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에는 못해도 1년에 2번 정도는 비행기를 타고 나가곤 했는데,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퍼지고 나서부터는 여행을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건지.. 월 10일 오후 3시, 그냥 갑자기.. 그것도 너무나도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6시 제주도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부랴부랴 필요한 짐만 꾸려서 아내와 함께 제주도로 날아가기로 했습니다. 아내도 처음에는 무슨 이런 여행이 다 있냐고 하더니만.. 결국에는 재미있겠다고, 기대된다고 하더라구요.
부천→제주(1일차)
김포공항→제주공항→한국렌트카→애월 숙소→저녁
집에서 김포공항으로 이동하면서 오늘 당장 잠을 잘 숙소와 차량이 필요했기에 부랴부랴 렌트카와 숙소를 예약했습니다. 렌트는 한국렌트카라는 곳에서 했는데,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렌트카 업체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어서 셔틀을 타고 무사히 도착.
차량은 그냥 주차하기 편한 경차로 선택했습니다. 대가족이 아닌이상 제주도에서는 경차가 무조건 가성비가 좋은듯..
애월
예약한 곳에서 숙박을 하기 위해 렌트를 하자마자 바로 애월로 달려갔습니다. 잠만 자고 갈 곳이라 깔끔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예약을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괜찮은 숙소였습니다. 숙소에서 조금 쉬다 가려고 했지만 점심도 먹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짐을 숙소에 두고 식당을 찾아다녔는데요.
분명 8시였음에도 불구하고 90% 이상의 식당이 문을 닫아놓은 상태라 먹을 곳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다행히도 전설의 마녀라고 하는 식당이 영업을 하고 있어서 이곳에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아내는 전설의 파돈이라고 하는 돈까스를, 저는 해물라면이라는 것을 먹어보았는데요. 전설의 파돈은 폰즈 소스에 찍은 다음 파를 올려 먹는 신박하면서도 맛이 좋았지만 해물라면은 솔직히 기대 이하였습니다. 국물 맛이 시원하기보다는 텁텁하다고 해야하나요.. 먹는 내내 새우탕을 먹을껄..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숙소에 돌아오면서 뭔가 배가 허전한 것 같아서 여러가지 주전부리를 구매했습니다. 역시 여행 중 하루의 끝은 맥주와 안주로..
2일차
봄날→협재해수욕장→오설록 티 뮤지엄→송악산→산방산→건강과 성 박물관→천제연→숙소→서귀포매일올레시장
2일차부터는 본격적으로 애월부터 시작해서 제주도 서쪽을 탐방할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럽게 날씨가 추워지는 바람에 서쪽은 포기하고 다른 곳을 둘러보았습니다.
봄날
애월 해안도로를 따라가다가 카페 봄날이라는 곳을 방문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필수적으로 방문하는 뭐 그런 곳이라고 하는데 아내와 저의 취향에는 조금 맞지 않아서 그런가.. 그냥 그랬습니다.
협재해수욕장
봄날을 둘러보고나서 바로 협재해수욕장으로 넘어갔습니다. 약속의 협재답게 역시나 아름다운 바다색.. 이때는 날씨가 좋아서 하늘과 바다가 정말 푸르딩딩했답니다. 잠깐 조용히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고 생각에 빠지시고 싶으시다면 협재해수욕장 강력 추천드립니다.
협재해수욕장 주변에는 먹을만한 식당이 없어서 편의점에서 샌드위치와 김밥으로 대충 한끼 먹었습니다.
오설록 티 뮤지엄
평소 녹차 디저트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오설록 티 뮤지엄을 찾아갔습니다. 이곳에서는 녹차 아이스크림과 크림 롤, 그리고 쉐이크를 비롯한 각종 디저트를 판매하는데요. 메뉴를 고르기가 너무 어려워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세트메뉴를 발견! 바로 A세트를 구매했습니다.
17,000원이라는 가격이 살짝 거품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맛 하나만큼은 정말 좋았습니다. 분위기도 좋으니 녹차 디저트를 좋아한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녹차 아이스크림이랑 쉐이크랑 맛 차이가 없음)
디저트를 먹고 난 후 뒤쪽 공원으로 이동해보니 이렇게 너~~얼~~븐 녹차밭도 보이더라구요. 주변 커플들은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 같은데.. 저희는 그냥 잔디밭 같아서 패스했네요.
