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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삼양라운드힐 삼양양떼목장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과 동물

마로에니 2024. 9. 22. 21:50

대관령 삼양목장

양떼목장은 오랜만입니다. 여자친구랑 연애초창기 시절에는 KTX예약해서 서울에서 강릉으로 왔고, 여기서도 여자친구가 힘들어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동선으로 최대한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 코스를 짰던 기억이 스멀스멀 떠오르네요. 지금은 차가 생겨서 그때보다는 확실히 스케줄의 압박으로부터 조금은 여유가 생겼네요. 역시 차는 있으면 좋습니다.

가을의 문턱 앞에서 저희는 대관령 양떼목장에 다녀왔어요. 강릉쪽에 양떼목장은 하나인줄 알았는데, 네비게이션을 보니 하나만은 아니더군요. 하늘목장이라는 이름의 목장도 있던 것 같고.. 아무튼 이 주변에 여러 양떼목장이 있답니다. 어딜 가면 좋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나마 후기도 많고 평가도 나쁘지 않았던 삼양라운드힐 삼양목장을 선택했어요.

삼양목장 주차장은 3개의 섹션으로 나눠져있던 것 같은데, 저희는 제일 바깥자리를 주더라구요. 진흙밭이요. 세차한지도 얼마 안됐는데 벌써부터 바퀴에 진흙이 덕지덕지 발려있더라구요. 솔직히 짜증은 났지만 주차하고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왜 우리를 바깥으로 안내했는지 알 것 같더라구요.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8년전쯤인가.. 여기 말고 강릉 양떼목장을 갔을땐 입장료가 상당히 저렴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가상승은 삼양목장도 피해 갈 수는 없었던 것인지 삼양목장 입장료는 성인 1인당 12000원이더라구요. 관람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 가격을 받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삼양목장은 버스투어가 가능합니다. 입구에서 버스를 타면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도 삼양목장 전망대까지 편하게 갈 수 있어요. 버스는 최정상인 삼양목장 전망대까지 한 번에 올라간 후 원하는 목적지에서 하차하면 되는데요. 하차를 하면 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순환하는 버스를 이용해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어요.

걸어서 올라갈수는 없냐구요? 저도 걷는걸 좋아하는 저도 전망대까지 걸어서 올라가기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습니다. 더군다나 4시에는 양몰이공연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3시에 도착한 저희는 1시간 안에 모든걸 관람하고 양몰이공연장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버스를 이용했어요.

삼양목장 동해전망대 정류장에 도착했어요. 원래는 여기서 하차한 후 전체적인 풍경을 촬영하고 싶었지만, 강원도의 날씨는 무척이나 변화무쌍하기 하더라구요. 분명 입구에서는 맑다고 생각했는데, 위로 올라오니 바로 앞이 안보일 정도로 안개가 자욱했답니다. 고도가 너무 높아서 낮게 깔린 구름일지도 모르겠네요.

때문에 저희는 전망대에서 하차하지 않고 전망대 바로 아래에 있는 사랑의 기억 정류장에서 하차했어요. 편하더라구요. 원하는 위치에 내려서 관람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다음정류장으로 이동한다는 방식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이들과 어르신들도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삼양목장 사랑의 기억 정류장부터 첫번째 동물을 만날 수 있었어요. 젖소였습니다. 평화로워 보이는 잔디밭에서 묵묵히 풀만 뜯어먹는 젖소. 먹기만 해도 된다니.. 잠깐이나마 젖소의 삶이 부럽게 느껴졌었습니다. 근데 조금 불쌍하기도 했었어요. 젖소 등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파리들이 붙어있었거든요. 작은 벌레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걸 무척이나 혐오하는 저는 정말 징그럽더라구요.

전망대에서 하차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사랑의 기억에서부터 양몰이공연장까지는 걸어가보기로 했어요. 저 멀리 나무 한그루가 보이는데 이 나무가 차태현과 이은주, 손예진이 출연했던 영화 연애소설에 나왔던 나무라고 하네요. 영화를 잘 몰라서 그냥 사진만 찍고 넘어갔어요.

