오묘하면서 맛있었음. 능이버섯을 된장을 넣고 한번 졸여낸 맛인데, 이게 간이 딱 맞았다. 비쥬얼은 나트륨 폭탄 같은데 말이다.
이게 양평 맛집 용문 능이버섯전골이다.
시간이 흘러서 그런가.. 내가 알던 능이버섯국밥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내 기억에는 뚝배기 하나에 막힌 변기 물을 퍼다올린 것 같은 그런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국밥이었는데.. 전골이라니?!?!
일단 속는셈치고 먹어봤다.
!!
아아...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왜 어른들이 추억의 맛을 찾아나서는지 이해가 될 것 같은..
위에 올라간 자잘구리한 토핑을 제외하고 아래의 국물은 내가 알던 그 맛이 맞았다. 감격이었다.
버섯이 가득 들어있는 전골을 미친듯이 먹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버섯밥이 나왔다.
'그래 이곳은 곰팡이 천국이야.' 버섯은 곰팡이니깐..
분명 내가 알고 있는 친숙한 버섯들이 잔뜩 들어있는 밥일 뿐인데, 밥 맛이 참 고소했고 입안에서 느껴지는 버섯의 식감이 재미있었다.
다른 거 다 떠나서 냄비 바닥에 붙어있는 누룽지랑 버섯 김에 올린 다음 간장 콕 찍어서 먹는 게 그냥 밥도둑이었음.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고, 평소보다도 더 많이 먹는데도 헛배가 부르지도 않았다.
김은 기본적으로 4장이 나오는데, 4장 추가가 1,000원. 밥이랑 전골로도 충분하지만 김이 진짜 치트키 수준이라서 우리는 한 번 추가해서 먹었다.
10년 전의 여자친구는 맛이 없었다고 했지만, 10년 후의 와이프는 그래 이게 바로 건강이지 하면서 바닥까지 싹싹 긁어드셨다.
나오는 길에 사장님께서 차를 가져오셨냐고 물어보시더니, 대뜸 표고버섯을 한아름 담아주셨다. 아마도 카메라로 이곳저곳 촬영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블로그나 인스타에 업로드하는 사람인줄 알고 나름의 서비스를 챙겨주신 모양이시다. 이래서 식당에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게 부담..
주신 버섯으로 집에 돌아오자마자 버섯밥을 만들어먹긴 했는데.. 그 맛이 나지는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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