송악산
아내가 송악산에 유채꽃이 오지게 많이 피어있다고 해서 녹차를 다 먹고난 후 바로 송악산으로 쐈습니다. 그런데 유채꽃은 보이지도 않고 바람만 엄청 불더라구요. 심지어 비구름까지 몰려와서 송악산을 둘러볼지, 바로 돌아갈지 선택해야 했습니다. 결국 운동을 하는 기분으로 한바퀴 돌아보는 걸로...
송악산을 조금 오르다보면 승마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요. 현찰 5,000원을 지불하면 약 5분간 말을 타고 주변 한바퀴를 빙~돕니다. 저는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패스했고, 아내만 탔는데.. 아내는 타는건 재미 없고 만지게만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하네요..
산방산
아내가 말한 유채꽃밭은 송악산이 아닌 산방산이었습니다. 산방산 절 앞에 유채꽃이 진짜 오지게 많이 피어있는데, 공짜로 들어갈 수 있는 줄 알고 "차 여기다 세워도 되나요?" 물어보니까 OK하시더라구요. 내리니까 바로 돈을 내라고 하시던.. 유채꽃이 정말 많이 피어있어서 어디에서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오니 인생사진 남기고 싶으신 분들은 꼭 한번 방문해보시길!
건강과 성 박물관
1인당 12,000원이나 하는 건강과 성 박물관입니다. 이곳에서는 마음껏 ㅅㅅ를 외칠 수 있는데, 문제는 입장료에 비해 너무 재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진은 외부에서 찍는 것 만으로도 충분! 실내 입장은 개인적으로 너무 아깝다고 생각되네요.
천제연폭포
천제연폭포는 천지연폭포 짭인줄알았는데 생각보다 공원이 천지연 공원보다 더 넓었습니다. 제1폭포는 비가 많이 와야만 볼 수 있고 제2, 3폭포는 항상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제1폭포와 2폭포 사이에는 큰 다리가 있는데, 이곳에서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으니 방문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서귀포 숙소
당일 예약한 곳인데 가격도 싸고 위치도 천지연폭포와 매일올레시장에서 멀지 않아서 가성비가 아주 좋은 숙소였습니다. 일단은 짐만 두고 다시 밖으로..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저녁에는 비가 정말 많이 내렸고 바람도 강하게 불었습니다. 숙소 주변에 식당이 없어서 식사를 하기 위해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을 방문했는데요. 역시 이곳은 서귀포의 중심답게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어디서 모였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정말 북적북적..
길거리 음식들도 정말 많았는데 그 중에서 흑돼지 꼬치가 맛있어보여서 바로 사먹었는데.. 그냥 삼겹살맛..이었습니다. 5천원은 솔직히 너무 비싼듯..
시장을 둘러보아도 딱히 맛있다고 보여지는게 없어서 그냥 분식이랑 라면, 그리고 딱새우 회 한 접시 사서 소주에 먹었습니다. 딱새우는 그렇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통통하고..달달하니.. 아주 맛이 좋았습니다.
3일차
천제연폭포→쇠소깍→비자림→성산일출봉→숙소→섭지코지
3일차에는 숙소를 성산쪽으로 옮겨야하기 때문에 남쪽을 둘러보고 동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천지연폭포
눈을 뜨자마자 체크아웃을 하고 숙소 주변에 위치한 천지연폭포로 이동했습니다. 아침에도 비가 계속해서 내리는 바람에 여행을 잘못 왔다고 생각했지만, 다행히도 10시가 되니 하늘이 미친듯이 파랗게 변하더라구요. 그래서 폭포주변을 둘러보고 다음 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쇠소깍
쇠소깍은 생각보다 볼 것도, 할 것도 그렇게 많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해안가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과 2인이서 돗단배를 탈 수 있지만, 그렇게 재미있어보이지 않아서 저희는 그냥 바다 구경만 하다가 배가 고파져서 주변에 위치한 제미니국수에서 한 끼를 해결했습니다.
고기국수와 비빔국수 모두 맛이 좋았고 돔베고기도 맛이 좋았는데요. 돔베고기라고 해서 특별할 줄 알았는데, 그냥 일반적인 돼지 수육과 맛이 똑같았습니다. 껍질쪽에 돼지털이 있었다는 것만 제외하면... 다음에 또 와서 먹을 의향이 있습니다.
비자림
비자림으로 이동하는 사이에 다시 비가 많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성산일출봉을 빠르게 둘러본 후 우도에 진입하려고 했으나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비자림을 방문했는데요. 이곳은 공기도 좋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인트가 몇 곳이 있기 때문에 산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나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정말 좋은 장소라고 생각됩니다.
