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ndscape

경주 당일치기 여행 코스 걷는게 자신있는 뚜벅이들에게 추천

마로에니 2024. 5. 19. 19:09

편도만 3시간 30분

경주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초등학생 때 소풍으로 놀러간 이후로 단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경주였건만, 교토에 다녀오고 나니 K-교토의 맛도 궁금해지더라. 그래서 네비를 켜보니 OMG.. 네이버 지도로 편도만 3시간 30분정도 걸리더라!! 그렇다면 왕복만 대충 7시간 가까이 된다는건데... 이거 뭐 출발하기도 전부터 귀차니즘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꼭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장소였기에 경주 당일치기 여행 코스를 최대한 짧게, 그리고 그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게 계획을 준비하고 새벽 5시에 출발해서 오전 9시쯤 경주 황리단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황리단길 → 대릉원사적공원 → 첨성대 및 월정교 → 동궁과 월지 → 국립경주박물관

우리가 계획한 경주 당일치기 여행 코스는 위와 같다. 먼저 황리단길에 주차를 하고나서부터는 하루 종일 해가 질때까지 뚜벅이 상태로 1번부터 5번까지 모두 구경하는 것이다. 출발이랑 집으로 돌아올 때만 차량이 필요한 것일 뿐, 경주에서 노는 것 자체는 뚜벅이랑 별반 다를게 없기 때문에 이 코스는 뚜벅이들에게도 매우 유효한 코스가 되시겠다.

1. 황리단길

이색적인 건물과 카페들, SNS에서 핫해보이는 식당들이 잔뜩 모여있는곳. 바로 경주 황리단길이다. 황씨무덤이라고도 부르는 신라고분을 중심으로 남쪽에 있는 마을을 '황남'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따라서 이곳 황리단길에는 황남빵이라던지 황남쫀드기라던지.. 대체적으로 황남이라는 이름이 붙은 매장들이 즐비하다.

아침에 일찍 도착했을땐 사람이 많지 않았었다. 거리를 채워주는 사람들이 없으니깐 여기가 정말 경주 가볼만한곳 황리단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했었다.

평범한 건물들도 한옥인테리어로 꾸며져있는데다가 외국인들까지 많이 보여서 K-교토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아쉽지만 황리단길에서 내가 느낀건 이게 전부였다. 경주만의 특색이 느껴지는 거리라기보다는 아무런 이유 없이 비싼 가격의 음식들과 물건들. 만약 여자친구와 황리단길만을 보기 위해 경주를 찾아왔다면 무진장 실망을 했을 것 같다.

요즘에는 이렇게 생겨먹은 거리들이 참 많다. 대표적으로 전주의 한옥마을도 비슷하고,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도 이런 느낌이고.. 거리도 좁은데 차량까지 통제가 잘 안되는걸 망리단길이 황리단길보다는 조금 더 나은 것 같다고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주에서 시간을 보내기엔 이만한 장소가 없겠더라. 물가가 조금 비싸긴 하지만 예쁜 스팟들이 많아서 여자친구들 인스타 사진찍어주기에도 좋고 한옥 인테리어 카페들이 정~말 예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기에도 모자랄 것 같더라. 참고로 메인 도로보다는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예쁜 매장이라던지 갬성 식당들이 골목에 다 모여있어서 사이사이 살펴보는 맛이 있다.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경주 황리단길을 돌아보면서 느낀건.. 여기가 핫플..? 왜..?라는 생각뿐이었다. 먹을만한 식당은 웨이팅이 기본... 주차는 헬이고... 쫀드기랑 10원빵집만 드럽게 많았음. 특히 10원집은 한 블럭마다 1~2개씩 있음;; 이 매장들만이라도 축소화시키고 먹을만한 음식점을 조금만이라도 더 늘려줬다면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지 않을까 싶다.

아기자기한 소품이라던가 골목감성을 좋아하는 MZ라면 환장할만한 곳이지만,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에겐 황리단길은 글쎄? 이러니저러니해도 사진은 진짜 이쁘게 나오니 해 질 녘쯤 찾아가보는 것을 추천함!

