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제품은 비싸다. 맥도 비싸고 아이패드도 비싸고 아이폰도 비싸다. 매년 출시하는 신제품들을 보면 기능적으로 크게 변화하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어찌 된 게 가격은 항상 높아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애플의 제품은 호갱을 당해도, 기대했던 기능이 없더라도 그놈의 '갬성'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모든 걸 무마시킬 수 있다.
아이폰을 사용하다가 갤럭시로 이사온지 3년이 지났다. 삼성페이의 편리함과 이동식디스크의 간편함.. 이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이번에 출시한 아이폰 13은 뭔가 달랐다. 나는 사진을 취미로 삼고 있는데, 이상하게 이용하는 커뮤니티마다 아이폰 13의 사진을 '극찬'하더라.
실제로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업로드한 아이폰 13의 사진은 기대 이상으로 충격적이었다. JPG파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보정 없이 사용하기에 충분했고 Apple ProRaw는 후보정 관용도가 높아서 라이트룸을 조금이라도 다룰 줄 안다면 미러리스나 DSLR급 퀄리티를 뽑아내기에 충분해 보였다.
라는 생각을 2주 정도 하면서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도 모르게 대리점 앞에 멈추게 되더라.
매장에 들어가서 바로 아이폰 13을 봤다. 정말 영롱하고 묵직했다. 그 묵직함을 나는 영원히 간직하고자,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
미니 < 일반 < 프로 < 프로맥스
아이폰 13에도 급이 있다. 정말 가볍게 아이폰 13의 갬성만 챙기고 싶다면 미니나 일반형 제품을 구매하면 되고 Apple ProRAW를 이용한 후보정, 즉 사진에 조금 더 힘을 주고 싶다면 프로나 프로맥스를 구매해야 한다. 미니와 일반 버전에서는 Apple ProRAW를 사용할 수 없는데.. 이 부분은 애플이 정말 머리를 기가 막히게 잘 쓴 것 같다.
아이폰 13 프로 맥스는 일단 엄청 크다. 무거운 건 둘째치고 너무 커서 남자인 내가 한 손으로 쥐고 사용하기에 너무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아이폰 13 프로를 구매한 건데, 대리점 직원이 말하길 배터리 말고 성능적으로 차이나는 부분은 없다고 했다. 왜 그렇게 잘 아냐고 물어보니까 본인이 프로 맥스를 사용 중인데 후회 중이시라고..ㅋㅋ 경험자의 말은 언제나 옳다.
참고로 나는 골드 색상을 골랐다. 이유는 간단한데, 다른 색상들은 카메라의 링이 밋밋한 것에 비해 골드는 카메라 링도 고급스러운 금색이더라. 화이트나 블랙은 너무 많이 사용해봤으니, 2년간은 골드 색상을 사용해보는 걸로..
아무튼 아이폰 13 프로도 구매했겠다.. 본격적으로 사진 성능을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성능에 대해서는 다른 블로그에서도 잘 설명이 되고 있으니 그 부분은 제외하고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Apple ProRAW 활성화 방법
내가 가장 궁금한 건 아이폰 13 프로의 Apple ProRAW다. 이건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어도비 라이트룸을 이용해 후보정을 하는 사람에게나 필요한 기능인데, 괜히 사용하지도 않는데 이 기능을 켰다가는 아이폰과 아이클라우드에 용량만 차지할 수 있으니 사용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이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법은 설정 - 포맷 - Apple ProRAW를 켜주면 된다.
Apple ProRAW를 켰다면 사진을 촬영할 때 우측 상단의 RAW를 활성화해주면 끝! 이제 이 상태로 촬영을 하게 되면 JPG와 라이트룸에서 불러올 수 있는 DNG형태로 파일이 저장되는데, DNG를 이용해서 보정해주면 된다.
미러리스 카메라 vs 아이폰 13 프로 사진 비교
왼쪽의 사진은 크롭에서도 나름 대장급이라 불리는 후지필름 X-T4와 23mm f2렌즈로 촬영한 사진이고 오른쪽의 사진은 아이폰 13 프로로 촬영한 사진이다. 둘 다 RAW로 촬영한 사진이고 라이트룸에서 무보정으로 출력했다.
여기서 느껴지는 것은 미러리스 카메라는 조리개 값에 따라서 뒷배경이 날아가는 아웃포커싱이 시원하게 들어갔지만 아이폰 13 프로로 촬영한 사진은 같은 거리에서 아웃포커싱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선예도 자체는 정말 이게 폰으로 찍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에도 똑같은 순서대로 비교를 해봤다. 화이트밸런스로 인해 색감의 차이는 조금씩 있지만 둘 다 높은 선예도를 보여준다. 촬영을 하면서 느낀 게 있는데, 아이폰 13 프로의 카메라는 조리개가 F8~11 사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도가 정말 깊은 것 같다. 풍경 사진을 찍으면 정말 잘 나올 듯?
RAW 파일을 비교하는 것 답게 200% 땡겨서 관찰해봤다. 확대하기 전에는 정말 선명했지만 줌을 해서 크롭을 해보니 확실히 미러리스는 미러리스구나 싶다. 물론 폰으로 찍은 사진을 이 정도까지 땡겨보는 변태는 없을 테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비교를 하면서 느낀 건데, 후지필름 X-T4가 화이트밸런스가 잘 잡힌다고 소문이 자자한데 아이폰 13 프로로 찍은 사진을 보니 아이폰 쪽이 화이트밸런스를 더 잘 잡지 않나 싶다.
xf23mm로 촬영을 한 후 아이폰 13 프로의 x1 배율로 촬영을 했는데, 한걸음 뒤로 물러나야 비슷한 화각이 나오는 것을 보면 아이폰은 xf23mm보다 화각이 더 넓은 것 같다. 얼추 16~18mm 사이쯤?
화각 차이는 이 사진을 보면 된다. 상단이 xf23mm로 촬영한 사진, 아래가 아이폰 13 프로 x1 배율로 촬영한 사진이다. 동일한 장소에서 촬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13 프로로 촬영한 사진은 왼편의 나무 한그루가 더 담겼다.
아이폰 13 프로 스냅
가급적이면 낮에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폰을 계약하고 나오니 해는 이미 떨어졌고.. 동네는 어두운 상태라 급한 대로 밤에도 밝게 빛나는 홍대의 거리를 찍어봤다. 아무튼 아래의 사진은 전부 아이폰 13 프로 Apple ProRAW로 촬영한 사진이다.
모두 조금씩의 후보정이 들어간 상태인데, Apple ProRAW가 라이트룸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보정이 잘 들어가서 조금은 놀랐다. 빛이 없는 야간의 상황이라면 아무리 좋은 카메라가 있다고 하더라도 스냅은 조금 무리인데, 아이폰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내용인 것 같다.
흔들림을 걱정하지 않아도, 노이즈를 신경 쓰지 않아도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현대 기술의 집약체 아이폰 13 프로. 비록 공시지원금이 낮아서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비싸긴 하지만 스마트폰+미러리스 카메라를 같이 산다는 마인드로 구매하면 그렇게 나쁘지만도 않은 것 같다.
결론: 확대만 안하면 뭐가 카메라인지 구분하기 힘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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