내려가면서 많은 양들을 볼 수 있었어요. 양털이 하얗고 깨끗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더러워보이더라구요. 때가 너무 가득해서 샤워 한번으로는 절대 씻겨내려갈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만지면 화낼줄 알았는데, 정말 온순하게 풀만 뜯어먹고 있더라구요. 양같은 성격이라는 뜻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잔디를 뜯어서 양들에게 먹이로 주고 있었는데, 바로 아래에 있는 삼양목장 양몰이 공연장에서 이제 곧 공연이 시작된다는 방송을 하고 있었습니다. 만난지 얼마 안 된 양들과는 바로 이별이네요.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왜 버스를 타고 올라올 때 귀가 먹먹해졌는지 이해할만한 경사. 저는 절대 높은곳에서는 못살 것 같아요.

양몰이 공연장에 도착했습니다. 저희와 같은 버스를 탔던 분들중 몇몇은 다른 장소들 싹 다 스킵하고 바로 이곳에서 하차하셨더라구요. 양몰이 공연만 보고 돌아가기만 해도 된다는 블로그 글을 본 것 같은데, 아마 이분들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마지막 공연이었고, 비가 조금씩 내리면서 날씨도 흐렸었기에(비가 내릴 경우 양몰이 공연은 취소라고 하네요.) 못보고 돌아가면 어쩌나 싶었거든요. 근데 다행히도 하늘이 열리면서 날씨가 맑아지고 양몰이 공연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어요.

양몰이 공연의 주인공. 보더콜리입니다. 조련사분과 함께 등장했는데 포스가 남달랐어요. 똑똑하다고는 알고 있었는데, 사육사의 뜻대로 잘 움직이는걸 보니 초등학생 6학년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원반을 던지면 물어오고, 휘파람을 한번 휘~! 불면 돌 위로 올라와서 앉아있고. 똑똑한 유전자도 한몫하겠지만 사육사님의 노력도 분명 있었겠죠.

공연시작과 함께 삼양목장의 메인 쇼. 양몰이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저 위에서부터 양들이 우르르르 내려왔어요. 훈련이 잘 되어있는 보더콜리가 양을 몰고 왔다기보다는.. 잘 교육된 양들이 알아서 자기 집을 찾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실제로 해외 양몰이 영상을 보면 진짜 강아지가 막 짖고 양들이 도망간다는 느낌인데 말이죠. 성인인 저에게는 밋밋하면서 심심한 쇼였지만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았습니다.

지도를 보니 다른건 딱히 볼만한게 없을 것 같아서 버스를 타고 다시 삼양목장 입구 정류장으로 돌아왔어요. 올라갈때는 몰랐는데 내려와서 보니 목장마트라는 기념품 상점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부모님이 드실 간식으로 삼양목장 우유로 만들었다고 하는 밀크붓세와 밀크만주를 구매했어요. 저희도 먹어봤는데, 만주보다는 붓세가 제 취향이었습니다. 케이크 같았어요.

삼양목장 로컬푸드 식당도 보였는데, 버거와 아이스크림, 커피나 라테 같은 것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마지막 타임에 가서 그런지 다 매진되고 아이스크림만 가능하다고 하더라구요. 하는 수 없이 우유와 딸기맛이 믹스된 아이스크림을 먹어봤는데, 달콤하면서 상큼하니 맛이 좋았습니다. 우유보다는 딸기 쪽이 제 취향이더라구요.

이대로 그냥 돌아가도 되지만 12000원의 뽕을 뽑기 위해서 구석구석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여기서는 차에서 곤히 자고 있던 여름이와 함께 돌아다녀보기로 했어요. 요즘 나들이를 고양이와 함께 다니고 있는데요. 아마도 생후 2년간 전국을 가장 많이 돌아다닌 고양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저희와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있어요. 처음에는 차만 보면 광광 울어대던 녀석이었는데, 요즘은 차에 적응했는지 동공을 확장하지도 않더라구요.

상점가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공원이 나옵니다.

딱히 볼만한게 있는건 아니었지만, 정말 잘 꾸며놓은 정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똑 둘러봐야 하냐고 물어보신다면 추천하고 싶지는 않구요.

8년 전에 갔었던 대관령 양떼목장보다는 좋았습니다. 거긴 전부 걸어 다녀야 했거든요. 삼양라운드힐 삼양목장은 버스를 타고 최정상까지 올라간 다음에 내려오면서 관람하는 방식이라 발이 편했습니다. 힘든 여행도 기억에 남지만 가끔은 이렇게 편하게 돌아다니면서 남은 체력으로 구석구석 살펴보는 것도 기억에 오래 남거든요. 좋은 관광지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만족할만한 강원도 가볼만한곳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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