2.5점 (5점 만점)

대릉원

두번째로 둘러본 곳은 경주 당일치기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커다란 고분이 모여있는 대릉원이었다. 황리단길 바로 옆에 후문이 붙어있어서 접근성이 매우 좋으며 대릉원까지는 무료로 입장이 가능해서 사진만 찍으면서 돌아다니기에 아주 좋은 스팟이다. 황리단길까지는 우리가 경주에 있는게 맞나? 싶다면 대릉원부터는 "그래 여기가 바로 경주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것이다.

공원 자체가 상당히 넓고 커다란 나무들도 많아서 힘이들땐 그늘에서 쉬어가는 맛이 있다. 경주 당일치기 여행 필수 코스 대릉원 잔디만 봐도 이곳이 얼마나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옆머리 투블럭친것마냥 모든 잔디 길이가 일정한데.. 이렇게 넓은 곳을 도대체 어떻게 관리하는 건지..

대릉원에서는 천마총보다 더 유명한 장소가 있다. 바로 고분 사이에 나무 한그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스팟이다. 네이버에 대릉원을 검색하면 대부분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하나둘씩 걸어두는데, 나도 한장 찍어보려고 했었으나 여기도 대기줄이 있는걸 보고 바로 포기했다. 날이 더워서 등에서는 땀이 줄줄 흐르지.. 이건 뭐 한장씩 찍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 기본 10~20장씩은 찍고 나오니 기다리는 것도 한세월이다.

천마총 입장료는 3,000원이라고 한다. 근데 이게 무슨? 우리가 갔을 땐 무료로 입장가능했다. 사람이라는게 참 간사한게 돈내고 들어갔다면 세밀하고 꼼꼼하게 살펴봤을텐데, 무료로 입장하니깐 그냥 후딱 한바퀴 돌아보고 나오게 되더라. 내부를 감상하고 나와서 느낀건, 외부만 둘러봐도 충분하다는것. 내부에는 유물이 많은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또 넓은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을 좋아한다면 대릉원을 꼭 가보길 바란다. 지도에서는 대릉원이 작아보이지만 막상 돌아다니다 보면 생각보다 넓어서 깜짝 놀라게 된다. 대낮에는 빛이 너무 쌔서 돌아다니기가 땀이 줄줄 흐를 수 있다. 해가 살짝 넘어가고 둘러보는 것을 추천!

4점 (5점 만점)

첨성대

국보 제31호 첨성대. 대릉원 후문에서 10분정도 걸으면 이곳에 도착할 수 있다. 이곳을 찾아오는건, 첨성대를 보기 위함도 있지만 첨성대가 위치한 월성이라는 곳에 볼거리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가지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규모적으로만 봤을땐 대릉원보다 3배는 더 큰 것 같았다. 이런 부분을 경주에서도 잘 알고있는지, 월성을 둘러볼 수 있는 비단벌레열차같은것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우리도 타보려고 했지만 현장예약 매진.. 하는 수 없이 첨성대를 비롯한 월성을 전부 다 걸어 다녔다.

내가 성인이 되고 첨성대를 다시 찾아오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주변.. 꽃이 상당히 많다. 계절별로 서로 다른 꽃들이 피어나는 것 같은데, 우리가 찾아갔을땐 시뻘건 양귀비들이 한가득 피어있었다. 와 근데 이날 날씨가 정말 미쳐서 너무 뜨거웠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등골에 땀이 줄줄.. 몇 장만 후딱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야간의 첨성대는 또 다른 맛이 있다고 하는데, 다음에는 밤에 찾아봐야겠다.

4.5점 (5점 만점)

월정교

경주 최고의 포토스팟이라 불리는 월정교! 이 몸도 다녀왔다. 월정교는 첨성대에서 도보로 15분정도 거리밖에 되지 않기에 부담 없이 둘러볼 수 있는 경주 명소중의 명소다.

