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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귤정과 만들기 대충 해봤는데 역시나 생각했던 맛

마로에니 2023. 3. 16. 22:42

금귤정과

여태 낑깡이라고만 불렀었던 금귤. 어렸을 때 엄마가 시장에서 종종 사 왔었는데, 그럴 때마다 왜 이렇게 맛대가리 없는 과일을 사 오냐고 타박했던 기억이 있다. 한입 베어 물면 시큼하다 못해 입안이 아려오는 과즙이 터지며 불쾌하게 씹히는 씨까지.. 무엇하나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과일이 바로 금귤이었다.

아무튼! 최근 여자친구와 유튜브에서 약과랑 금귤정과를 흡성대법으로 흡입하는 영상을 봤는데. 그 영상을 보던 여자친구가 금귤정과를 꼭 먹어보고 싶다며, 도저히 못참겠다며.. 직접 금귤정과 만들기를 시도해 보신다고 하더라. (시중에 판매 중인 금귤정과는 비싸다고 함..)

쿠팡에서 급하게 사온 금귤. 낑깡이라고 불렀을 땐 상당히 저렴한 이미지의 과일이었는데, 금귤이라고 하니깐 뭔가 비싸 보이는 느낌이 든다.

흐르는 물에 잘 씻은 후 베이킹소다를 풀어서 깨끗하게 세척해 줬다. 조금 더 깨끗하게 하려면 식초물에 담가두는 방법도 있지만 귀찮아서 베이킹소다로만 해결했다. 대충 껍질이 뽀득뽀득한 느낌이 들 정도로만 세척해 주었다.

세척한 금귤을 반으로 자른 후 씨를 제거해 준다. 환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에겐 살짝 어려운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자르고 나니깐 양이 어마어마해진 금귤. 꼭지를 따야 식감이 좋다고 하는데, 그 과정마저도 귀찮아서 스킵했다.

냄비에 물엿, 설탕, 물을 1:1:1 비율로 넣고 팔팔 끓였다. 솔직하게 말해서 만들기 쉬울 줄 알았는데, 이 과정까지만 해도 상당히 귀찮더라.

당뇨를 부르는 기적의 소스가 끓기 시작하면 금귤을 투척한다. 뜨겁게 달아오른 설탕물과 코끝을 자극하는 향을 머금은 금귤이 더해지니 오렌지사탕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센 불은 금귤의 껍질을 터지게 한다고 해서 약한 불로 천천히 졸여가며 끓였다. 끓는 과정에서 거품이 발생하는데 이 거품을 제거해야지만 비로소 표면이 매끈한 금귤정과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대~충 눈에 보이는 큼직한 거품들만 걷어냈다. 이제 얼추 유튜브에서 봤던 금귤정과의 모양이 보이기 시작한다.

남들은 건조기에서 말린다고 하는데, 우리 집엔 그런 게 없다. 때문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깨끗한 도마에 금귤정과를 펼쳐두고 건조를 했다. 자연건조로 진행할 예정이기에 이대로 3일 정도 방치했다.

1~2일차까지는 표면이 끈적끈적하고 건조된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3일쯤 되니 약간 시들해진(?) 모양새가 되면서 얼추 완성된 느낌이 들더라. 살짝 쪼그라들었다는 표현이 맞을 듯.

완성된 금귤정과. 유튜브에서는 진짜 뒤지게 맛있다고 몸을 베베 꼬면서 지X 염X을 하던데.. 막상 먹어보니깐, 걍 시들해진 금귤을 물엿에 찍어먹는 느낌이더라. 한 가지 특이점은 설탕물에 푹~ 끓였음에도 불구하고 금귤 특유의 아린맛이 남아있다는 것. 치아가 좋지 못한 사람들이 이걸 먹고 양치한다고 생각하니.. 내 이가 다 시려오더라.

냉동해서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하길래, 이렇게 반찬통에 잘 넣어서 냉동보관중이다. 입이 심심할 때마다 한두 개씩 꺼내먹고 있긴 하지만, 만든 과정에 비해 드라마틱한 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상큼한 감말랭이 맛인듯!

아무튼 결론은.. 요즘 유튜브에서 약과니 정과니.. 영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업로드되면서 마치 특별한 맛이 나는 음식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는데, 막상 먹어보면 특별할 게 없는 제사상용 약과 & 설탕에 절인 과일일 뿐이더라 이말씀. 이상 금귤정과 만들기 및 시식 후기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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