성산일출봉
비가 더 오기전에 빨리 성산일출봉을 보는게 좋을 것 같아서 비자림에서 빠르게 출발했습니다.
배가 고프긴 했는데 주변에 먹을건 없어서, 주차장쪽에 위치한 와플 가게에서 사과맛 와플을 하나 구입해서 냠냠했습니다.
성산일출봉은 성산리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관광명소입니다. 계단이 조금 많아서 올라가기에는 힘들지만 정상에 올라가면 볼 수 있는 광경이 정말 멋지니 꼭 한번 올라가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성산일출봉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해안가에 해녀가 운영하는 식당이 있으니 구경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성산리 숙소
성산리의 숙소는 성산일출봉 주변으로 예약했습니다. 외관이 살짝 낡아서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실내가 깔끔하고 창문을 열면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들어와서 좋았네요.
섭지코지
저녁에는 주변에 위치한 섭지코지를 둘러보았습니다. 정보에는 조랑말도 있고 드라마 촬영장도 있어서 볼거리가 많다고하여 가보았는데 조랑말은 없었지만 유채꽃이 정말 많이 피어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곳은 입장료 없이 주차요금만 받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오후 7시.. 숙소 주변에는 이미 식당들이 거의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저녁식사를 할만한 곳을 찾아보아도 도저히 보이지 않아서 근처에 있는 BHC에서 골드킹이라는 메뉴를 주문했는데요.. 먹는 내내 어찌나 느끼한지.. 둘이서 한 마리를 다 먹지 못했습니다.
제주→부천(4일차)
만장굴→월정리해변→주유&렌트카 반납→제주공항→김포공항
마지막날에는 렌트카를 반납해야하고 복귀 비행기가 오후 3시라서 조금 빠르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만장굴
복귀하는 길에 방문할 곳이 더 없을까? 하고 찾아보던 중 만장굴이라고 하는 동굴이 있어서 방문해보았습니다. 살아생전 동굴이라고는 광명동굴만 알고있기에.. 만장굴도 어느 정도는 꾸며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곳은 그냥 리얼 동굴입니다. 잘 보이지도 않고, 보이는 것도 없는 야생의 동굴 그 자체였습니다.
왕복코스는 40분 정도로 끝을 찍고 오는 것이 전부입니다. 다만 바닥이 너무 울퉁불퉁해서 어린 아이와 함께 동행하기에는 살짝 무리가 있어보였습니다.
월정리해변
감성 사진을 남기길 원한다면 월정리해변을 추천드립니다. 이곳에는 아기자기한 카페들과 식당들이 골목 사이사이에 숨어있어서 예쁜 사진들을 많이 찍을 수 있는 곳입니다. 드라이브코스로도 매우 훌륭하니 연인과 꼭 한번 방문해보세요.
렌트카 주유 및 반납
렌트카에 기름을 채운 후 다시 렌트카에 반납했습니다. 3박 4일동안 고생한 스파크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제주공항
점심은 제주공항에서 간단하게 햄버거로 해결했습니다. 다른 음식들은 가격만 비싸고 언제 어디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에..
올때는 에어서울로 왔는데, 여태 이용해왔던 저가항공들과는 다르게 USB 충전 포트도 있고 거리까지 알려주는 모니터까지 있어서 정말 좋더라구요. 다음에 또 제주도에 오는 일이 있다면 그때는 무조건 에어서울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총 여행 경비 계산
- 비행기 왕복 2인 = 82,000원 (갈 때 티웨이 20,000원/올 때 에어서울 62,000원)
- 렌트카 대여+주유 = 101,500원
- 숙소 3일 = 92,000원
- 총 식사 비용 = 154,280원
- 총 입장료 = 64,000원
- 합계 = 493,780원
먹고싶은거 다 먹고, 보고싶은거 다 보면서 즐기니 총 50만원 정도가 들었네요. 2명이서 여행을 했으니 1인당 약 25만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하게 다녀왔던 것 같습니다. 분위기 좋은 카페만 골라다녔다면 여기서 더 많이 들었겠지만 이번 저희 여행은 먹는 것 보다는 보는 것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보는 것을 목표로 돌아다녔습니다.
계획 없이 당일에 떠난 것 치고는 정말 잘 놀았고,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설프게나마 제주도 한바퀴를 돌아볼 수 있었던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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