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유령도시인듯 아닌듯..
글 & 사진 마로에니

요즘 메인 장비 A7R5보다 더 많이 들고 다니는 후지 x100vi. 크기도 나름 가볍고 휴대하기도 용이해서, A7R5를 들고 다녔을 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기를 열심히 하는 중이시다. 그동안 바빠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고 생각했었는데, x100vi 메모리카드에 저장된 일상 사진들을 보면서 "아 그래도 은근 열심히 찍고 다녔구나"싶은 생각이 들더라.
들고다니는 장비만 바뀐 건 아니다. 달고다니는 머리의 마인드도 조금은 달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카메라는 무조건 풀프레임!! 바디도 렌즈도 모두 묵직해야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몸이 노쇠해지고 무게에 예민해지니깐 자연스럽게 가벼운 바디들만 찾게 되더라. 그러면서 서랍에 짱박아두었던.. 먼지만 쌓여가던 크롭 4천만화소 똑딱이인 후지 x100vi를 습관처럼 들고 다니다 보니 이 정도면 라이카Q2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말 재미있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카메라라고 느껴졌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도 있다.. 사진생활에서 중요한 건 스펙시트를 보면서 장비딸을 치는 게 아니라, 내가 얼마나 자주 들고 다니는지가 더 중요한 거라고.

후지카메라를 구매할 예정이거나 이제 막 구매한 사람들은 필름시뮬레이션에 대한 많은 환상을 가지고 있더라고. 나도 그랬고. 근데 막상 사용을 해보면 필름시뮬레이션이 계륵처럼 느껴지는 시기가 한 번쯤은 찾아올 것이다. 물론 모두는 아니지;; 근데 나는 그게 좀 빨랐던 것 같다. 지금도 후지유저들이 많이 몰려있는 후지피플을 보면 필름시뮬만으로도 재미있게 가지고 노는 사람들이 지금도 상당히 많이 보이는데, 나는 그 유저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자체적으로 내장되어 있는 기능들을 요리조리 만져서 나만의 필름레시피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게 정말로정말로 매력적이긴 하지만, 나는 거짓말 안치고 딱 3번 정도 필름시뮬레이션을 이용해 JPG 촬영을 해보니 "아 이건 정말 내 스타일이 아니구나"싶더라. 시뮬레이션을 정말 잘 깎아서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색감이 내 맘 같지 않았고, 남들이 만들어놓은 레시피를 따라 해봐도 피사체가 다르니깐 그 느낌이 제대로 살지도 않아서였다. 화밸 틀어지고 색감 노랗게 떠버리고..
결국 촬영한 JPG들을 모조리 다 라이트룸에서 후보정처리해서 사용하긴 했는데, 이렇게 사용할 거면 왜 후지를 쓰고 왜 필름시뮬레이션을 사용하나 싶더라ㅋㅋ(아마 후지를 탈출하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이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함) 근데 3번 후지를 탈출했다가 다시 돌아오고를 반복하면서 느낀 건데.. 이게 질려서 탈출한 사람들도 나중에는 다시 후지를 찾게 되더라. 그야말로 계륵 그 자체. 있으면 쓸모도 없는데, 없으면 그립다니깐..? 암튼, 어렵게 구한 x100vi를 판매하기도 뭣하고 해서 서브용으로만 쓰기로 했는데 지금은 메인보다도 더 많이 활용하고 있으니 그런 상황이 되어버린 것.
AF도 좋은 것도 아니고 크롭따리에 4천만 고화소를 박아둬서 노이즈도 아주 자글자글해서 보기가 좀 그렇지만, RAW로 촬영한 후에 라이트룸에서 AI로 노이즈를 밀어버리거나 그냥 암부를 더 어둡게 밀어버리는 방향으로 보정하면서 사용해 보니깐 정말 쓸만하다고 느꼈다.





















후지 x100vi를 목에 댕강댕강 메고 찾아갔었던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지금에야 프리미엄 아울렛이 널리고 널렸지만, 예전엔 거의 헤이리마을하고 프리미엄 아울렛이 파주를 먹여 살렸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이곳을 찾아오는 관광객이 정말 많았다. 현재 헤이리마을은 인수분해가 되어서 진짜 유령도시 그 자체가 되어버렸지만,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은 쇼핑몰이 건재하게 살아있기 때문인지 주말엔 주차장이 가득 차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여길 뭘 사러 온건 아니고, 그냥 파주 카페 가다가 한번 들린 건데 건물의 디자인이라던지 공간감, 구조가 예뻐서 사진만 열심히 찍었다. 맨투맨 하나에 35만원이나 하는 한 브랜드를 보고 나서는 역시 나한테는 무신사 스탠다드가 갑이구나 싶더라..ㅠ 먹거리라던지 옷이라던지.. 다소 가격대가 높은 브랜드들만 입점해 있긴 한데,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그 자체가 너무 예뻐서 한 바퀴 쓱 둘러보고 스벅에 알박기해서 시간 보내기는 참 좋을 것 같겠더라.
x100vi로 막 셔터질 하고 집에 와서 라룸으로 필름시뮬레이션을 베이스로 명암부만 살짝씩 다듬어만 줬는데도 딱 내 마음에 드는 사진들이 만들어진 것 같아서 너무 만족스럽다. 소니나 캐논으로 촬영했을 땐 기본 색을 잡는 것부터가 난제였는데 필름시뮬레이션이 베이스로 깔리니 라이트룸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짧아진 것 같다. 어쩌면 후지는 카메라가 아닌 필름시뮬레이션을 팔아먹는 회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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