사실 여길 갈까 말까..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었다. 왜냐면 월정교는 야경이 베스트인데, 우리는 경주 당일치기 여행으로 이곳을 찾아온 것이라서 야경을 다시 보려면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야간 점등때 이곳을 다시 찾아와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월정교는 경주의 최고 야경스팟인데 포기할 수 없지! 다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야간에 와보기로 했다.

키야.. 진짜 미친거아님? 멀리서부터 걸어오는데 저 멀리에서 불 켜진 거 보고 개처럼 달려왔다. 우리가 낮에 본 월정교는 도대체 뭐였던 건가? 님들 월정교 찾아오실 거면 무조건 야간에 오세요!! 클라스가 천지차이다. 물에 비치는 월정교 무엇?

월정교위에서 선선한 강바람을 맞는 것도 좋지만 여기도 한강처럼 하루살이가 아주 미쳤음. 손가락 한마디? 두마디 크기만한게 막 날아다니는데 진짜 징그러웠음.

솔직히 낮에 월정교 왔었을 때는 리얼 실망감 그 자체였었음. 아뉘.. 아무리 명소라지만 이건 좀 너무한거 아님?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진짜 실망스러웠는데, 밤에 오니깐 명소 100% 맞음. 낮에 황리단길에서 봤던 똥씹은 표정의 미국 행님들도 여기서는 따봉을 날리면서 사진을 찍고 계셨으니깐 말이다. 밤에 황리단길에서 빌빌거릴바엔 여기서 사진 하나라도 더 남기는게 무조건 이득임.

5점

동궁과 월지

월정교에서 20분은 족히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동궁과 월지. 여기도 월정교와 맥락은 같다. 입장료가 있는듯 했으나, 우리가 갔을 때는 경주 APEC인가 뭐시기인가 때문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동궁과 월지 역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적지임에는 틀림없으나, 이곳에 도착했었을 때는 체력 바닥.. 여기에 무슨 역사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빨리 야경이나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었다.

그래서 여기도 대충 훑어만 보고 돌아왔습니다. 왜냐구요? 야경을 위해서 체력을 남겨놔야 하기 때문이죠.

월정교의 야경을 이미 봤기 때문에 동궁과 월지의 야경의 감흥이 살짝 덜하긴 했지만 여기도 야경이 미치긴 미쳤더라. 아까 봤던 외쿡형님들도 DSLR들고 "왔더 뻑; 오마이갓 뷰티풀"을 외치고 계셨다. 국뽕이 한번에 차올랐음.

동궁과 월지 점등은 7시 15분쯤이라고 한다. 늦게 찾아가도 사람이 많고 일찍 찾아가도 사람이 많다. 넓은 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사람이 오지게 많기 때문에 주차장에 들어가는 것 자체부터가 헬이다. 수원 스타필드 대기줄 보는 것 같기도? 우리는 황리단길에 주차를 하고 왔으니 망정이지 차 가지고 왔으면 주차장부터 혈압 터졌을듯.

4.5점 (5점 만점)

경주 당일치기 여행 코스의 마무리는 국립경주박물관이었지만..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 9시에 경주 도착해서 오후 9시까지.. 대충 하루종일 2만 5천보정도 걸었던 것 같은데 여기서 박물관까지 구경하는건 사실상 무리.. 그래서 깔끔하게 포기했다.

동선이 살짝 꼬이긴 했지만 오전 9시까지만 경주에 도착한다면 위의 코스를 6~7까지 돌아보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는 멋진 사진을 남긴답시고 구석구석 돌아다녔던 탓에 더 오래 걸렸던 것일지도 모른다. KTX를 이용한다면 첫차와 막차를 이용해서 경주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해도 좋고, 자가용이라면 조금 더 넉넉하게 경주 당일치기 코스를 계획해보는것도 가능하다. 힘들긴 했는데, 다녀오고 나니깐 오지게 뿌듯했다. 경주 당일치기 여행 후기 끝.


광고없이 주관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마로에니에게 있으며
무단복제, 도용, 수정, 재배포 불가합니다.
Copyright © Maroeni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